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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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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이 시는 사람은 과거나 어느 지역에서나 비슷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준다. 어디 개인 뿐일까.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 역시 과거와 다를 것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과거 나치가 지배하던 시절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착각일까. 사람들은 죽어가도 책임을 지는 시스템과 사람은 전무하며 타인은 망자에 대해 오지랖을 떤다. 끔찍한 세상이다. 구병모의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에서는 이런 재난 같은 삶 속의 우리의 모습을 그려낸다.

구병모가 그려내는 세계는 과거 신화나 전래동화에서 차용한 것에서부터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하지만 그 속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시간을 초월해 우리의 삶에 그대로 적용된다. 「파르마코스」는 저수지가 되어버린 한 마을에 대해 이야기한다. 심한 가뭄이 든 마을의 두 소녀, 수와 루. 우물을 배급받아 오는 도중 수는 한 여인에게 친절을 베풀어 우물을 나눠주고 입에서 보석과 꽃을 토해내게 된다. 값진 보물이지만 가뭄이 든 마을에서는 쓸모가 없고 운반할 수가 없어서 도시로 갈 수 없는 가족들. 수를 가두지만 마을에 온 의원이 선거에 쓰기 위해 수를 데려간다. 루 역시 한 여인을 만나고 보석 대신 벌레와 개구리를 토해낸다. 하늘은 개구리와 벌레를 위해 비를 내리고 루는 계속 토해야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자신을 구해준 루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마을의 외딴 곳으로 내쫒는다.

「이창裏窓」은 현대인의 삶을 드러낸다. 창으로 보이는 옆집의 부모 자식의 모습을 보고 아이를 학대하는 것이라 생각에 신고를 한다. 사실 확인도 없이 상상만으로 타인의 삶에 간섭하고 오지랖을 떠는 현대인의 모습 중 하나인 오지라퍼다. 오지라퍼들은 뒷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특히 인터넷의 오지라퍼들은 타인의 삶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짧은 글로 악랄한 글을 남기지만 문제가 생기면 변명 몇 마디로 끝낸다. 나는 결국 나쁘지 않다. 「이창裏窓」의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이야기 전개를 위해 선택한 소재가 너무 극단적인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카페에서 타인을 뒷담화하는 오지라퍼와 수상한 옆집의 모습을 보고 신고하는 오지라퍼가 그렇게 다른 것일까. 타인에 대한 관심과 오지랖을 구분할 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악하게 태어나 교육으로 인한 최소한의 이성과 법률 같은 규제로 자신을 억누르며 살아가지만 위기상황이 닥치면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물론 천사의 마음을 가진 듯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진다. 꼭 위기의 상황이 아니어도 사람은 여전히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만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살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억울하게 죽어도 대책이 없는 사회에서 어떤 개인이 이기적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피해를 입지 않거나 나 자신이 안전할 때 다른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사람은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존재다. 나치의 세상에서는 조용히 있는 것이 삶을 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치에 부역하는 것이 뒤탈 없이 나중의 삶까지 보장해 줄 수 있는 사회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정의를 포기한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끔찍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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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14: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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