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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아이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9
나지브 마흐푸즈 지음, 배혜경 옮김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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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종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종교의 갈등처럼 우스우면서 한심스러운 것도 없다. 특히 서구와 중동간의 갈등이 더 그러한데 같은 뿌리를 둔 자식들이 타 지역에서 자라나 서로 다툼을 하고 있는 양상과 다른 것이 뭘까? 게다가 이 다툼은 타 종교에 대한 살육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아무리 종교의 이상과 논리를 들이밀어봐야 그들의 부모인 절대자 입장에선 가당키나 한 소리일까.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이미 종교가 아니라 범죄 집단일 따름이다. 게다가 사악한 인간들은 자신들의 파괴와 약탈과 살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념에 따른 행동이라며 종교를 내세우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있으니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들부터 천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의 과격단체인 IS의 과격한 행동을 보고 있으면 종교의 말을 내뱉는 사탄의 모습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집트 출신의 나지브 마흐푸즈(Naguib Mahfouz)는 198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아랍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이 상이 제정된 이후 87년 만에 처음이었다고 하니 문학상 자체가 서구적 시각으로 반영된다는 것과 같은 해에 ‘알카에다’가 수립됐고, 살만 루슈디의 살해 위협 등의 사건이 발생한 터라 작가의 수상에는 정치적인 고려도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작품 『우리 동네 아이들』로 작가 역시 신성 모독 논란에 휩싸였고 실제 테러를 당해 오른손 신경손상을 겪기도 했다.

거친 사막 한 복판에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대저택을 소유하고 부유하게 살아가는 자발라위, 그는 자신의 재산을 관리할 후계자로 장남 이드리스를 제치고 막내아들인 아드함을 지목한다. 이드리스는 아버지의 결정해 반발해 집에서 쫓겨나고 악행을 저지르며 살아간다. 이드리스는  막내인 아드함을 꼬드겨 비밀유언장을 보게 하지만 아버지 자발라위에게 들키게 되고 아드함마저 사막의 한가운데로 쫓겨난다. 아드함은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며 대저택의 삶을 평생 그리워했으나 결국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후 둘의 후손은 사막에 구역을 형성하고 살아가고 마을에는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나타난다. 자발라위는 자발과 리파아와 까심에게 피지배층의 지도자, 선지자의 역할을 주문하고 그들의 투쟁은 망각이라는 이름 아래 잊히고 또 잊히지만 계속된다.

『우리 동네 아이들』은 종교라는 주제를 알레고리 기법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알레고리란 ‘다른 것을 말하기(other speaking)’의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알레고리아(allegoria)를 어원으로 인물, 행위, 배경 등이 일차적 의미(표면적 의미)와 이차적 의미(이면적 의미)를 모두 가지도록 고안된 이야기이다. 『우리 동네 아이들』의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들은 것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서와 코란의 선지자들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야훼인 자발라위와 에덴동산이기도 한 대저택, 그리고 대저택에서 추방당한 사탄인 이드리스, 사탄의 유혹에 빠진 아담인 아드함의 이야기다. 이후 선지자인 자발, 라피아, 까심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모세, 예수, 모함마드를 상징한다. 그리고 사막의 마을은 우리의 세계를 그대로 상징한다. 세계는 항상 갈등하고 폭력에 휩싸이며 매우 적은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낸다. 자신의 집에서 절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자발라위처럼 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악을 지켜보고만 있으며, 인간은 신의 말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왜곡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런 것처럼 앞으로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도 신은 그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사탄이 가득한 이 세상에 신은 왜 구원의 손길을 보내지 않을까?

 

밤이 지나면 낮이 되듯 불의는 반드시 사라져. 우리는 우리 동네에서 압제가 멸하고 기적과도 같은 날이 훤히 밝아 오는 것을 분명 보게 될 거야. (2권. 358p)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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