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참을 기다리다 읽게 되었다. 역시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작품. 우리에게는 '종신검시관'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아마도 그의 작품을 한편정도 읽다보면 그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 집어들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말이다. '종신검시관'으로 만나게 된 요코하마 히데요. 종신검시관은 좀 가볍다면 그의 다른 작품 '사라진 이틀'은 그의 또다른 면을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클라이머즈 하이'도 나름대로 읽어볼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그의 다른 작품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최근 작품인줄 알았는데 오히려 최초작품이란다. 91년도에 쓴 그의 데뷔작. 작가의 데뷔작을 보면 그 작가의 작품세계와 그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흥행여부를 어느정도는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이미 '사라진 이틀' 이나 '종신검시관'으로 검증을 받은 히데오의 데뷔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은 역시 합격점. 그의 데뷔작 '루팡의 소식'이 있었기에 '사라진이틀'이나 '종신검시관'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루팡의 소식'은 제목에서 부터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제목을 보니 '괴도 루팡'과 연결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호기심과 함께 주어진 24시간이라는 책 소개가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고등학교시절 늘 말썽만 부리는 3인의 불량학생. 그들은 졸업을 앞두고 커다란 음모를 꾸민다. 바로 시험지를 빼 돌리는 것. 결국 그들은 4일간에 거쳐 치루어지는 시험지를 빼내게 된다. 3일동안은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마지막날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하지만 사건은 당시에 일단락되고 만다. 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후 누군가에 의해 당시 그 사건에 대해 의뢰가 들어온다. 그러면서 당시 사건 주변인물들이 속속들이 불려들여지고 하나씩 하나씩 당시의 일들이 회상되어 들어나게 된다. 주어진 시간. 말그대로 24시간. 긴박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조금은 부족하지만 사건을 해결하기에는 나름대로 충분한 시간. 모든 주변인물들이 모여들고, 사건의 실마리는 찾지를 못하는 가운데 시간은 어느덧 공소시효시간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다. 과연 사건의 전말은 그리고 숨겨진 진실은...

'요코하마히데오'는 전직이 혹시 경찰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경찰의 생활에 대해 자세하고 소상히 풀어내고 있다. 이 작품 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작품들도 마찬가지로 경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을 한다. 그만큼 경찰이야기에 자신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또한 '요코하마 히데오' 작품의 특징은 마지막에 진한 여운을 남겨 준다는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가슴 뭉클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이 시리기도 하다. 아마도 이 맛에 그의 작품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루팡의 소식'은 잘 짜여진 퍼즐처럼 작가와 함께 풀어나가는 재미 또한 쏠쏠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회사원이 잊혀져간 과거 학창시절로 돌아가 그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역시 사람은 겉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돼!'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조각 한조각 퍼즐을 맞추다 보면 틀림없이 어느 순간 '아, 이 작자가 수상하다!'라는 그 무엇인가가 머리에서 반짝인다. 하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으니, 끝까지 읽어나갈 수 밖에...이렇듯 한조각 한조각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퍼즐 조각을 이리 꿰어 맞추고 저리 꿰어 맞추다 보면 전체적인 윤관이 드러난다. 치밀하고도 깔끔한 구성은 읽고나서도 시원하다. 역시 작가의 오랜 연륜이 주는 멋과 맛일 것이다.

독서의 계절 가을도 이제 겨울에게 밀려 저만치 물러가고 있는 요즈음. 추리와 따뜻함 등 다양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 '루팡의 소식'을 읽어보는 것도 그리 썩 나쁘지는 않을 듯 싶다. 늘 그렇지만 이런 작가의 다음 작품은 다른 어느 작품보다 더 기다려진다. 그 기다림의 끝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