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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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 살짝 꼬집어 주고 싶은 표지입니다. 귀엽다고 생각되어야 할 나이에 한 소녀가 썩소를 짓고 있습니다,네. 머리에 분홍핀을 꽂은 것을 보고 여자아이라 추측했는데, 여자아이, 맞겠죠? 욕심 많게도 한 손에 사탕을 두 개나 들고 있네요. 어린아이답지 않게 옆으로 쭉 늘어진 눈에 뭔가 알 수 없는 빛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헉. 담 위에 올라앉아 있는 강아지를 보세요. 전 처음에 강아지가 아니라 고양이인 줄 알았습니다. 어째 심술궂어 보이는 표정, 이런 표정은 강아지보다는 주로 고양이가 더 많이 짓지 않습니까? 주인을 닮아서인지 역시 눈이 옆으로 쭉! 늘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음흉해보이는 미소까지 주인과 판박이입니다. 그러면서 집으로 놀러오라며 '흐흐흐' 웃다니, 요런 식으로 초대하면 어째 거절하고 싶어질 것 같네요. 

전 오쿠다 히데오 하면 아라부 시리즈보다 [스무살 도쿄]가 더 기억에 남아요. 아라부 시리즈도 재미있긴 했지만 아라부 시리즈를 접하기 전에 [스무살 도쿄]를 먼저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청춘의 기억들이 무척 좋았거든요. 얼마 전에 읽은 [요노스케 이야기]와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저는 유독 추억, 기억, 아스라함, 요런 것들에 약하거든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기억들이 가끔은 저를 즐겁게도, 쓸쓸하게도 만들어준답니다. 그런데 [오 해피데이]는 작가를 보지 않고 표지만 봤는데도 어쩐지 느낌이 왔어요! '왠지 오쿠다 히데오 작품일 것 같아'라는 느낌이요.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이 책 안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을지 예전보다 한층 기대도 했습니다. 

모두 여섯 편의 가족 이야기에요. 그 중에는 옥션에 물건을 팔고 누군가로부터 감사인사를 받으면서 삶의 활력을 찾는 주부도 있고, 아내와 별거하면서 자신만의 공간을 신나게 꾸며나가는 남자도 있고, 건조한 일상을 꿈으로 보상받으려는 여자도 있어요. 실직하면서 가정일의 기쁨을 알아가는 남편과 무작정 일을 저지르는 남편을 걱정하며 잔소리하는 아내, 비판하는 글을 쓰기는 했지만 아내 걱정에 글을 수정하러 달려가는 작가남편도 있습니다. 별다를 것 없는 굉장히 평범한 이야기에요. 그런데 전 이런 이야기들이 참 좋아요. 평범한 생활 속에서 잠깐씩 맛볼 수 있는 감동에 대한 믿음, 이럴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기회, 특별함보다 평범함을 더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들이죠. 

가족이란 뭘까요? 전에  '가족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더니 '버릴 수 있다면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대답했던 어떤 작가의 인터뷰 기사가 생각납니다.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면서 모든 것을 나눠가는 사람들. 저도 때론 부모님의 잔소리에 짜증도 내고 쿵닥쿵닥 다투기도(?) 하며, 동생과도 갈등을 겪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무척 소중한 사람들이에요. 언제 어느 때든 나의 편이 되어주고 위로해줄 거라는 믿음이 깔려 있는 관계죠. 가족이 없다면 '나'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에요. 밉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마음에 안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런 모든 것이 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허물어질 수 있는 사람들. 아내와 별거하던 남편이 아내가 찾아온다니까 집안을 정리하고 아내의 취향을 고려해 새로 바꾼 침구커버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장면이 있어요. 정확히는 잘 말할 수 없지만 저는 그런 것이 가족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단, <그레이프프루트 괴물>에 나오는 주부의 이야기는 약간 불편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주부의 모습이 불쾌하기도 했는데, '불만은 없다. 그렇게 삼십대를 보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삶의 보람을 찾는 일과도, 자신을 되찾는 일과도 평생 인연이 없을 것이다' 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찌릿해졌습니다. 안타깝기도 했구요. 

기본적으로 재미없는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읽는 동안은 즐거운 기분을 간직하게 해 주는 유쾌한 여섯 가족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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