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통
장승욱 지음 / 박영률출판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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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이 주성(酒聖), 주선(酒仙)임을 자청했던 청록파의 한분이셨던 조지훈(본명;동탁) 선생께서는 음주에는 18단계가 있다고 하셨다.  술을 마신 연륜, 술을 마신 친구, 술을 마신 기회, 술을 마신 동기, 술버릇 등을 종합해서 그 단의 높이를 말씀 하셨다.(이에 대한 소개는 마지막에 첨부하기로 하겠다). 선생은 18단계로 나누고 이 이후로는 이미 이승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길수가 없다고 하셨다. 

  술을 좋아하는 나는 잘해야 초급의 단계인 학주정도는 와있는 듯 싶다. 대학 1년때 술을 배워 지금까지 꾸준히 마시고 있으니 그 양만해도 가히 상당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4-5년전 술대신 담배를 끊은것 정도. 대학시절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마시기를 좋아해 술마시러 학교에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저자처럼 소주를 즐기지는 않는다. 그냥 편하고 가벼운 맥주를 좋아한다. 그런 것으로 보면 나는 아직도 멀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술자리가, 좋고 친구가 좋고, 분위기가 좋고, 첫잔을 마실때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좋아 지금도 술을 가까이 하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술통"이라는 책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무조건 사봐야겠다고 벼르게 되었다. 도대체 저놈의 술통에는 어떤이야기가 들어있는지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술한잔 덜 마시고 책이나 사야겠다고 하던차에 리뷰어를 모집한다는 말에 무조건 손을 들고 말았다. 그리고 받아든 "술통"이라는 책은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를 않았다. 440여페이지의 묵직한 책이 술한잔 가격도 안되는것에 놀랐다. 책의 내용은 푸짐하다. 너무도 재미있어 결국은 밤을 세우다시피 하며 읽고 말았다. 읽히는 속도가 매우 빠른게 장점이다. 글을 재미있게 썼기도 하거니와 마치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듯 해서 인지 마치 만화를 보는 듯 휙휙 읽히는 것이 좋았다.

  저자의 술에 대한 사랑은 가히 존경할 만 하다. 나와 절친한 친구는 소주를 좋아한다. 그 친구말에 의하면 소주가 달다고 한다. 아니 어찌 그 쓰디쓴 소주가 달단 말인가. 그래서 인지 그 친구는 소주를 즐긴다. 거의 하루에 1병정도씩. 내가 술을 좋아하다 보니 주변의 친구들이 모두 술을 좋아한다. 역시 친구는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맞는 듯도 싶다. 그러한 친구들과 만나 술한잔 비우면 어느새 과거로 돌아가 있다. 어릴적 추억과 자라온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이 잘간다. 그것도 만날적 마다 하는대도 말이다.

  아마도 저자 장승욱은 술의 진경을 아는 분인 듯 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쌓아온 술실력과 대학시절의 경험담을 읽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마도 그와 함께 같은 학교를 다녔다면 분명 나는 그와 함께 술한잔 기울였는지도 모르겠다. 술에 대해 한 수 배우기 위해. 그의 진실한 글 속에서 그가 살아온 삶을 깊이와 넓이를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사실 본인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맛깔나게 글을 써내려간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친구까지 들먹이며.... 

  그의 글과 그의 주변사람들의 글을 읽고 한가지 교훈삼은 것이 있다. 바로 술에대한 예의라고나 할까.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실수를 한다. 마치 술마시고 한 실수는 너그러이 용서가 되기라도 하는양. 그래서 결국은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게 술이라는 것인데, 저자는 그러한 자잔한 실수조차도 하지 않았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저자야말로 진정으로 술을 아는 분이며, 술을 마실줄 아는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쪼록 오래오래 우리의 곁에서 술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한글사랑에 대한 많은 작품을 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늘 친구나 직장동료와 술한잔 약속이 있다면, 오늘은 술한잔 대신에 서점에서 "술통"을 사 들고 들어가 "술통"에 빠져들기를 권한다. 술 한잔 가격도 되지 않는 "술통"은 분명 몇차례의 술집탐방보다도 값지고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오늘은 슬쩍 술값 계산을 하지말고 뒤로 물러나 있으라, 그리고 그 돈으로 "술통"을 사들라고 하면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에게 속 보이는 행동일까?

 

조지훈 - 주도유단(酒道有段)

 1.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마시지는 않으나 안마시는 사람(9급),

2.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8급),

3. 민주(憫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겁내는 사람(7급),

4. 은주(隱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며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까워서 홀로 숨어 마시는 사람(6급),

5. 상주(商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지만 무슨 잇속이 있어야만 술값을 내는 사람(5급),

6.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4급),

7.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3급),

8. 반주(飯酒) - 밥맛을 돋구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2급),

9. 학주(學酒) - 술의 진경(珍景)을 배우면서 마시는 사람. 주졸(酒卒) (초급),

10. 애주(愛酒) -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주도(酒徒) 1단),

11. 기주(嗜酒) - 술의 참맛에 반한 사람(주객(酒喀) 2단),

12. 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터득한 사람(주호(酒豪) 3단),

13. 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주광(酒狂) 4단),

14. 장주(長酒) - 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주선(酒仙) 5단),

15.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주현(酒賢) 6단),

16.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함께 유유자적 하는 사람(주성(酒聖) 7단),

17. 관주(關酒) - 술을 보고 즐거워 하되 이미 마실 수 없게 된 사람(주종(酒宗) 8단),

18. 폐주(廢酒) - 술로 인해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열반주(涅槃酒)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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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은서재 2007-01-0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주는 달던데요. ^^ 아마도 저는 2단정도는 되는 듯...

베이비송 2007-01-09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술을 못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