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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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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항상 인간에게 시련을 안겨준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와 앞날이 창창한 극히 일부의 사람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좌절을 맛본다. 어떤 사람은 곧 포기하고, 어떤 사람은 좌절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삶 속의 좌절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불행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리고 인위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상황과 신체적 능력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 어떤 사람들은 잘못된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려 한다.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Nemesis』는 자신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스스로 자신에게 벌을 주고 무너져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애비뉴 놀이터의 감독관인 버키 캔터는 작지만 다부지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남자다. 자신을 낳다가 죽은 어머니와 범죄자인 아버지 대신 조부와 자랐다. 그는 군인이 되어 참전하기를 원했지만 형편없는 시력 탓에 불가능하게 되자 이것을 자신의 큰 수치로 여긴다. 대신 아이들을 가르치고 놀이터를 돌보는 일에 전념하고 이런 놀이터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친절하고 듬직한 버키 선생을 매우 따르며 좋아한다. 그러던 중 폴리오 유행병이 지역에 번지게 된다. 놀이터의 아이들도 병에 걸려 병원에 실려가고 죽었다. 당신 폴리오는 치료약이나 백신이 존재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의심했다. 캔터 역시 심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면서도 아이들이 그렇게 된 것이 자신의 잘못 때문인지 자책한다. 인디언 힐에 가 있던 여자친구인 마샤는 전염병을 염려해 캔터를 오라고 하지만 아이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고 캔터는 거부한다. 결국 캔터는 아이들을 두고 인디언 힐에 가지만 아이들을 두고 온 것에 대해, 공포에 사로잡힌 자신을 자책한다.


네메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복수의 여신이다. 필립 로스는 네메시스의 의미를 “운명, 불운, 어떤 이를 골라 희생자로 만드는 극복할 수 없는 힘”이라고 하였다. 버키 캔터는 책의 제목처럼 네메시스의 희생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신화 속의 네메시스의 복수는 인간의 분수 넘친 행동이나 지나친 행운으로 성공해 오만해졌을 때에만 벌을 내렸다. 주인공 캔터의 삶은 자신의 첫 번째 불행을 잘못된 방법으로 극복하려 했던 잘못된 선택 때문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삶을 어머니에게 빚졌다고 생각했던 캔트는 자신의 꿈마저 이루지 못하고 전염병으로 무너져 가는 자신과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과 신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향한다.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무너져버린 삶, 캔터는 원인을 찾아야 했고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로 향한다. 캔터에게 있어서 네메시스는 자책감으로 인해 스스로에게 분노해 버린 자기 자신일 뿐이었다. 결국 캔터는 자신을 학대하는 데서 위안을 찾았다. 여자친구의 청혼에 폴리오에 걸려 온전하지 못하게 된 자신의 몸을 보이며 더 좋은 남자를 찾아 결혼을 하라고며 거부했고 마지막까지 비참한 채로 남기를 원했다.


너는 늘 이런 식이었어. 너는 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지를 못해. 한 번도! 너는 늘 네 책임이 아닌 것까지 책임을 지려고 해. 끔찍한 하느님이 책임을 지거나 끔찍한 버키 캔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책임은 둘 중 누고에게도 있지 않아. <p.260>


메르스가 잠잠해졌다. 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사람들이 죽어가도 비아냥거리던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들도 있었던 반면 메르스 보균자가 되어 바이러스를 퍼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을 탓했던 사람도 있었다. 소설 속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을 때의 공포감, 그보다 더 지독한 현실이 우리 곁을 스쳐지나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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