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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극히 내성적인 (최정화)

내성적인 모든 사람을 끌어들이는 제목. 그에 비해 실제 표지의 모티브가 된 단편의 제목은 '지극히 내성적인 살인의 경우'로 모든 내향적 성격의 소유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만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면에 대한 작가의 치밀한 묘사만큼은 모두에게 만족감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그 외에도 매력적인 단편들로 구성된 이 작품은 아마 긴 단편의 향연에 지친 독자에게 신선한 재미가 되어줄 것 같다. 그러면서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은 단편 속에서 내 마음에 꼭 드는 작품을 발견하는, 그런 즐거움이 더해질지도 모르고. 정이현의 말처럼 '온전해 보이는 세계를 냉정한 시선으로 관찰하여 위태로운 불안의 기미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작품집이라면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2.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도쿠나가 케이)

시골이라 불러도 좋을 지방 소도시의 작은 주류점의 문에는 '무엇이든 배달합니다' 라고 쓰여진 쪽지가 붙어있다. 무엇이든이라니, 취급하는 주종이 다양하다는 의미인가 싶지만 무뚝뚝한 사장이 배달하는 건 정말로 무엇이든, 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무엇이든 진심이라면 배달해준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렇게 배달된 참마음은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리고 그 배달을 도맡아 하는 사장도 행복하게 만드는 즐거운 부업이 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에도 따뜻하고 어딘가 시큰한 감동이 한가득 배달될지도 모른다. 그것 역시 가타기리 주류점에서 기꺼이 맡는 부업일 것이다.



3. 음의 방정식 (미야베 미유키)

반가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의 중심이 되는 사건은 미야베 미유키가 지금껏 그려온 것들에 비해서는 평범하게만 느껴진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연쇄 살인마에, 묻지마 독살 같은 게 등장해야만 미미여사에 걸맞는 스릴러라는 인식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교내에서 교사와 학생의 갈등으로 시작된 이 사건을 통해, 작가는 때로는 사소하게 어긋난 관계가 피냄새를 물씬 풍기는 사건보다 더 섬뜩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후지노 료코와 스기무로 사부로가 다시 등장해 마주하게 된 이 작품은 그러나 미스테리 그 자체보다도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빠짐없이 읽어온 애독자들을 위한 선물로 마련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4. 타인들 속에서 (조 월튼)

출판사의 소개만 읽어도 참 독특한 소설이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조 월튼의 작품. 그에게 휴고상과 네뷸러상, 영국판타지문학상까지 한번에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제일 사악한 마녀인 어머니를 저지하려다 쌍둥이 자매를 잃고 아버지를 찾으러 나선 소녀가 아버지의 세쌍둥이 누이인 고모들에게 호시탐탐 노림을 당하고, 끝끝내 자신의 카라스를 만나 어머니와 맞서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밑도 끝도 없는 판타지처럼 보인다. 하지만 옛 민담과 현실 속 갈등을 교묘히 짜넣는 작가의 구성력은 이 작품을 가볍게 볼 수 없게 만든다. 온통 가족들과 부대끼면서도 타인들 속에서 있는 것보다 더 괴로운 주인공을 응원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은 덤이다.



5. 별을 타는 아이 (얀도)

제목부터 어린왕자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 역시 어른을 위한 동화다. 이 책은 일에 지친 어른들에게 잠시 서류를 내려놓고, 노트북을 덮고,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과 맑게 갠 하늘과 야근 후 돌아오는 길의 고즈넉함을 주목하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너무 바쁘다. 때로는 아주 중요한 일들을 잊고 살 만큼 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성인 남자가 우연한 계기로 한 소년을 만나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이야기는 조금은 뻔할지도 모르지만, 때로는 뻔하지만 진실된 이야기가 간절히 필요한 법이다. 생활에서 잠깐 숨을 돌릴 좋은 핑계가 되어주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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