표절 교실 한무릎읽기
김해우 지음, 임미란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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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더 이상 타인의 영혼을 훔치지 말자

 

표절이란 단어, 주로 소설가들의 작품이나 가수들의 노래 관련 기사로 접하지만, 사실 우리 주변, 내 주변에도 존재하고 있다. 몇 년 전 누군가 내 서평 글에서 문장 한 줄과 특정 단어를 그대로 갖다 써서 열받아하며 비교 캡처한 적도 있고, 상대방이 표절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와서 스트레스 받는 이웃 블로거들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선생님들은 내 이름이 시인이라는 이유로 툭하면 나한테 시를 외우게 했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이 신통찮으면 대놓고 무안을 주기도 했다.

이름이 시인이라서 기대를 좀 했는데 실망인걸!”]

주인공 김시인은 백일장만 다가오면 긴장이 되는 아이다. 엄마의 꿈이 시인이었을 뿐 로는 칭찬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찾아온 백일장, 고민 없이 술술 써내려가는 아이, 시인이의 친구 재미처럼 뚝딱 써 놓고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 아이, 2교시가 되기도 전에 다 쓰고 운동장으로 빠져나가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시인이는 3교시에도 한 글자도 못쓴 채 교실에 혼자 남아있다. 그러다 마지막 5분의 시간에 갑자기 초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망설여진다. 이대로 내도될지…….

 

[“영혼 없는 자들이 머물 곳은 메마르고 차가운 교실. 그곳에서 베끼고 베끼고 베낄지어다!”

그 순간 책에서 피어오르던 검은 안개가 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는 겁이 나서 뒤돌아 도망쳤다. 하지만 검은 안개는 순식간에 내 몸을 휘감더니 공중으로 휘익 들어올렸다. -56쪽 중에서-]

시인이는 너무 어린 나이에 죽은 한동주의 시로 장원 상을 받은 죄로 표절 교실로 빨려 들어간다.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 부호까지도 완벽하게 베끼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감옥이었던 거다.(뱀처럼 돌돌 말려진 펜만 있을 뿐 지우개도 없다.) 그리고 그곳에서 글짓기를 못했던 유정이, 시인이의 숙제를 자주 베껴갔던 재미, 시인이 엄마의 춘장 비법으로 떡볶이 집을 차린 옛 아르바이트 아저씨를 만난다. 모두들 영혼 사냥꾼에게 잡혀온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통일을 주제로 한 미술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적이 있다.(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미술대회 너무 싫었다.) 무궁화가 뒤덮인 산 아래서 몇몇 아이들이 태극기를 들고 서있는 그림이었는데 잘 그려서가 아니라 내용이 좋아서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생각해낸 그림이 아니라 외운 그림이었다.(출처는 옆집 미술 선생님이 보여준 포스터다.) <표절 교실>속의 시인이처럼 떳떳하지 못한 상장을 받은 거다. 아주 긴 시간이 지났지만 이렇게라도 고백할 수 있어서 다행인걸까?

 

 

 

-크레용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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