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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 <아자젤>

 

3월에는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유난히 많았다.

그중에서 첫 번째, 아시모프의 책이지만 SF는 아니고, 작정하고 쓴 판타지 풍자 소설이라고 한다. 재밌겠다.

 

출판사 책소개

아시모프는 『아자젤』을 <웃기게 풍자할 생각으로> 썼으며, 만약 글의 성격이 너무 과하고 아시모프답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건 <일부러 그렇게 썼기 때문>이라고 머리말에 밝혔다. 뭔가 다른 걸 원한다면 과감하게 <이 책을 사지 말라>고, <괜히 샀다가는 짜증만 날> 거라고까지 한다.

 

아자젤은 인간 여인과 결혼해 신의 분노를 사 하늘에서 쫓겨났다는 타락 천사이다. 조지는 아시모프와 종종 만나 식사를 하다가 스카치 앤 소다를 딱 넉 잔째 마셨을 때 습관처럼 아자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매번 처음 이야기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운을 떼면서, 아시모프가 조금이라도 알은척을 하면 <도대체 선생이 어디서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다>라며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 조지는 다른 세계의 존재인 아자젤을 우리 세계로 불러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작 소원을 빈 당사자의 소원은 들어주지 않는다는 아자젤 때문에 매번 주변 사람 좋은 일만 시키려다가 오히려 된통 당하고 말지만. 그러면서도 항상 아시모프에게는 냉대와 괄시의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면서, 헤어질 때는 꼭 계산서를 아시모프 몫으로 남겨 둔다.

 

레이먼드 카버 <풋내기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오리지널 버전.

레이먼드 카버에 대해 이야기하면 편집자 고든 리시의 악명 높은 가위질도 꼭 함께 거론된다. 고든 리시의 입김 없이 순수한 레이먼드 카버를 만날 수 있는 책.

 

출판사 책소개

『풋내기들』은 레이먼드 카버의 두번째 소설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원본이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 포함된 17편의 단편이 편집자의 손을 거치지 않은 상태의 오리지널 버전 그대로 실렸다. 1981년, 당시 크노프 출판사의 편집자였던 고든 리시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편집 과정에서 카버의 원고를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일부 작품의 제목과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 거의 모든 단편의 엔딩을 바꾸거나 잘라냈으며, 분량의 70퍼센트 이상을 덜어낸 단편도 있었다. 편집된 원고를 받고 몹시 당황한 카버가 원래대로 되돌려줄 것을 부탁하며 괴로워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결국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고든 리시의 편집본으로 출간되었고, 카버는 언젠가 오리지널 버전의 원고로 책을 출간할 것을 다짐했다고 전해진다.

 

 

히라노 게이치로 <던>

 

새 소설이 번역되어 나오면 꼭 챙기는 일본 작가 중 한 명이다. 내용은... 복잡해 보인다.

 

출판사 책소개

이 년 반의 화성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한 우주비행사가 겪는 혼란과 그 배경에 얽힌 가상의 사건들을 다루며, 과학적 근거와 과감한 상상력을 동원해 기발하고도 현실적인 미래상을 제시한 작품이다. 데뷔 이후 현대인의 정체성이라는 주제에 꾸준히 천착해온 작가는 ‘개인’의 개념이 점점 사라져가는 근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시공을 초월하는 인간 본연의 가치, 상실과 희망의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이후 작품세계에 꾸준히 등장하는 ‘분인(分人, dividual)’ 사상의 본격적인 시발점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갈수록 모호해질 수밖에 없는 개인의 정체성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작가는 ‘분인주의’라는 새로운 사상을 내놓는다. 여러 개로 나눌 수 없는 고유의 개인이 실은 무수한 분인의 집합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대와 상황에 따라 분인의 정체성이 달라진다는 이 개념은 작품 속 미래 세계에서는 이미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어 선거전에서 신구파의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또한 폐쇄공간과 한정된 인간관계 속에서 고뇌와 갈등을 겪는 우주비행사들의 정신적 문제를 설명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히라노 게이치로 스스로 ‘제3기’ ‘분인주의 시리즈’라고 이름 붙인 전작 『결괴』와 『던』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짝을 이루는 작품이다.

 

 

오다 마사쿠니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

 

이런 소재라면 늘 환장한다.

이번에 선택한 책들 중 읽기에는 가장 재미있는 책일 듯.

 

출판사 책소개

‘진보적 지식인’이 아닌 ‘산보적 지식인’을 자처하는 정치학자 후카이 요지로의 외손자 히로시가 자신의 아들에게 외가의 비밀을 글로 남기는 형식을 취한다. 그 비밀이라 함은, 책에도 암수가 있어 그 사이에서 책이 태어난다는 것. 요지로는 그러니 책의 위치를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엄포를 놓지만, 히로시는 자꾸 책을 사들이는 애서가 할아버지가 눙치느라 하는 말이라 여기고 그 금기를 어겨버린다. 그러나 그 순간 듣도 보도 못한 책이 탄생하고, 늘쩡늘쩡한 농담 속에 감춰두었던 후카이가의 비밀이 드러난다. 이야기를 이어가며 작가는 현실과 환상을 능청스레 오간다. 할아버지 요지로의 최대 숙적이 실존하는 에도 시대 명의 오가타 고안의 딸의 손녀의 아들이요, 할머니 미키가 볼셰비키에 쫓겨 남사할린에서 일본까지 흘러들어온 잠정적 소련의 스파이에게 그림을 배웠다는 식이다. 피식 웃음을 주는 이런 설정에 더불어 묵직한 역사적 사건들까지 더해지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색해지면서, 한 애서가의 서가에서 시작된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출판사 책소개보다 책 페이지에 '주간 편집 회의' 내용이 훨씬 재미있다.)

 

 

윌리엄 트레버 <윌리엄 트레버 - 그 시절의 연인들 외 22편>

 

현대문학에서 세계문학단편선으로 <윌리엄 트레버>가 나왔다!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만큼 책장이 잘 넘어가지는 않겠지만, 3월의 책 중 마음으로 가장 읽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 책소개

윌리엄 트레버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무수한 상을 꾸준히 받아 왔고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뉴요커》는 “영어로 단편소설을 쓰는, 생존해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찬사를 보냈으며, 줌파 라히리는 “트레버의 작품에 견줄 만한 이야기를 단 한 편이라도 쓸 수 있다면 행복하게 죽겠노라고 생각했다”라고 존경을 표하는 등 1928년생인 이 아일랜드 출신 원로 작가는 전 세계 언론과 평론가, 문인들로부터 대단히 높이 평가받고 있다. 트레버는 단편을 “누군가의 삶 혹은 인간관계를 슬쩍 들여다보는 눈길”이라고 정의한다. 존 파울스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훌륭한 이야기. 나는 이 작품의 매 순간을 즐겼다”라고 평한 「그 시절의 연인들」을 비롯하여 이 단편선에는 23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트레버는 불행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자기기만에 빠진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그들이 삶에 어울리지 못하는 데 대해 비난하거나 조롱하기보다 공감과 유머를 자아낸다. 그는 인간의 욕망과 연약함을 그리지만 감정의 과잉이나 치우침 없이 ‘이것이 인생이며 이것이 인간’임을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인물과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최소한의 단어만을 사용하여 여백에서 그들의 의식의 흐름을 읽어 내게 만드는 독특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며, 그의 정교하게 구축된 세계는 어느 작품에서나 동일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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