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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장미셸 게나시아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결백하거든. 반면에 저 친구는 유죄야. 무엇이 문제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체포되었겠지. 그런 희생자들, 그렇게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아직 살아 있을 때는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 (…) 그러다가 그들이 죽으면 그들에 관한 말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해. 살아 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에게 더 관심이 많다는 느낌이 들 정도야.” (2권, p.465)

가끔 소설이나 영화 등을 보게 될 때 제목이 현재의 상황을 너무나도 잘 반영하는 경우가 있어 놀랄 때가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의 제목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야기, 현실의 삶과는 다르다. 삶을 위협하는 현실 속에서 낙천주의자가 되기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낙천주의자란 무언가 희망이 보일 때나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은 이야기처럼 극적이진 않지만 이야기보다 훨씬 가혹할 때가 많다. 삶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도 별일 없이 낙관적이 되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글프게도 우스운 것은 이런 강요된 낙관주의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가난을 면하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하면 사람은 낙관적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알제리 전쟁이 한창이던 프랑스 사회는 시끄러웠다. 전쟁이 격렬해지고 잔혹해지자 전통적인 좌우의 대립구도마저 무너졌다. 국회의원은 여전히 자기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았고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미셸의 집안은 가난한 친가와 부자인 외가가 뒤섞여 서로를 조롱했다. 하지만 미셸은 이런 어른들의 언쟁과 소동엔 아무 관심도 없었다. 그저 로큰롤, 문학, 사진, 테이블 풋볼에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테이블 풋볼을 하러 간 비스트로 (작은 규모의 카페 겸 식당) 발토의 녹색 커튼이 쳐진 문으로 레인코트를 입은 사람이 사라졌다. 폐쇄된 공간, 호기심에 이끌린 미셸은 커튼을 젖혔다.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이라는 글귀 뒤로 보인 것은 체스클럽이었다. 미셸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텔레비전에서나 보았던 장폴 사르트르와 조제프 케셀이 체스를 두고 있었다는 것. 미셸은 호기심 덕분에 클럽에 계속 가게 되고 클럽의 최연소 회원이 되고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회원들의 대부분은 동구권 국가에서 망명해온 사람들로 가족을 떠나 온 사람, 공산주의에 회의를 느낀 사람, 고국에서 누리던 명예와 지위를 잃은 사람들이다. 미셸은 이들과 어울리며 체스를 배우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아간다. 미셸의 삶은 록 음반을 빌려주던 친구의 전사와 살인사건과 관련된 형의 행방불명, 부모의 이혼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되고 체스클럽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 미셸은 클럽에서 말없이 왔다가 가는 환영받지 못하는 사샤를 만나게 되고 가까워진다. 그와의 우정이 계속되지만 그는 결국 클럽의 한 복판에서 목을 매단 채 발견된다. 미셸에게 주는 유서와 선물을 남기고 간 사샤의 죽음으로 그가 간직했던 비밀도 밝혀진다. 비가 오던 사샤의 장례식이 끝나고 날씨는 다시 좋아졌고 여름이 시작되었다.

당시 프랑스의 좌우 대립과 알제리 전쟁을 둘러싼 프랑스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미셸 집안의 모습이기도 하다. 프롤레타리아-부르주아의 대립은 친가-외가의 대립구도 그대로이며 중재를 택한 아버지 폴과는 달리 형인 프랑크는 공산주의자가 되어 외가와 대립하게 된다. 체스클럽에서의 미셸의 어린시절, 사샤와의 만남, 사샤의 죽음과 미셸에게 남겨진 편지는 고통 속에 남겨 있던 역사의 종언과 동시에 희망을 보려는 몸짓이다. 우리에게도 현재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겨질 수 있을까?

“내가 너를 선택한 것은 네가 새로운 세대의 일원이기 때문이야. 너희 세대는 우리가 겪은 끔찍한 일들을 경험하지 않았어. 우리는 끔찍한 일들을 피할지 몰랐고, 그것들을 겪으며 죄를 지었지만 너는 달라. 망각에서 구원될 가치가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너는 알아낼 거야. 아름다운 것은 기억 밖에 없어. 나머지는 먼지고 바람이야.” (2권, p.465)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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