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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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문학의 보석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마르셀 에메. 우화같은 짧은 이야기의 귀재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의 엉뚱한 발상과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였다. 그것도 1900년대 초에 말이다. 절로 감탄이 나온다. 왜 마르셀 에메의 작품을 이제야 접하게 되었는지 참나....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에는 모두 5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그 중 첫번째 에피소드가 바로 '벽으로...' 이다. 그의 기발하고 독특한 작품의 세계로 잠시 들어가보자.
 
  첫번째 '벽으로..'는 한 남자에게 특이한 재능이 있다. 바로 벽을 뚫고 드나드는 재능이다. 그의 기이한 능력을 43살에 알아버린 주인공은 그를 못살게 구는 직장상사를 골려준다. 그리고 그것도 무료해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벌리려고 한다. 바로 은행을 터는것...
 
  두번째 에피스드인 '생존시간카드'는 이책중에서 가장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독특한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나는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엉뚱한 발상이 흠뻑 묻어나는 내용이다. 노동계급으 수익향상을 위해 비생산적인 소비자의 배급을 제한하고자 한다. 바로 사회에 필요없는 사람의 삶을 제한하는것. 노인, 퇴직자, 금리생활자, 실업자 등. 방법은 생존카드를 배급하는것인데, 온전한 사람은 한달을 모두 살아갈 수 있는 30일 생존카드를 배급하고, 그외의 노인, 퇴직자, 금리생활자는 한달의 반인 15일만 살수 있는 카드를 발급하는것. 그래서 15일 카드를 받은 사람은 1일부터 15일까지만 살고 다음날부터 말일까지는 잠시 사라졌다가 다음달 1일날 모습이 나타난다. 이러한 기발한 아이디어속에서 벌어지는 헤프닝이 계속이어진다.
 
  세번째 에피스드 '속담'은 학교에서 속담의 예를 들어오라는 숙제때문에 벌어지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우화적으로 담겨있다. 아버지는 아들의 속담숙제를 대신해준다. 과연 이 숙제를 본 선생님의 반응이 어떻할지....이 작품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었던것 같다. 어쩌면 우리들의 옛날 아버지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네번째 작품 '칠십리장화'또한 전설의 칠십리장화를 둘러싼 친구들과 친구들의 부모, 그리고 주인공과 주인공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정신없이 펼쳐진다. 과연 신으면 한번에 칠십리를 간다는 장화는 누가 차지하게 될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칠십리장화'에 나오는 장화를 파는 주인이 낮이 익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월트디즈니사의 "벅스라이프"를 기억할 것이다. 벅스라이프에 실려있는 단편 영화 부문에서 아카데미 상을 받았던 "게리의 게임(Geri’s Game)"의 게리의 캐릭터가 이사람과 흡사하다. 혼자 체스를 두면서 하는 행동과 표정들이 거의 비슷하게 묘사되어있다. 아마도 마르셀 에메의 "칠십리장화"에서 영감을 얻은 듯...
 
  다섯번째 작품 '천국에 간 집달리'는 늘 악한일만 행한 집달리가 죽어 하늘에 올라가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죽어 천국에 올라간 집달리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데 과연 그는 어떻게 남은 생을 살아갈지.. 
 
  마르셀 에메는 짧은 이야기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지금도 프랑스에는 '마르셀 에메 광장'과 '벽을 막 통과하는 에메 동상'이 서 있을 정도이다.  마르셀 에메가  왜 프랑스가 낳은 대단한 국민작가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어른이 읽는 우화적이고 때로는 기담집이기도 하고 동화스럽기도한 마르셀 에메의 작품을 만나게 된것은 아마도 행운일 것이다. 그의 다른 작품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이야기 시리즈와 초록망아지를 읽어봐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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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은서재 2007-01-0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정말 재미있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