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이다. 이 분은...    

시사인에 이 분의 이야기가 있다. 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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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해야 책읽기 교육이 성공할까 (2006.01.09)
   송승훈   경기 광동고 국어교사   blog.naver.com/wintertree91

 책읽기 열풍이 학교에 불어온 지 세 해가 지났다. 그 와중에서 여러 책읽기 교육 방법을 잘 구경했다. 나는 그전까지 책을 읽고 하는 일이란, 독후감 쓰기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활발하게 실천사례가 오고 가는 중에 많이 배웠다. 그 방법들은 주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들고 극으로 표현하고 그러는 일이었다. 그런 수업 결과를 모아둔 자리에 구경가 보면, 눈이 호강했다. 그러나 눈으로 보기에 좋은 일은 따라하기가 힘들었다. 특출난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사례가 아니라, 어느 정도 의욕을 가진 보통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사례여야 의미가 있구나 생각했다.  


    교육청에서 공문을 내리고, 학교마다 교육계획서에 독서교육 계획을 세워넣고, 그렇게 바람이 불고 간 뒤에 남은 것은? 책읽기에 대한 관심과 분위기다. 그러나 이것도 중학교에서 주로 그렇고, 고등학교는 아직 바람이 미풍 수준이다. 입시교육 환경에서 무엇을 하겠느냐고 아예 내놓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수능점수를 올리는 데 책읽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수능 입시 때문에 책읽기가 어렵다고 한다. 꼬리에 꼬리를 서로 물며 상대를 탓하고 그러다 보면 내가 할 일이 없어진다. 세상의 많은 일이 이렇다. 구조에 대한 비판의식이 엇나가면 자기 합리화 논리가 된다. 이런 합리화 논리를 깨려면 의심이 필요하다.  


   흔히 고등학교에서 문제집 풀이 수업을 하는데, 이 문제집 풀이가 학생에게 세속적으로 어느 만큼 도움이 되는지 따져보자. 나는 늘 들었다. 입시전문가가 하는 말, “3월 점수가 끝까지 갑니다.” 세상에 공부를 해도 점수가 안 오르는 공부가 어디에 있는가. 학생들이 하는 말, “언어 영역은 공부를 해도 점수가 안 올라요.” 그것은 방법이 비효율적인 것이다. 입시모의고사 출제교사가 하는 말, “솔직히 언어 점수는 고3 초까지의 독서량이 거의 결정하지요.” 문제집을 푸는 공부가 학생의 실제 점수 올리기에 도움이 되는 정도는 과장되어 있다. 어느 일이나 그렇듯 문제집 공부 역시 한계효용이 있다. 한계효용을 가늠하지 않으면 그것은 효율을 잃는다. 내용에 대한 공부를 기본에 두지 않은 공부는 장기적으로 공부에 들인 시간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이 글은 “지금과 같은 입시교육에서는 어쩔 수 없다” “콩나물 교실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쓰는 글이다. 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1. 성공의 첫째 길  : 학생들에게 왜 책인가를 납득시키기  

 의외로 학생들은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꽤 된다. 더구나 한국 고등학교 교육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하는 실업계에서는 좀더 그렇다. 학생들이 이런 줄 모르고, 그 앞에서 ‘책읽기는 중요하니까 책읽기 교육을 하겠다’ 이렇게 말하면 잘 따라오지 않는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책이 익숙하지 않아서 재미없다고 피할 테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머릿속으로 얼른 손익계산표를 짜본 뒤 당장 입시에 필요하지 않겠구나 싶어서 지나칠 것이다. 선생님들 생각은 보통 ‘좋은 것인데 여건이 안 따라서 잘 못 읽는 것’에 가깝고, 학생들 생각은 ‘힘들고 필요없는데 왜 그걸 읽어’에 가깝다. 그래서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학생들이 납득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터넷에서도 좋은 정보를 넘치도록 얻고 비디오를 보고도 여러 생각할 거리를 많이 보는데, 왜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  

모니터를 통해 인터넷 싸이트로 보는 글은, 보통 세 쪽을 넘지 않는다. 길면 사람이 지루함을 느껴서 마우스를 딸깍거려 다른 쪽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영상으로 표현하기에 자극있는 내용에 치우치듯이, 인터넷은 빨리 읽히고 읽다가 멈추는 일이 없도록 신경쓴다. 따라서 인터넷 체제는 정보를 빠르게 얻고 나누기에는 좋지만, 깊이있게 체계있게 무엇을 축적하기는 어렵다. 인터넷은 한마디로 얇고 넓게 알기에 좋은 매체다. 그곳에서는 정보의 소비자가 되기는 쉽지만, 정보의 생산자가 되기는 어렵다. 생산자가 되려면 길게 체계있게 정리해놓은 종이책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책읽기가 실제 현실에서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전해주어야 한다. 나는 수능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 대답과 관련해서 어려웠다고 떠들썩한 지난해 2002년 입시 수능문제를 잘 살펴보라. 많은 대한민국 학생이 물먹은, 그리고 마침내 교육부장관까지 물러나게 한 그 시험문제는, 가만히 살피면, 글을 한 줄 한 줄 제대로 읽어낼 수 있으면 풀리는 문제가 많다. 객관식 문제풀이에 필요한 능력은, “유형학습 + 언어능력”이다. 그러면 학생 가운데 상위 30% 학생들을 대상으로 따져보자. 이들은 수능 전에 언어 문제집을 서너 권씩 푸는 학생들이다. 그런데 이 30% 상위 학생들 언어 점수가 110점에서 80점까지 30점 가량 차이가 났다. 똑같이 문제집을 푸는데 왜 점수차이가 날까?
  유형학습을 충분히 한 학생들 사이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근본적인 언어 능력이다. 흔히 하는 표현으로 ‘기본 실력’이라고 하는 그것이다. 유형학습에 지나치게 몰두한 대한민국 수험생들은, 수능 출제진이 유형을 바꾸자, 온통 휘청거렸다. 책을 즐겨읽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그때 언어 점수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보고가 여러 차례 있었다. 나는 유형학습이 의미없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유형학습과 기본 언어 능력을 기르는 학습이 적절하게 조화되어야 학습 효율이 높아진다는 무난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문제집을 내던지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얘기한다. 너희가 공부한다고 하면, 열 시간에서 아홉 시간은 문제집을 풀 텐데, 절반은 그대로 하던 거 하고, 절반만 바꾸어봐라. 다섯 시간을 문제집을 계속 하던 대로 풀고, 네 시간 정도는 책을 보고 한겨레신문을 보거나 <100분 토론>을 보거나 <피디리포트>를 보거나 <피디수첩>을 보거나 <책과의 만남>을 듣거나 그렇게 해라. 그렇게 대상을 이해하는 공부를 하는 게, 수능 객관식 문제풀이 공부에도 더 효율적이다. ‘당위’는 현실적으로 제시되어야 대중에게 힘을 얻는다. 큰 이념을 개인적 조건과 연결지어야, 사람이 움직이게 된다. (고등학교 상황이 이런데, 중학교에서 입시회사 문제집을 가져다놓고 지나치게 문제풀이 연습을 하는 일은 정말 비효율적인 교육이다. 똑같은 학습시간에 비슷한 노력을 들여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뜻에서 그렇다.)
   그밖에 학생들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는데, 갈등이 아주 없기보다는 어느 정도 갈등을 겪는 상태가 좋을 수도 있다. 교사가 다 지식내용을 죽처럼 쑤어서 떠먹여주는 암죽식 교육에 익숙해져서 지적으로 무기력해진 학생들은 무엇인가를 제힘으로 읽고 생각해서 글로 쓰는 활동을 몹시 힘들어한다. 새로운 방식에 길이 들 때까지 뻑뻑한데, 이런 학생들과는 맞추지 않는 게 더 낫다. ‘생각하는 씨알이어야 한다’는 함석헌 선생 말씀처럼 ‘생각하는 교육이어야 산다’. 교사가 학생에게 받는 평가는 헤어질 때 평가가 진짜다. 함께하는 과정에서는 오르락내리락 굴곡이 있는 게 당연하다. 때로 갈등을 겪지 않고는 가르칠 수 없는 내용이 있는 까닭이다.
  그리고 활동을 하면서, 활동을 마치고서, 학생들에게 무엇인가 남는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배웠다는 생각이 있으면, 학생들은 동참한다. 그러나 그러지 않으면 거부한다. 재미있게만 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따라올 것이라 여기면 크게 속상할 때가 있다.

2. 성공하는 둘째 길  : 전망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책 목록 제시하기

책읽기 교육에 실제 들어가면, 그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갈림길은 어떤 책을 고르는가에 있다. 나는 열한 가지로 나눠져 있는 책 목록을 나누어준다. 학생들이 자기 전망에 따라,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책읽기에 주는 의미의 차이에 따라 골라 읽을 수 있는 책 목록이다. 이때 교사가 권하는 책을 교사가 모두 읽으면 아주 좋다. 현실적으로 다 읽기 어려운데, 그러면 읽지 못해도 교사가 그 책을 사두고 읽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내가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는 책 목록 분류1) -
  (1) 다양한 지식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 

(2) 인생이 무기력한 사람을 위하여 : 가슴을 찡~하게 해줄 책
  (3) 성과 사랑에 대해 조금 알고 싶은 사람 
  (4) 대학입시와 상관없이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책 
  (5) 고급 논리 능력을 얻고 싶은 사람 : 논술 공부 
  (6)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에게, 여행에 대한 책들 
  (7) 교육에 대해 사색하고 싶은 사람 
  (8) 사회의식을 얻고 싶은 사람
  (9) 예술에 대해 사색하는 사람은 이 책을
  (10)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사람을 위하여
  (11) 역사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학생들에게 책을 권할 때 시기도 고려해야 한다. 3월에 처음 책을 권할 때는, 내가 이때까지 학생들과 같이 읽은 책 가운데서 반응이 아주 좋은 책만을 골라서 권한다. 학생들이 보통 학교에서 권하는 책 목록을 믿지 못하기에, 교사가 책읽기 교육을 하겠다고 하면 금세 불신하는 눈빛을 내보이고 그런다. 한해 동안 책읽기를 같이하려면, 맨 처음에 권하는 책을 성공시켜야 한다. 3월에 처음 교사가 사라고 한 책이 학생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한해 동안 책읽기 교육을 하는 데 저항이 별로 없다. 그러나 한번 잘못 책을 권해서 ‘저 선생님이 권하는 책은 안 좋아’ 라는 소문이 돌면, 호응이 없어서 힘이 들게 된다.

책 목록을 만들 때 보통 ‘책 수준’을 따져서 정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정서를 고려해야 한다. 저쪽 학교에서 성공한 책 목록이 이 동네 학생들에게는 잘 먹히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학생들이 사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분야에서 전문가들에게 인정받는 책이라도, 요즘 학생들의 기질에 맞지 않아서 학생들이 읽기 힘든 책도 많다. 경기도 교육청이 올해 세 번째 독서경시대회를 하는데, 전공마다 많이 공부한 교사들을 뽑아서 그들이 권장도서를 만들었는데도, 그 목록은 안타깝게도 학생들이 잘 읽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실제 책을 읽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마 그 선정위원 가운데 소수였기 때문이리라.

내가 최근에 겪은 실패한 책은 󰡔스콧 니어링 자서전󰡕과 󰡔체 게바라 평전󰡕이다. 둘 다 베스트셀러여서 학생들이 읽어낼 줄 알았는데, 학생들은 소화하지 못했다. 나는 책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2년이나 계속 내 권장도서 목록에 넣었다가 결국 2년 만에 실패를 인정하고, 이 두 책을 책 목록에서 뺐다. 책을 많이 뺐수록 권장도서 목록을 좋아진다.

3. 성공하는 셋째 길  : 백화점식 계획은 실패한다
  교육청 문서에 담긴 모범사례는 골라서 하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다 따라하라는 신호로 알고, 시기마다 이 행사 저 행사로 꽉 채워놓은 독서교육 계획은 누구도 감당 못한다. 교사는 책읽기 교육말고도 할 일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계획이어야 계속 할 수 있다. 그래서 독서 시범학교 사례는 대안이 아닐 때가 많다. 백화점 식으로 빽빽하게 짜서 보기좋게 실천사례가 나오는 계획은 교사를 지치게 해서 어느 정도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 사람마다 있는 기질에 맞는 모형이 교사를 신나게 한다. 참고로 나는 ‘독서퀴즈대회’ 같은 일을 못한다. 그런 법석거리는 행사를 하려고 하면 어깨가 꿈틀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된 교육을 한다. 각자 자기 체질에 맞는 교육방법으로 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하는 행사는 자기 학교 상황에 맞게 소화해서 활용하면 된다. 곧이곧대로 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다. 불평을 하면서 그대로 하는 일은 끔찍한 일이다. 앉아서 고쳐지기를 바라는 일은 우리를 불행에서 건지지 못한다. 아니다 싶으면 교육청 인터넷게시판에 따지는 글을 올려야 한다. 그리고 교육청 기획자 역시 독서교육을 잘해보고자 그런 일을 만든 것이다. 교육청 행사에 대해, 함께 고치고 만들고 일구어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동반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거시적 문제에 대해서는 싸우더라도 사소한 문제에서는 협력해야 일이 된다. 싸울 문제와 힘을 모을 상황을 구분해야 한다. 때로는 싸우면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학교가 계획으로 학생을 강제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되어야 한다. 최소한의 부분을 확실히, 풍부한 학습활동의 과정으로 강제하고 나머지는 마음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동기유발을 해야 한다. 꼬시고 홀려야 한다. 딱딱한 규제는 기본적 요소일 때만 성과를 낸다. 계획은 규제와 틀인데, 그런 것이 기본을 넘어 거의 전체에 가까워지면 몹시 답답해져서 그 계획과 체제는 무너져간다. 학생이 먼저 그만두려고 발버둥이고, 교사 역시 오래 못 가고 그만두어버린다.

4. 성공하는 넷째 길  : 학생들 손에 책이 들려있도록 하는 일
  요즘 청소년들은 책을 잘 안 산다. 어린이들은 책을 많이 읽는데, 위로 올라올수록 책을 안 읽는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민주화운동을 한 30대 중후반 부모들이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골라주어서 최근 어린이책이 무척 잘나간다고 하는 분석하면서, 몇 년 뒤에 지금 어린이책을 잘 읽는 학생들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교이 되면, 청소년들 책읽기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청소년들은 책을 잘 안 읽는다.
  이 청소년들은 최소한이나마 물질적 풍요에서 자라난 아이들이다. 그리고 집안일이나 자기일을 자기손으로 챙겨보지 못한 아이들이다. 윗세대 어른들이 전쟁 직후 세대여서 절대빈곤을 겪었기에 아랫세대에게 그저 손놓고 있게 해주는 일이 ‘사랑’이라고 짧은 생각을 한 결과, 이 아이들은 자기 일을 꼼꼼히 잘 챙기지 못하는 세대가 되었다. 이 학생들에게, 책 준비해라, 그냥 말하면 진행되지 않는다. “다음주까지 이 책 목록에서 한권씩 골라서 읽고 독후감 써와라.” 이 말은 ‘실패를 부르는 주문’이다. 학생들은 다음주인 마감날 사흘 전쯤 책을 구할 것이다. 그러고는 한 이틀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책읽고 하는 숙제는 하루이틀에 할 수가 없다. 숙제 내는 하루 전날 밤, 학생은 혼잣말을 한다. “아- 최선을 다했지만 내 능력이 닿지 못하니 할 수 없지 인터넷의 도움을 빌려야겠다.” 독후감 숙제 홈페이지를 찾아가, 500원을 주고 독후감을 내려받는다.
  책 뒤에 붙은 해설을 베껴오면 교사가 찾아내기라도 하지, 같은 또래 학생이 써올린 자료를 내려받아서 살짝 손봐오면, 여간해선 그 글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을 할 수 있겠다. 심리적 분석, 사회학적 분석. 솔직하지 못한 세태의 반영, 거짓말이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를 개탄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병리 현상으로 탓을 돌리면 머리는 시원해지지만, 가슴은 답답하고, 현실에서 문제는 여전하다. 나는 이런 ‘베껴오기’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교사가 학생들이 책을 가지고 다니는 일을 챙겨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 학기에 책을 두 권 읽힌다. 웃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고작 두 권이라니, 그런 심정인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권은 내가 학생들 모두에게 읽힐 수 있는 책의 최대수이다. 나는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책을 사는 데 2주를 잡는다. 다음주까지 책을 사오라 한다. 학생들 가운데 30%가 준비한다. 남은 한주 동안 책을 준비 안 해온 학생들을 챙긴다. 그렇게 책이 다 준비된 다음에는 책을 읽을 기간으로 2주를 준다. 그 다음에 교사인 내가 제시한 책읽기 활동을 해오는데 다시 2주를 준다. 마감날이 되면, 절반쯤 과제를 낸다. 그러면 한주 동안 기간을 연장해주며, 과제를 그때까지 안 낸 학생과 밀고 당기기를 한다.
  이렇게 책 한권을 소화하는 동안 수업시간마다 책을 이번에 읽는 책을 책상 위에 꺼내놓도록 한다. 책이 계속 학생 몸에 붙어 있게 하는 것이다. 한 40일 동안 계속 책을 학생이 가지고 다니게 하는 방법으로 학생이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이 정도 하면 적어도 인터넷에서 베껴오는 학생은 거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한다고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다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은 아니다. 모든 계획은 어느 정도 계속 안 되는 면을 남기며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조바심이 지치지 않는다.  

5. 성공하는 다섯째 길  : 학생 발달 단계를 고려한 활동
 책읽기 활동이 다채롭게 소개되는 모습을 처음 볼 때 무척 신선했다. 나도 따라해보고 즐거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의문이 생겼다. 초등학교에서 책 읽고 그림 그리고 노래 만들고 그러고, 중학교에서도 책 읽고 그림 그리고 노래 만들고, 고등학교에서도 그러면 좀 그렇지 않은가 싶었다. 이 궁금함에대해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한 끝에 내가 내린 대답은 ‘문제없다’였다.  

 맞다, 그림 그리고 노래 만드는 일은 대학에서도 할 수 있다. 그런 활동은 책을 소화하는 중요한 방식인 까닭이다. 책을 읽고 어떤 활동을 하면, 그 활동의 성격에 따라 다른 부분으로 몸과 머리가 자극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활동이 초등학교에서 될 때와 중학교에서 될 때와 고등학교에서 될 때와 대학에서 될 때, 각각 어떻게 다가서야 하는지 교육 관점이 잡혀야 한다는 점이다.  

 책 광고를 예로 들면, 초등학교라면 그리기 활동으로 하면서, 교육목표는 책에 흥미를 붙이고 형상으로 만드는 체험을 할 때 얻어지는 어떤 느낌을 체험한다,는 정도로 하면 되겠다. 중학교 때는 광고기획안을 쓰게 해서 책 내용 분석할 수 있도록 하고, 고등학교 때는 광고기획안의 세부항목을 치밀하게 만들어 책이 독자와 소통되는 과정을 재현하면서 생각하게 하면 된다. 책 내용을 정리하고, 그 책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독자집단을 예상해서 분석하고, 이 두 내용을 바탕으로 어떻게 이 책을 광고해야 효과가 있을지 광고의 구체적 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다.
  나이가 적을수록 여러 감각을 자극하는 활동 중심으로 하는 책읽기 교육이 알맞고, 나이가 많아지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사색이 더 많아지는 활동이 알맞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개발하는 일이 우리의 독서교육에 지금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언어 능력이 떨어지거나 부적응 기질이 약간 있는 학생에게는 동화 읽기가 큰 효과가 있다. 부적응 학생들을 보면 비판의식이 아니라 부정적인 의식에 휩싸인 경우가 꽤 있는데, 그런 학생들에게 동화는 세상의 원초적인 가치에 대해 해명해주기에 어떤 치료효과가 있다. 쉽게 그리고 따뜻하게 세상은 이래서 이런 거야, 하고 설명해주는 동화에 학생들은 푹 빠진다. 내가 서너 해 동안 동화 읽기를 실업계 책읽기 프로그램에 한 자리 집어넣어서 해보았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동화를 읽고, 그와 관련되어서 생각나는 자기 사는 이야기를 쓰는 활동을 하면, 그런 아이들은 삶의 힘겨움을 일찍 겪고 마음고생도 많았기에 술술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 이때 쓰는 동화는 설화를 정리해놓은 전래동화가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작가들이 쓴 창작동화이다. 󰡔몽실언니󰡕 󰡔마당을 나온 암탉󰡕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내 친구에게 생긴 일󰡕 󰡔너도 하늘말나리야󰡕 - 우리 아이들이 좋아한 동화책들이다.

6. 성공하는 여섯째 길 : 탈출구 마련, 책읽기가 몸에 안 맞는 학생에게  

어느 학급이든, 그 공부에 몸에 안 맞는 학생이 있다. 어른이나 아이나 그렇다. 학교 교무실에서도 어떤 분은 컴퓨터에 아주 쥐약이다. 어떤 분은 남들이 다 재밌다고 하는 축구경기에 동참하자고 하면 발목이 아파진다. 보통 교수들이 쓴 멋진 논문에는, 이런 아이들은 버려지고 수업모형이 꾸며진다. 군대용어로 에프엠(FM-‘원칙 그대로’라는 뜻) 수업학습과정이 현장에서 좌절하는 까닭이다. 학생들을 이상적인 학습자로 규정했기 때문인데, 6차 국어교과서가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에 다 따르지 않는다. 현장교실수업의 역동적 상호작용과 돌발요인을 고려되지 않으면, 실제 그것을 하는 교사가 힘들다.
  책읽기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정말 책이 체질에 안 맞는 학생이 어디에나 꼭 조금씩 있다. 이런 학생은 물론 가르쳐서 책을 읽어낼 수 있게 해야 하지만, 그것도 과정이 필요하지, 단숨에 하려 하면 탈이 난다. 이런 학생에게는 일단 탈출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 다음에 한 걸음 한 걸음 책읽기에 들어오게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거창한 일 같은데 별로 어렵지 않고 유쾌하게 교사가 할 수 있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런 학생에게 필요한 책은, 쉽지만 인생에 눈뜰 수 있는 책이다. 보통 인생 이야기에 해당하는 책이 그렇다. 그리고 만화책도 좋은 책을 골라내면 짭짤하다. 󰡔비천무󰡕와 󰡔반쪽이의 육아일기󰡕와 󰡔나 어릴 적에󰡕와 󰡔팔레스타인󰡕은 끝내주는 만화책들이다. 선생님이 읽어도 재미가 쏠쏠하다. 문화방송에서 하는 <느낌표>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책도 질이 아주 좋다. <느낌표>에서 권하는 책을 살펴보면, 대중에게 읽히는가를 면밀하게 검토한 목록임이 드러나는데, 그래서 학생이 잘 읽는다.
  <느낌표> 책들은 우리 시대에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부자 아빠 되세요’로 상징되는 이 시대 주류 가치가 되어버린 ‘돈’ 중심의 가치관에 브레이크 작용을 하는 책들이어서 교사가 권하기에 마음이 편하다. 경제적 승자가 아닌 이들에게서 인간성 찾기, 그래서 인간 자체를 다시 존엄하게 하기, 이런 목표는 책읽기의 고전적 이유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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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 열전’을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MB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가 좌우로 나뉘어 대립하면서, 다시 논객들의 시대가 열린 것 같습니다.
한번 ‘논객 지도’를 그려보고 싶은 욕망이 생겨서 ‘독설닷컴’을 통해 논객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논객을
보수와 진보, 이념별로 분류할 수도 있고  
혹은 노-장-청, 세대별로 분류할 수도 있고  
활동 무대에 따라, TV논객 신문논객 인터넷 논객 등으로도 분류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양한 분류법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조갑제 지만원부터 가장 왼쪽의 진중권 우석훈까지,
김중배 리영희의 시대에서 홍세화 정태인을 거쳐 한윤형과 김현진까지,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부터 노회찬 의원을 거쳐 아고라 논객 미네르바까지, 
혹은 소설가 출신의 논객 이문열과 복거일, 그리고 의사 출신의 경제논객 박경철, 가수 출신의 논객 신해철까지.
여러 틀로, 여러 앵글로 우리 사회 논객들을 조명해보려고 합니다. 

라이벌들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혁당의 유시민과 진보신당의 진중권,
공병호와 우석훈,
혹은 이한구와 정태인,
혹은 조선일보 출신들과 한겨레 출신들...

굳이 라이벌이 아니라도 비교할 수 있는 지점은 많습니다.
워싱턴 특파원 출신의 정연주와 파리 택시운전사 출신의 홍세화 독일 뮌스터대 교수 출신의 송두율 등 본거지를 통해서도 성향을 분류할 수 있습니다. 

진영 내부에서도 분류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윤여준 박세일 안병직 등 ‘찬밥 보수’와 ‘더운밥 보수’는 어떤 다른 이야기를 하는지,
혹은 ‘시장보수’와 ‘안보보수’는 어떻게 주장이 다른지... 

엔터테인먼트와 정치 그리고 미디어를 두루 아우른 강준만과
그의 ‘돌연변이 제자’ 변희재까지, 
다루는 주제를 통해서도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은 같은 주제를 다루지만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죠). 

강준만 변희재와 함께 진중권을 묶어서 ‘멀티형 논객’의 계보를 살피거나
전여옥과 ‘남자 전여옥’ 신지호까지, ‘막장 논객’의 계보를 이어보고 
김어준부터 김현진까지 무규칙이종격투기형 ‘변칙 논객’들의 계보를 파악해 보는 것도,
노회찬 전 의원의 ‘삼겹살 불판’ 등 논객들의 어록을 살피는 일도 재밌을 것이고,   
미네르바 고대녀 그리고 100분토론의 시민논객 애틀란타 아줌마까지,
혜성처럼 나타난 ‘무명 논객’들의 이야기를 살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5월과 6월에 ‘논객 열전’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우리 시대 최고의 논객으로 꼽으시겠습니까?

(다뤄주었으면 하는 논객이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혹은 본인이 생각하는 논객 분류법이 있으시면 남겨 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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