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가 빨간 쇠물닭아 물들숲 그림책 17
이영득 지음, 권정선 그림, 김나현 기획 / 비룡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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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한 살이를 담은 생태그림책에서 '이마가 빨간 쇠물닭' 이야기를 읽었습니다만, 저는 아직 자연에서 쇠물닭을 본 일이 없습니다. 어쩌면 우포늪이나 주남저수지에서 여러 새들과 함께 새물닭을 보았을지도 모릅니다만, 쇠물닭인 줄 모르고 보았으니 못 본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글을 쓴 이영득 선생님은 "쇠물닭 둥지를 처음 본 날 가슴이 뛰었다"고 합니다. "쇠물닭 둥지가 물위에 지은 수상가옥 같았다"고 합니다. 쇠물닭은 둥지를 만들고나서 싱싱한 줄(벼과에 속하는 물풀) 잎을 구부려서 가려놓는다고 합니다.

 

새 둥지를 보는 것은 새를 보는 것보다 훨씬하기 어려운 경험이겠지요. <이마가 빨간 쇠물닭아>는 늘 자연과 가까이,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지내는 이영득 선생님이 직접 보고 관찰한 쇠물닭의 한살이를 담은 생태 그림책입니다. 


사람들은 사라져 가는 황새, 따오기, 반달가슴곰, 여우들을 되살리겠다고 애쓰고 있지만, 사라져 가는 생명 못지않게 우리 곁에 흔히 있는 생명들 또한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쇠물닭'이야기를 글로 옮겼답니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가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는지 아는 것이 자연과 친구가 되는 길이라고 합니다. 오래전 자연과 만나는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길잡이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지요.


"이름을 모를 때는 잡초이지만, 이름을 알고 나면 더 이상 잡초가 아니다."


이 책에는 쇠물닭이 알을 낳고 알음 품고 스무여 날이 지나 새끼가 깨어나는 과정, 개구리밥과 잠자리 애벌레를 받아 먹으며 자라는 과정, 올챙이, 노린재, 메뚜기를 잡아먹으며 성장하는 과정, 논우렁이와 물자라와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이 예쁜 글과 초록 가득한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엄마 쇠물닭은 여섯 개의 알을 품었지만, 다섯 남매만 알을 깨고 나왔습니다. 삵을 피해 달아나는 숨막히는 장면을 지나면서 안도하였더니, 비바람이 사납게 몰아치는 태풍이 부는 늪에서 형제들을 모두 잃고 맙니다.


"그토록 힘센 태풍도 날이 밝는 것을 막지 못했"지만, 온몸으로 새끼를 돌보던 엄마 쇠물닭과 아빠 쇠물닭도 거센 폭풍우 앞에서 어린 쇠물닭들을 다 지켜내지는 못했습니다. 며칠 뒤 날이 밝고 물은 날마다 낮아져서 여드레쯤 지나자 늪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막내 쇠물닭만 살아남아 어른이 되어 갑니다. 

 

"막내 쇠물닭이 첫 발길질로 알껍질을 훅 찼어. 

햇살이 눈부셔 눈을 감고 쉬어. 

숨을 쉴 때마다 배가 볼록거려. 

실눈을 뜨고 바람에 깃털을 말려. 

날개죽지에 스친 바람이 비릿하고 시원하고 달았어."

(본문 중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쇠물닭의 첫 발길질과 첫 숨을 너무나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감성으로 쇠물닭이 처음 세상과 마주서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늪에 쫙 깔린 가시연꽃씨가 물에 둥둥 떠다녀.

줄은 이삭을 한껏 피웠고, 물풀은 늪을 풀받처럼 뒤덮었어. 

솨아솨아 갈대가 흔들려. 또로로 또로로 풀벌레 소리가 나."

(본문 중에서)


예쁜 우리 말이 가득 담긴 글을 따라 읽다보면 물풀이 무성한 늪에 사는 쇠물닭의 한살이를 함께 배우게 됩니다. 어린이들이 자연과 더욱 친해지도록 돕는 책이라고 합니다.


이영득 작가는 여러 편의 동화 책을 썼고, 풀꽃, 산나물, 꽃과 풀들에 관한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기 때문에 눈여겨 관찰하지 않는 '쇠물닭'의 생태와 성장과정을 담은 생태동화입니다. 

막내 쇠물닭이 첫 발길질로 알껍질을 훅 찼어.
햇살이 눈부셔 눈을 감고 쉬어.
숨을 쉴 때마다 배가 볼록거려.
실눈을 뜨고 바람에 깃털을 말려.
날개죽지에 스친 바람이 비릿하고 시원하고 달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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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묘사직소, 조선을 움직인 한 편의 상소
조식 지음, 이상영 옮김 / 뜻있는도서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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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움직인 한 편의 상소라는 수식어가 붙은 <을묘사직소>는 남명 조식 선생이 500년 전에 쓴 <을묘사직서>를 번역한 책입니다. 번역자 이상영이 밝혔듯이 그간 나온 여러 번역문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구구절절 소상하게 풀이합니다. 풀이하고 풀이하고 또 풀이합니다. 때로는 원문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내용까지 말합니다." 주해번역이라고 이름 붙인 까닭이기도 합니다. 


남명 조식이 쓰고 이상영이 주해하여 옮긴 <을묘사직소> 

 

상세하고 정확한 풀이를 위해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주역, 서경을 찾아보고, 한유, 유종원, 정명도, 정이천, 주희 등이 쓴 글을 살펴보며, 남명집, 학기유편 등을 통해 조식의 말과 표현을 가늠합니다. 500년 전 조선의 시사를 확인하기 위해 조선왕조실록과 당대 문헌을 두루 살피는 수고와 노력을 담은 번역입니다.  


조식 선생이 <을묘사직소>를 쓴 때는 조선 명종 11년(1555년)입니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온나라가 쑥대밭이 되기 불과 37년 전입니다. "척족 세력이 날불한당과 같은 정치를 펼치고 있었고, 논밭을 빼앗기고 유랑하는 백성이 농사짓는 백성보다 많았던" 시기라고 합니다.


마침 이때 조정에서 조식에게 '단성현감' 벼슬을 내리자 그는 단성현감을 사직하는 상소 형식을 빌어 당시 정치를 강력하게 비판하는데, "임금의 책무를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 궁궐에서만 살아와 세상 물정을 알지 못하는 과부"라는 직설적 표현이 등장합니다. 조정을 장악하고 있는 척족세력 세력을 향해서는 야비한 승냥이 무리라 하고, 벼슬아치들의 간악함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날을 세워 비판합니다.


오늘의 통치자를 탓하는 듯한 소름 돋는 문장들


자그마치 500년 전에 쓰인 <을묘사직소>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임금이 아니라 국민이 주권자인 시대가 되었지만, 불의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을묘사직소를 읽다, 마치 오늘 이 시대를 이야기하는 듯한 문장과 만날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당나라 유학자 한유는 우두머리 목수가 나무를 쓰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굵은 나무를 대들보로 쓰고 가느다란 나무를 서까래로 쓰는 일은 목수가 해야 하는 일이다. 기둥 위와 아래에 쓸 나무를 찾고 문지방과 문설주와 문짝에 쓸 나무를 고르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목수는 이와 같이 나무를 취하여 방을 이루고 집을 이룬다."(본문 중에서)


오늘날 대한민국 목수는 대들보도 서까래도, 문지방과 문설주 그리고 문짝까지 모두 한 가지 나무만 골라 집을 짓고 있습니다. 모두 검찰 출신이지요. 한 가지 나무로만 지은 집이 얼마나 제대로 지탱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소름 돋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물고기가 썩을 때 뱃속부터 썩는 법입니다. 나라 또한 물고기와 같으니, 내부에서 썩기 시작해 곧 악취를 풍기며 무너져 내리는 것입니다."(본문 중에서)


작금의 대한민국도 내부에서부터 썩기 시작하여 무너져 내리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지요. 여러 일들이 있지만,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항복문서와 다름없는 대일 강제동원해법 발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500년 전 을묘사직소에도 일본과의 관계를 지적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공격하지 않고 은덕을 배풀고자 하였으나 왜구는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나라를 얕보며 함부로 날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바야흐로 왜구의 침탈이 일어나는 것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난 변고라고 할 수 없습니다."(본문 중에서)


지금 대통령의 친일 굴욕외교 역시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주장하던 세력들이 현재 집권 세력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지요. 스스로 무릎 끊은 대일 강제동원 해법 제안으로 500년 전 왜구들처럼 일본이 우리나라를 얕보고 더욱 날뛰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나라가 곧바로 망하지는 않지만, 수습할 수 없는 재앙으로...


조식은 이렇게 해도 나라가 곧바로 망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변고가 생기면 수습할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군자가 한 나라에 살면서 인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현명한 신하를 존중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곧바로 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날 평범하지 않은 변고가 일어나면 장수는 수레에 올라 달려가고 군졸은 달음박질로 달려가 손짓하며 수습하려 해도 재앙이 닥친다."(본문 중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비로소 목이 마르고 입술이 타들어 갈 때 하늘을 우러러 탄식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형벌과 강압으로 명령으로 흩어진 백성을 불러모을 수는 있어도 임금(나라를 위해)에게 헌신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논어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명령으로 이끌면서 형벌로써 다스리면 백성은 형벌을 피하려고만 할 것이니 백성에게서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없어지고 말 것이다."(본문 중에서)


일시적으로는 명령과 형벌로 국민을 굴복시킬 수 있겠지만 강압과 명령으로 영원히 통치할 수는 없다는 것을 500년 전에도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권력기관을 동원한 압수수색과 구속기소로 언제까지 국민들의 저항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지금 전하의 나랏일은 매우 잘못되고 있습니다. 전하의 나랏 일은 마치 새의 양날개가 서로 다른 쪽을 향해 퍼드덕대는 것과 같습니다....... 「맹자」에서는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백성이 바라는 일을 들어 주고 싫어하는 일을 베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본문 중에서)


국민이 바라는 일은 들어주지 않고, 국민이 싫어하는 일에만 집착하는 통치자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500년이 지난 오늘, 저는 매일매일 <국민사직소>를 쓰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권력을 잘못 맡긴 주권자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을묘사직소>를 일독하였습니다.

"당나라 유학자 한유는 우두머리 목수가 나무를 쓰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굵은 나무를 대들보로 쓰고 가느다란 나무를 서까래로 쓰는 일은 목수가 해야 하는 일이다. 기둥 위와 아래에 쓸 나무를 찾고 문지방과 문설주와 문짝에 쓸 나무를 고르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목수는 이와 같이 나무를 취하여 방을 이루고 집을 이룬다."

"물고기가 썩을 때 뱃속부터 썩는 법입니다. 나라 또한 물고기와 같으니, 내부에서 썩기 시작해 곧 악취를 풍기며 무너져 내리는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공격하지 않고 은덕을 배풀고자 하였으나 왜구는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나라를 얕보며 함부로 날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바야흐로 왜구의 침탈이 일어나는 것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난 변고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군자가 한 나라에 살면서 인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현명한 신하를 존중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곧바로 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날 평범하지 않은 변고가 일어나면 장수는 수레에 올라 달려가고 군졸은 달음박질로 달려가 손짓하며 수습하려 해도 재앙이 닥친다."

"논어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명령으로 이끌면서 형벌로써 다스리면 백성은 형벌을 피하려고만 할 것이니 백성에게서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없어지고 말 것이다."

"지금 전하의 나랏일은 매우 잘못되고 있습니다. 전하의 나랏 일은 마치 새의 양날개가 서로 다른 쪽을 향해 퍼드덕대는 것과 같습니다....... 「맹자」에서는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백성이 바라는 일을 들어 주고 싫어하는 일을 베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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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얼굴들 지앤유 로컬북스 4
허정도 지음 / 지앤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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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통합 창원시가 되어 그 이름조차 잃어버린 근대도시 마산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저자 허정도가 쓴 <도시의 얼굴들>에 나오는 첫 문장은 매우 강렬합니다. 

 

"장소를 피해가는 삶은 없다. 출생부터 죽음까지 생의 한 순간도 장소를 벗어날 수는 없다."(본문 중에서)

 

<도시의 얼굴들>은 바로 장소에 새겨진 사람들의 삶을 담은 책이고, 사람들이 장소에 새겨 놓은 흐릿한 기억들의 재발견입니다.


저자는 건축과 도시전문가로 오랫동안 '도시의 공간 변천'을 연구하고 기록해 왔는데, 이번엔 도시와 건축에 관한 이야기대신 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에 주목하였고 그들의 발자취와 그들이 걸었던 길을 쫓아 이 책에 담았습니다. 


"20세기 전반 60여 년, 마산이라는 한 도시에 남긴 16인의 흔적"을 도시와 건축에 탁견을 가진 저자가 여러 자료와 문헌들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질문하는 방식'의 상상력을 보태는 것으로 입체감을 높여놓은 새로운 형식의 도시스토리텔링입니다. 


등장인물은 모두 16명. 마산 사람들도 모르는 이가 많지만 잊지 않아야 할 사람들로 옥기환, 명도석, 김해랑, 독립운동가 김명시, 시인 백석, 마지막 왕 순종, 국어학자 이극로, 김수환 추기경 그리고 이원수, 김춘수, 천상병, 나도향, 임화와 지하련 같은 문학가들 그리고 이름 모를 산장의 여인이 그들입니다. 


민족해방운동사에서 마산을 대표하는 단 한 명을 꼽으라면, 김명시

 

열여섯 명의 주인공들 중 독자들에게 가장 소개하고 싶은 이는 김명시 장군입니다. 마산에서 태어나 열여덟까지 살았으며 러시아를 거쳐 중국 대륙과 만주벌판을 무대로 민족 해방을 위해 싸웠던 독립 운동가이자 사회주의혁명가입니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었고, 3.1만세운동 때 얻은 부상 후유증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사회주의 계열 항일투쟁에 뛰어들어 무려 12년이나 일제의 감옥에 갇혔던 김형선이 오빠였고, 1930년대 부산과 진해에서 적색노조운동을 이끈 김형윤이 남동생이었다."(본문 중에서)


고향을 떠나 항일 투쟁에 뛰어들었고, 스물여섯에 일제 경찰에 체포되어 7년간 신의주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고 나와 1939년부터 팔로군에 입대하여 대륙을 누볐답니다. 조선의용군에 합류하여 김무정 장군과 함께 해방이 될 때까지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볐다고 합니다.


흔히 여성독립운동가라고 하면 남자들을 뒷바라지 하였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김명시 장군은 남자와 꼭 같이 총을 쏘고 훈련 받고 전투에 참가하였습니다. 여성부대를 따로 조직하여 지휘한 여장군이었다는 겁니다.


영화 <암살>을 통해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전설 같은 투쟁이 꽤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흔한 이야기는 아니지요. 최근에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소개한 여러 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도시의 사람들>이 가진 특별함은 바로 아래와 같은 인용문에 있습니다. 

 

"김명시는 1907년 동성리 189번지(오동동 문화광장 무대 자리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중략) 김명시가 살았던 때의 동성동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예전에 그 많았다는 요정도 지금의 아구찜 식당도 당시에는 없었다. 다닥다닥 붙은 나지막한 초가 사이로 거미줄처럼 얽힌 좁고 굽은 흙투성이 길뿐이었다. (중략) 소녀 김명시가 책보자기를 등에 둥치고 집과 학교를 오갔던 길은 어디였을까? 김명시의 집에서 학교까지는 대략 700여 미터, 소녀 걸음으로 15분 정도의 거리였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김명시가 살았던 동네와 흔적에 주목합니다. 어떤 역사학자도 '소녀 김명시의 등굣길'을 상상해보지는 않았을 겁니다. 독자들은 100여 년 전 김명시의 등굣길을 따라가면서 당시 마산의 모습을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 


다섯 쪽 가까이 이어지는 김명시의 등굣길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100여 년 전 마산 도심의 입체적인 모습과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보면 마산공립보통학교의 만세운동 역사에까지 닿습니다.


김명시가 6학년으로 편입했던 그 해 봄에 마산공립보통학교에는 이원수가 2학년으로 편입하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서로 얼굴이라도 익힌 사이였을까?"


허정도가 이끄는 김명시 이야기는 해방 후 동지들과 함께 봉천에서 서울까지 걸어온 귀국길도 쫓아갑니다. 그리고 4년 뒤 부천경찰서 유치장에서 "수도 파이프에 자신의 치마를 찢어서 걸어놓고 목을 걸고 앉은 채로 자살했다"는 비통하고 안타까운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집니다. 


언론인 정운현도, 역사학자 강만길도, 일제강점기 민족 해방운동사에서 마산을 대표할 수 있는 단 한 명을 꼽으라면 바로 김명시 장군이라 했답니다. 하지만 지금 마산에서는 그 이름조차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란'을 찾아가는 시인 백석의 마산 길


열여섯 명 중에 딱 한 명만 더 소개한다면 누구를 해야 할까 오래 고민한 끝에 마산까지 이어진 개화기 최고 모던보이 백석의 사랑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월북 문인들의 작품이 해금되면서 남한에서 가장 새롭게 조명 받는 작가는 바로 백석입니다.


그를 다룬 논문과 책이 1천여 편을 넘겼다는군요. 평북 정주가 고향이고 동경 유학을 다녀와 조선일보 기자로 일했던 백석이 뜬금없이 마산을 세 번이나 다녀간 까닭은 무엇일까요? 한 편의 영화 같은 아릿한 짝사랑을 찾아가는 길에 마산을 거쳐 갔다고 합니다.


한 해 전 여름 친구의 결혼식 축하연에서 '란'을 처음 만난 후에 마음을 빼앗겼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1936년 1월, 2월, 12월 모두 세 번 마산을 거쳐 통영으로 갑니다. 지금처럼 교통이 편리한 시절이 아니었기에 애끓는 그리움으로 먼 길을 다녀갔다는 것을 쉬이 짐작할 수 있겠지요. 

 

"서울역에서 출발한 백석은 삼랑진에서 기차를 갈아탄 후 구마산역에 내렸다. 통영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하필 그날은 란이 서울로 가는 날이었다. 선창에서 내린 란이 구마산역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 백석은 배를 타기 위해 구마산역에서 선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불종거리에서 지나쳤다. 백석은 몰랐고 란은 알았다."(본문 중에서)

  

운명 같은 엇갈림이 마산 불종거리에서 있었고 백석과 란은 그후 다시 만나지 못합니다. 한편 통영에서 백석은 '란'을 그리워하며 '통영'이라는 시를 씁니다. 그날 쓴 시 '통영'에는 마산이 등장한답니다.

 

"구마산의 선창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중략) 내가 들은 마산 객주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본문 중에서)

 


 

저자는 1936년 구마산역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마산포를 향해 걷는 백석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구성 해냈습니다.

 

"역에서 나와 불종거리에 들어선 백석의 헤어스타일은 여전했다. 올백으로 넘긴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중략) 백석이 왔던 1936년 1월 초, 이원수는 형무소 안 독방에서 1월말의 석방을 기다리며 떨고 있었다. 가던 발걸음을 잠깐 멈추고 담장 안으로 눈길을 돌려봤을까?"(본문 중에서)


한 해 동안 세 번이나 통영을 찾아갔지만 청혼은 거절당하고 끝내 그녀와는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와 인연이 어긋난 후에 쓴 여러 편의 작품에도 '란'의 잔영이 오래도록 스며있습니다. 백석이 다녀 간 마산에도 그의 발자국이 남아 있겠지요.


이 책은 열여섯 명의 주인공들과 얽힌 마산이야기를 이런 방식으로 서술합니다. "도시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건축가, 사람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 지식인" 허정도가 풀어 낸 마산 이야기 입니다.


마산에 살고 있거나 백석처럼 잠시 마산을 거쳐 간 사람들, 그리고 마산과 아무 인연이 없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숨겨진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저자는 문화적 도시재생을 위한 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마산을 재생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을 주장하는 이도 많았고 이용할 사람도 많았지만, 스토리를 발굴하고 엮어 낼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더 먼저 더 깊이 고민한 자신이 <도시의 얼굴들>을 썼습니다. 마산이 아닌 다른 <도시의 얼굴들>을 기록하는데도 널리 길잡이가 될 만한 책 입니다.



출처: http://www.ymca.pe.kr/2565 [세상 읽기, 책 읽기, 사람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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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8-12-29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 읽기, 책 읽기, 사람살이] 포스팅에 첨부된 이미지들이 알라딘 서재에서는 보이지 않나봐요
 
행복한 꽃차 만들기 - 누구나 쉽게 배우는
이영득.고찬균 지음, 노승일 감수 / 황소걸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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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봄에 흐드러지게 핀 '목련'을 따다 꽃차를 만들었던 일이 있습니다. 당시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목련꽃차' 이야기를 듣고 아무 공부 없이 등산로 어귀에 활짝 핀 목련꽃을 따다가 잘 말려서 차로 우려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만든  목련 꽃 잎차는 향이 너무 강해 맛을 즐길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화장품 맛이 난다'고도 하였고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향이 강해 어떻게 차로 마시냐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목련 꽃잎을 차로 마실 수 있다는 것에 설레었지만, 실제로는 맛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10여년 쯤 세월이 흐른 후, 지난 2월 말 꽃차 전문가인 이영득 선생님과 함께 '목련 꽃 잎차'를 마셔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십여 년 전쯤 목련 꽃 잎을 따다 무작정 말려서 차로 우려냈던 나의 목련 차와는 워낙 맛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은은한 목련향이 배어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옅은 단맛과 약간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졌습니다. 이영득 선생이 주신 목련 꽃잎 차를 마셔보고, 그가 쓴 <행복한 꽃차 만들기>를 읽은 후에야 꽃잎만 따다 말린다고 차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풀꽃 도감을 비롯한 산나물, 들나물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낸 생태전문가이자 <강마을 아기너구리> 같은 예쁜 동화책을 쓴 동화작가 이영득 선생이 이번에는 <행복한 꽃차 만들기>를 출간하였습니다.


예쁜 산수국 꽃차 사진이 담긴 <행복한 꽃차 만들기>를 읽어 보니 이영득 선생 혼자 만든 책이 아니더군요. 글과 사진은 고찬균 선생과 함께 작업하였고 한약학을 전공한 노승일 박사의 감수를 받아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고찬균 선생은 "자연이 좋아 경주 산내면 산속에 살며 꽃, 잎, 가지, 뿌리, 열매 등 풀과 나무에서 얻은 것으로 차를 연구하고 만드는" 분이라고 합니다. 책을 받아 주르륵 넘겨보며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것은 화려하고 눈부신 꽃차 사진들입니다.


텍스트보다 사진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책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독자들도 글보다 먼저 사진이 눈에 띌 텐데... 실물보다 더 아름답고 고운 사진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치 꽃을 주제로 한 화려한 '사진집'을 보는 기분에 젖게 될 것입니다.


고요한 명상으로 빠져드는 꽃 차 사진


만약 명상과 영성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치 명상을 하는 것 같은 고요함이 깃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꽃차, 잎차, 줄기차, 뿌리차를 만들기 전에 지켜야 할 것들을 먼저 마음에 새겨두라고 충고합니다.


"꽃과 잎 등 재료를 모실 때는 자연의 기운을 받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한다. 자연에 간 손님으로 예를 갖추고, 표가 나지 않게 솎는다. 넘치는 것보다 모라란 듯 하는 것이 자연의 복을 귀하게 누리는 방법이고 자연에 깃들어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에 대한 예의다."(본문 중에서)

또 꽃차를 만든 후 차로 우려 낼 때 찻잔 속에 꽃이 다시 피어나도록 하려면 씻지 않아도 되는 깨끗한 자연에서 재료를 구하라는 팁을 줍니다. "꽃은 씻으면 향이 줄고, 꽃가루가 씻겨나간다"는 것이지요. 꼭 씻어야 할 상황이라면 짧은 시간에 씻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 꽃이나 잎 혹은 줄기나 뿌리로 차를 만드는 경우 반드시 '때'를 맞추라고 강조합니다. 가령, 꽃은 종류에 따라 모시는 때도 다르다고 합니다.


"꽃은 30% 정도 피거나 부푼 봉오리가 좋다. 어린 꽃봉오리는 풋내가 나고, 활짝 핀 꽃은 꽃잎과 꽃가루가 잘 떨어져 모시기 힘들고 효능도 줄어든다. 대신 꽃음료를 만들 때는 활짝 핀 꽃이 좋다. 비 맞은 꽃이나 이슬에 젖은 꽃은 물기가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각각의 차 만드는 방법을 소개할 때 꽃차, 잎차에 따라 가장 좋은 때가 언제인지를 알려줍니다. 아울러 초보자라면 쓰임새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마음에 새겨 두라고 일러줍니다.


"모양이나 색이 중요한 때는 팬, 찜기, 등에 면 보자기를 깔고 수분을 뺀 다음, 저온에서 시작하여 온도를 조금씩 높이며 덖는다. 맛과 향이 중요한 때는 중온 이상이나 고온에서 충분히 덖거나 찐 다음 덖는다. 모든 차에 해당하지는 않고 일반적인 예다."(본문 중에서)



아울러 모든 꽃차와 잎차들은 온도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꽃에 따라 저온에서 고온으로 덖는 것, 고온에서 시작해 저온으로 낮추면서 덖는 것, 중온에서 시작해 온도를 높이며 덖는 것이 있다는 것과 각각 꽃에 따라 적당한 온도와 덖는 시간 따로 알려주면서도 기본 원칙을 기억해 두라고 일러줍니다.


"이때 온도를 급하게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온도를 높이고 낮출 때는 같은 온도에서 두 번 이상 덖어 꽃이 그 온도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보통 팬 온도 다이얼 0.2cm씩 높이거나 낮추며 여러 차례 덖는다. 온도를 갑자기 높이면 꽃이 오므라들거나 타거나 거뭇해질 수 있다."(본문 중에서

꽃이나 잎은 살아 있을 때 뿐 아니라 차를 만들기 위해 열을 가할 때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다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꽃처럼 다루어야 나중에 따뜻한 물과 만났을 때 마치 살아있는 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살아나기 때문입니다.


꽃은 찻잔 속에서 두 번째로 피어난다


꽃차를 마실 때마다 전해오는 감동 중 하나는 따뜻한 물속에서 살아있을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아름다움을 머금고 예쁜 자태로 활짝 피어나는 것입니다. 꽃차의 매력도 바로 이 지점에서 발휘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꽃차를 보관하는 방법도 일러줍니다. 습기에 민감하니 건조하게 보관하고 가끔 수분을 점검해주라고 권합니다. 햇빛이 닿으면 색이 바래고 성분이 바뀌는 경우도 있으니 밀폐하여 습기 없고 빛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라고 강조합니다. 어떤 먹을 것이든 무조건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꽃차를 보관하기에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당신이 알고 있는 꽃차는 몇 종류나 되는가요? 직접 마셔 본 꽃차는 몇 종류나 되나요? 저는 여러 종류의 국화차와 도라지 꽃차, 목련꽃차, 장미꽃차를 마셔 보았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꽃차의 종류는 몇 가지나 될까요?


이 책에 소개하는 120여 종의 차가 모두 꽃차는 아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풀꽃들은 대부분 차로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자연과 가까이 살았던 옛 사람들은 지금 사람들보다 꽃을 먹는데 더 익숙해 있었다는 것은 다들 아시지요? 부모님들로부터 봄에 진달래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는 이야기 한두 번은 들어보셨을 테지요.


"꽃(화)전, 화채, 부각, 차, 술, 약 등으로 꽃의 색과 모양, 영양분, 약효를 자연스레 얻었다. 꽃은 비타민, 아미노산, 미네랄 등 영양소가 많아서 종합 영양제라 할 수 있다. 면역력을 높이고 신진대사를 돕고 노화를 더디게 하는 등 약선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꽃을 곁들인 음식은 보는 즐거움이 있다. 영양분에 맛과 향까지 담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자연이 준 선물이다."(본문 중에서)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거나 꽃이 몸에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꽃으로 만든 음식이나 꽃술 꽃차를 보면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보는 즐거움과 향이 각별하기 때문이지요.


꽃차 만들기를 취미 생활 정도로 하실 분들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덖음솥이나 찜기, 면보자기, 멍석, 병 등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한때의 호기심으로 경험해보는 사람들이라면 집에 있는 비슷한 도구를 활용해도 그만이겠지만요. 가장 중요한 것이 덖음솥인데 책에 나오는 모든 레시피는 전기팬을 기준으로 설명이 되어 있으나 바닥이 두꺼운 솥과 냄비라면 모두 괜찮다고 합니다.


꽃차 만들기...향매김이 가장 중요하더라 


용어 설명도 빠뜨리면 안되겠군요. 덖기, 말리기, 법제, 볶기, 식히기, 열건, 찌기, 수분점검, 향매김 같은 꽃차 만들기에 필요한 용어들에 대하여 따로 설명을 해두었습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향매김인 것 같습니다. 향매김이 제대로 안 되면 꽃차만들기는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수분 점검을 한 뒤 정해진 시간 동안 저온에서 뚜껑을 덮고 향을 가두는 일. 재우기, 잠재우기라고도 한다. 향매김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향기나 맛이 부족한데 모양과 색이 중요한 꽃은 한 시간 안팎, 모양과 색뿐만 아니라 맛과 향이 중요한 꽃은 두 시간 안팎, 잎이나 가지, 열매, 뿌리 등은 여섯 시간 안팎으로 한다."(본문 중에서)

꽃차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 정성이 담겨야 하지만, 향매김을 하는 시간이야말로 그 정성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복한 꽃차 만들기>에는 지금까지 소개한 것뿐만 아니라 꽃을 찌는 까닭(대부분 꽃은 쪄서 덖는다), 덖는 온도, 꽃차 마시는 법 그리고 각각의 꽃차가 가진 약효 등에 대하여 자세히 알려줍니다.


꽃차를 마시는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각별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겠습니다만, 꽃차에 관한 이런 상식을 알고 마시면 그 즐거움이 두 배, 세 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이 책은 꽃차 만들기를 해보실 분들에게도 유익하지만, 저처럼 꽃차에 대해 그냥 좀 알은체하면서 마시고 싶은 분들에게도 유익한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해보세요, 감나무와 고욤나무 꽃차 만들기


봄을 대표할 만한 꽃차 두어 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먼저 감나무와 고욤나무 차입니다. 감나무, 고욤나무 꽃차는 5월 말에서 6월, 잎차는 4월 중순부터 6월까지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어린잎은 쓰면 좋지만 큰 잎은 자르면 되고, 고온에서 숨을 죽인 뒤 덖고 비비고 식히는 과정을 3~5번 되풀이 하며, 덖은 뒤 수분이 있을 때 여러 번 비벼야 맛난 차가 된다고 합니다. 수분이 어느 정도 빠지면 온도를 조금 낮춰 여러 번 덖고 수분 점검 뒤 6시간 안팎으로 향매김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감꽃은 그냥 말리거나 쪄서 말리면 꽃차가 된다고 합니다.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이뇨, 지혈 작용을 하며 감기, 고혈압, 괴혈병 등에 좋다고 합니다."(본문 중에서)

타이밍을 놓치기는 하였지만 봄을 대표하는 꽃 중 하나인 개나리도 꽃차를 만든다고 합니다. "가지에 조롱조롱 매달려 반짝반짝 빛나던 노란별이 차가 되는 게 고맙다. 개나리 꽃차는 은은하고 순한 맛으로 몸을 흔들어 깨운다"고 합니다. 개나리 꽃차는 꽃이 오므라들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갓 핀 꽃을 준비한다. 저온에 면 보자기를 깔고 겹치지 않게 놓는다. 수분이 어느 정도 빠지고 모양이 잡히면 온도를 조금씩 높이며 덖어 고온에서 마무리 한다. 꽃이 부서지지 않게 면 보자기를 들썩이며 덖는다. 수분 점검 뒤 1시간 안팎으로 향매김을 한다. 청열, 이뇨, 소염 작용을 한다. 신장염, 방광염, 당뇨, 여드름 등에 좋다."(본문 중에서)

벚나무, 산벚나무, 왕벚나무 등 벚꽃은 모두 차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이미 벚꽃이 피었다 져버려서 내년 봄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년 봄엔 벚꽃 엔딩 같은 노래를 들으며 벚꽃을 보며 벚꽃 차를 마셔보고 싶습니다.


개나리, 돌복숭아꽃도 꽃차로 만들 수 있어


꽃이 예쁘기로는 복사나무도 뒤지지 않습니다. 산에 절로 자라는 복사나무를 흔히 돌복숭아라고 하는데 산에 절로 자라는 돌복숭아가 꽃이 곱고 화사하다고 합니다.


"봉오리나 갓 핀 꽃을 준비한다. 저온에 면 보자기를 깔고 펼쳐 놓은 뒤 가끔 뒤집는다. 모양이 잡히면 온도를 조금씩 높이며 덖다가 고온에서 마무리한다. 핀 꽃은 수분을 90% 정도 빼고, 10~15초씩 찌고 식히기를 되풀이한 다음 고온에서 덖는다. 빨리 식혀야 눅눅해지지 않는다. 수분 점검 뒤 2시간 안팎으로 향매김을 한다. 벌레가 많은 꽃이니 반드시 고온에서 덖어 마무리 한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변비, 월경불순, 소화불량, 기미, 주근깨 등에 좋다."(본문 중에서)

5월에 피는 붓꽃도 보라 빛이 아름다운 차를 만들 수 있고, 7월에 피는 분꽃도 주홍빛이 곱게 우러나는 차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110여 종의 꽃차와 잎차 그리고 10여종의 약차와 꽃음료 만드는 법 그리고 다식 만드는 법들도 자세히 정리되어 있는 책입니다.


<행복한 꽃차 만들기>, 누구나 쉽게 배울 수는 있지만, 누구나 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꼼꼼하고 정교한 손길이 있어야 하고 차분하고 느긋한 마음도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인 듯합니다. 직접 해보지 않았지만 책만 읽어봐도 꽃차 만들기는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숲에서 맑은 바람 마시며 새소리를 듣고 놀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에 자연의 생기가 채워진다. 꽃을 덖고 차를 마시는 시간은 참살이를 하면서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이다. 스스로 꽃이 되는 시간이다."(본문 중에서)

"덖을수록 짙어지는 빛깔, 덖을수록 깊어지는 향기, 덖을수록 가벼워지는 무게." 자연을 모시고 덖는 일을 반복하다보면 짙게, 깊게, 가볍게 사는 법도 함께 배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에 꽃을 모시고 살아가고 싶다면 <행복한 꽃차 만들기>와 함께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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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람에게 가는 길
김병수 지음 / 마음의숲 / 2013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팔당 농부 김병수의 세계 공동체 순례 여행기 <사람에게 가는 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하여 세계 공동체를 찾아 떠난 여행.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만 막상 그 꿈을 실현시키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사람에게 가는 길>은 유기농업과 사회운동을 하던 저자 김병수가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찾기 위해 2년 6개월 동안 세계 21개국 38개 공동체 마을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살았던 경험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공동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을까요?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휴메니버서티 공동체입니다.


사람을 만드는 학교로 번역할 수 있는 휴메니버서티 공동체는 네덜란드 서쪽 바닷가 에그몬트라는 마을에 자리 잡은 공동체입니다. 20여 개가 놓인 침실은 남녀가 함께 사용하고, 심지어 샤워실도 남녀 구분이 없으며 폭력은 금지되지만 서로가 원하면 섹스는 가능한, 자유로운 치유를 위한 공동체입니다. 한국인 저자에게는 생경하고 낯선 문화였지만 한 달을 머무르면서 소중한 체험을 하였다고 합니다.


"투어리스트 그룹은 알코올 혹은 마약 중독, 스트레스, 우울증, 소심증, 자폐증 등 정신 병력이 있어 휴메니버서티에 비싼 비용(1주일 40만원, 40일 150만원)을 지불하며 치료받고 있는 사람들이다."(본문 중에서)


1978년에 만들어진 휴메니버서티 공동체는 명상, 요가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잘 아는 '오쇼라즈니쉬'의 제자를 지도자로 모시고 있다는군요. 굉장히 비싼 비용을 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날이 번창하는 비결은 치료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랍니다.


알코올, 마약 중독...병원보다 탁월한 명상 치료


이곳에서 알코올중독과 마약중독을 6개월 이상 치료 받는 경우 완치율이 75%에 이른다고 하는데, 유럽의 국가기관이나 전문기관 완치율이 35%정도이니 대단한 것이지요. 다이내믹 메디테이션이라고 부르는 역동적인 명상법과 심리학 이론을 응용한 정신 치료법을 사용하는데, "마음속에 쌓여 있는 나쁜 기운이나 원한 등은 밖으로 분출해 풀어 버리고, 좋은 에너지나 욕구는 자유롭게 마음껏 채우라"로 정의할 수 있답니다.


"메디테이션 방은 푸른색과 붉은색 조명이 어슴푸레 비치고 정면으로는 수염을 길게 기른 오쇼라즈니쉬의 사진이 걸려 있다. 누군가 징을 치면 음악에 맞춰 처음 10분간은 양팔을 구부린 채 몸 쪽으로 당기면서 코로 몸속의 나쁜 기운을 내뿜는다. 신기하게도 1분도 채 안 돼 메디테이션 방은 심한 악취로 가득 찼다. 다음 10분간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다시 징소리가 울리면 격렬하게 10분간 춤을 춘다. 징소리가 울리면 움직이던 상태에서 갑자기 멈춰 정지동작으로 10분간 그대로 있는다."(본문 중에서)


흔히 명상이라고 하면 고요하게 집중하는 동양의 참선을 떠올리겠지만, 다이내믹 메디테이션은 동양의 참선 같은 메디테이션 기법을 익히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고안된 것이라고 합니다. 격렬한 몸동작을 통해 마음과 정신을 비워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 원리라는 것이지요.


아무튼 놀라운 것은 네덜란드의 한적한 바닷가 동네에는 '영혼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기구한 사연을 겪어 마음과 영혼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독특한 명상법을 통해 탁월한 치유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방문한 네덜란드, 미국, 영국, 프랑스, 멕시코, 인도, 쿠바, 캐나다, 덴마크, 독일, 브라질, 북아일랜드를 비롯한 21개국 38개 공동체 중에서 독자인 제가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가장 완벽한 공동체 시스템을 갖춘 미국의 트윈옥스'입니다. 트윈옥스는 퀘이커 모임인 펜들힐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공동체 중 한 곳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시간에 하는 유토피아 노동제도, 트윈옥스


경제적으로 완전하게 자립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도자가 없는 독특한 의사결정 시스템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는 다른 나라의 공동체의 자립을 위한 지원까지 해내는 저력 있는 공동체입니다.


"트윈옥스의 최대 장점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노동제도'라고 말할 것이다. 이들의 노동제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 노동제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트윈옥스는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눠 갖는 일종의 공산주의 공동체다. 직업에 따라, 직종에 따라 더 많이 벌고 적게 버는 경우는 없다. 일을 더 많이 한다고 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니, 자연스레 자기 개성이나 능력에 따라 좋아하는 일을 찾아하면 된다."(본문 중에서)


트윈옥스에서는 자본주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트윈옥스 사람들은 많이 벌기 위해 남들과 경쟁하고, 자기 능력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하는 현재 자본주의의 모순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유토피아적인 노동제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공동체 인구의 상한선을 100명으로 설정해두었다고 합니다. 어른 정회원 5명당 어린이 1명, 노인 1명으로 노동과 경제적 부담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이한 규칙은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구성원으로 가입할 때 개인 재산을 공동체에 헌납하도록 요구하지는 않지만, 공동체에 머무는 동안은 사용할 수 없도록 합니다. 공동체 밖에서는 부자여도 공동체에 들어오면 물질적으로 평등해야 한다는 의미랍니다.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까지 스스럼없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


1967년에 시작된 트윈옥스는 월든Ⅱ를 읽고 영감을 얻은 '캣트'와 그녀의 친구 '루카스'가 종자돈 26,000불로 123에이커의 땅을 사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신문광고를 내 사람들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시작부터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수년 동안 자립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온갖 시행착오를 경험한 끝에 누군가 '해먹'(그물침대)을 만들어 팔자는 제안을 하였는데, 그것이 사업적인 성공을 이루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마련합니다. 1967년에 시작하여 6년만인 73년 무렵에 공동체의 기본 틀을 모두 갖추었다고 하니 놀라운 성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다른 공동체와 단체를 지원하는 일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트윈옥스의 지원으로 1982년에 만들어진 '에이콘 공동체'가 대표적 사례이고 평등주의 공동체 연대라는 공동체 연대모임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답니다.


"트윈옥스는 매해 5천불 정도를 150여 개 단체에 지원한다. 지원이라야 한 개 단체에 20불부터 많게는 70불 정도지만, 그 의미나 씀씀이가 놀랍다. 트윈옥스는 세계 각국에서 평화와 비폭력, 그리고 환경보전과 인권보호 등 인류가 추구해야 할 존엄한 가치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 단체들의 활동에 동의하고 지원한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본문 중에서)


자신들의 삶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세계 각국의 평화와 비폭력, 환경보호와 인권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소박하지만 구체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다녀 온 세계 여러나라의 38개 공동체 가운데도 이런 활동을 펼치는 곳은 트윈옥스 뿐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공동체가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들이 함께 스스럼없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며,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가 없으며, 특정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구심도 없고, 심지어 회원 전체가 모이는 모임도 없는 개성과 정체성이 뚜렷한 개인들이 모여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가는 길>에 나오는 모든 공동체를 소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마음이 가는대로 딱 세 군데 공동체만 소개하리라 마음먹고 책 소개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소개한 두 곳은 어렵지 않게 선택하였습니다만 세 번째 공동체를 고를 때는 갈등이 적지 않았습니다.


간디, 함석헌, 윤보선, 만델라가 머물던 영성 공동체


세 번째는 유럽 퀘이커들의 공동체인 우드부룩입니다. 저자는 우드부룩을 우리식으로 설명하면서 "기독교 내 작은 교파의 훈련원"같은 곳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이곳은 마하트마 간디, 함석헌 선생, 윤보선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 같은 유명 인사들이 머물렀던 세계적인 영성 공동체입니다.


100년 전통의 우드부룩을 지탱하는 저력은 퀘이커들의 깊은 영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기독교와는 판이하게 다른 퀘이커는 자유로우면서도 진지한 신앙공동체였다고 합니다.


"매일 아침 30분 저녁 15분, 일요일은 1시간씩 종교 모임을 갖는데 매우 독특하다. 참석자들이 둥그렇게 앉아 침묵한 채 그냥 앉아 있다가 시간이 되면 옆 사람과 악수하며 인사 나누는 게 전부다."(본문 중에서)


설교하는 목사도 없고 기도중에 일어난 영적 체험은 모두 녹음하여 기록으로 남긴다고 합니다. 모든 제안은 구성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결정하는데 만장일치가 아니면 보류된다고 합니다. 영적인 공동체인 이들의 관대함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얼마 전 파키스탄에서 온 이슬람 교수 '나힘'이 저녁기도에 참여해 이슬람 찬송을 틀 자고 제안했다. 놀랍게도 아무도 반대하지 않고 이슬람 기도송이 틀어졌다. 저녁 기도 때는 참석자의 제안에 따라 가끔 음악을 듣거나, 좋은 글을 낭독하곤 하지만 타 종교의 찬송을 허용하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닐 텐데 퀘이커의 포용력이 위대해 보였다."(본문 중에서)


퀘이커의 영성에 기반한 우드부룩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청빈하지만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나 정의로운 실천이 요구되는 현장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워싱턴에서 열리는 반전시위에도 참여하고 한국 전쟁 때는 군산에서 병원을 운영한 일도 있었답니다.


우드부룩이 안정적으로 운영된 것은 부유한 퀘이커들이 죽음을 맞이할 때 퀘이커 재단에 재산을 헌납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드부룩 역시 1870년 경 초콜릿 회사를 경영하여 큰 부자가 된 퀘이커 교도 조지 케드베리가 자신이 살던 집을 기부하면서 시작되었다더군요.


퀘이커는 영국에 2만 명, 미국에 10만 명, 전 세계를 통틀어 30만 명 정도 밖에 안 되지만, 영성에 기반한 그들의 청빈한 삶과 정의로운 실천 때문에 그 영향력은 백배, 천배로 나타나고 있는 듯합니다.


우드부룩은 수용인원이 최대 50명을 넘지 않는 조그만 스터디센터이지만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저작물을 생산하는 전문 출판사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운영자, 기획교수단, 관리책임자들이 수준 높은 공동체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우드부룩과 같은 체계적이고 진지한 토론과 교육 훈련과정을 통해 퀘이커는 얼마 안 되는 숫자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평화운동, 비폭력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미처 소개하지 못한 공동체이야기가 더 많이 있습니다. 이 땅에 실현하고 있다는 80년 전통의 브루더호프, 브라질, 쿠바, 인도, 멕시코 같은 나라의 농촌 혹은 제 3세계 공동체 그리고 플럼빌리지와 코 하우징 같은 영성공동체나 코리밀라나 세오 도 마피아 같은 평화공동체를 다녀 온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가지 삶의 대안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 하루 이틀 방문해서 그들의 삶과 생각을 이해하고 배울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공동체 순례입니다.


그는 방문하는 공동체마다 여러 날을 함께 생활하면서 그곳 사람들과 마음으로 그리고 영혼으로 만났다고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순례 경험을 고스란히 담은 결정체와 같은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것은 트윈옥스 방문자 프로그램 안내 책자에 나오는 공동체 선택의 기준을 제시한 안내문입니다.


"공동체에 1주를 머물면 좋은 점들만 보일 것이다. 이 느낌으로 멤버가 되겠다고 결단하지 말고 기다려라. 공동체에 2주를 머물면 여러 규칙들이 너를 불편하게 할 것이다. 이 문제로 공동체가 불편한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마라. 더불어 살려면 최소한의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동체에 3주를 머물면 싫어지거나 미운 사람들이 보일 것이다. 이 일로 공동체 멤버가 되기를 포기하지 마라. 나와 다르다고 나와 어울리지 못할 사람이란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문제들이 극복되었다고 생각될 때 멤버 가입을 고려하라. 다만, 내가 이 공동체에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준비돼 있는지 먼저 점검하라."(본문 중에서)


삶을 함께 하는 공동체 참여는 물론이고 작은 계모임이나 동호회 혹은 새로 출근하게 된 직장이라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함께 살아가려면 이런 마음으로 참여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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