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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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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간대나 장소를 막론하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오묘한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우리와는 정서가 다른 나라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세상의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아이들과 캐치볼 ̄특히 미국에서의 부자지간의 캐치볼은 행복한 시절의 추억을 기억하는 스테레오타입처럼 사용되지 않던가 ̄을 꿈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아버지가 늙어갈수록, 아이가 자라날수록 어린 시절의 즐겁던 기억은 그저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 아이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거북해한다. 그런 아이가 자라 아버지가 되면 다시 자기 자식과의 캐치볼을 꿈꾼다. 그런 아버지들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신의 어린 자식을 어떤 방식으로든 귀여워했을 것이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대를 이어지는 유전과도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식들은 나이를 먹어가고 자신이 아버지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런 아버지를 그리워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부재’는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어린 시절부터였다면 아버지는 부러움의 존재가 되었을 것이고,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후라면 그리움의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큰 문제가 없는 가족이었다면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은 늘 아버지를 그리워하게 된다. 오에 겐자부로가 말하는 아버지는 어떤 것일까. 『익사』는 어떤 이야기일까. 장애인인 아들을 둔 아버지, ‘아버지의 부재’가 자신의 문학 세계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으며, 자신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말한 오에 겐자부로가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아버지는 어떤 것일까.

소설가인 주인공인 조코 코키토는 어린 시절 홍수가 난 어느 날 아버지가 탄 배가 강에서 뒤집혔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있던 자신을 기억하는 과거가 있다. 코키토는 군인들과의 궐기를 준비하던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자신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고 싶어했다. 오래전 ‘익사소설’이기도 한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소설 재료가 가득하다는 붉은 가죽 트렁크를 어머니에게 보여달라고 하지만 트렁크는커녕 어머니에게 보냈던 소설 초고마저 돌려받지 못하고 분노한 코기는 가족을 희화한 소설을 발표하고 어머니에게 의절당한다. 코키토에게 아들이 태어나고 장애가 있었지만 아들 덕분에 가족의 관계가 회복되지만 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지낸다. 어머니가 죽은 후 10년이 지나 트렁크를 보게 된 코키토는 대부분의 자료가 불태워졌고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는 것을 알고 익사소설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극단 혈거인의 우나이코를 만나고 극단과 함께 연극의 새로운 기획을 공동작업을 하게 되고 우나이코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이 일이 자신의 아버지를 탐구하는 것과도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일본의 역사는 세계의 다른 나라들처럼 굴곡이 많다. 제국의 기치를 내걸고 아시아 여러 국가들을 유린하던 2차대전 전후의 일본은 작중 소설가 코키토의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였다. 이 시절의 일본인들은 제국과 천황을 무엇보다 뿌듯해했을 것이다. 원폭 투하 후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며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코키토의 아버지처럼 천황과 함께 자폭하는 것은 종전에 대한 열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군 장교들의 농담 때문에 아버지가 궐기를 하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코키토는 절망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오에 겐자부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일본의 역사와 거대한 국가적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중 등장하는 연극배우 우나이코는 큰아버지에게 강간당하고 야스쿠니 신사에서 임신사실을 알게 되는 부분이 등장한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위안부 문제와 얽혀 큰 상징적 의미로 다가온다. 오에 겐자부로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위안부 문제가 전체주의, 국가주의적 나라가 만든 전쟁에서 ‘군인을 위한 여성’이라는 역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다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수일 뿐, 책임을 지고 사죄를 해야 할 국가와 집단은 침묵한다. 어느 나라나 사람들은 모두 다 닮아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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