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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부터 헬로라이프 스토리콜렉터 29
무라카미 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은 일본 소설을 접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일이었지만 오래 전에 일본 소설  붐이 처음으로 일어나던 때가 있었다. 90년대 즈음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상실의 시대』로 번역된 후였을 것이다. 하루키는 독자들 뿐 아니라 국내의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하루키 붐에 일조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 하루키를 읽고 다른 소설들을 찾던 독자들에게 하루키 옆에 꽂혀 있던 비슷한 이름의 작가를 보고 이것도 한번 읽어 볼까 하고 집어 들었던 것이 대부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였을 것이다. 무라카미 류. 그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 보이는 반응은 두 가지다. 팬이 되든가, 책을 집어던지든가. 1976년에 데뷔했던 그의 신작을 읽는다.

노년의 이야기, 삶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 새로운 인연과 희망으로 다시 한 번 출발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50대 여성이 이혼을 하고 결혼상담소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꿈꾸다 한참 어린 연하와 섹스를 하고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되는 「결혼상담소」. 정년퇴직을 하고 집에서 뒹굴거리며 자신에게 무관심한 남편 대신 애완견 ‘보비’라 이름붙이고 에게 사랑을 쏟지만 애완견이 병에 걸려 죽은 후 서먹했던 남편의 다정했던 속마음도 알게 되고, 보비 2세를 계획하는 「펫로스(pet loss)」. 다른 단편들 역시 노년의 불안감에 미래에 대한 희망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람은 변한다. 천재적인 단편을 발표하던 작가가 종교로 귀의하는 경우도 있고, 하드록을 하던 뮤지션이 트로트를 부르는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언제나 놀라운 것이 사실이다. 『55세부터 헬로라이프』를 접하고 난 느낌은 놀라움을 넘어선 당혹감이었다. 무미건조하고 차갑게 변태적인 묘사를 보여줬던 그의 문장은 책 뒤편의 말처럼 온화함과 희망적인 묘사로 호소한다. 젊음의 욕망을 보여주던 그는 이제 노년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지금이 2015년이고 작가가 데뷔한 것이 1976년이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진다. 어쩌면 난 과거의 무라카미 류만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인간은 변한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으니 작가도 변한 것일까.

무라카미 하루키로 이야기를 시작했고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일본소설=하루키’라는 공식(지금은 미야베 미유키 정도려나)이 떠오르지만, 오히려 무라카미 류가 일본스러운 작가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과거 작품에서 보여줬던 청춘의 일탈, 욕망 등을 차갑고 무미건조하지만 솔직하게 드러냈고 이것이 바로 당시의 일본 젊은이들의 혼네(속마음)였다. 변태적인 묘사 때문에 꺼리는 독자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런 염세적이고 자극적이지만 현실적인 부분이 당시의 일본 사회와 일본인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변화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갔다. 버블 시절의 풍요로움을 몸으로 느꼈던 현재 일본의 노년 세대들은 지금의 일본의 현실은 천국에서 지옥에 떨어진 기분일 것이다. 무라카미 류는 여전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글을 쓰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해도 그는 자신들 세대의 이야기를 쓴다. 고통스러운 현실, 그래도 꿈을 꾸고 사는 작가 세대의 사람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작가의 이런 변화는 그다지 달가운 것은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여전한 이야기를 써 내는 것에 비해 이제 무라카미 류는 과거에 썼던 이야기 같은 것들은 접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것이 작가의 변화는 이해가 가지만 이것이 혹시 육체적인 나이의 변화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 서글플 따름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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