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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는 누구인가?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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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존재한다. 진실이 아니라며 판명이 난 것으로 낙인찍힌 진실이 존재하기도 하고, 진실이라는 깨끗한 옷을 입고 진실의 자리에 서 있는 거짓이 존재하기도 한다. 어느 것이 거짓이고, 어느 것이 진실인가에 대해 진심으로 헛갈릴 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진실과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주하고 있는 진실이 꼭 탐탁치만은 않아서 때때로 슬그머니 눈길을 피해버리기도 하고, 마치 애초부터 없었다는 듯 무시하고 행동하고자 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버젓이 진실의 손을 들기엔, 당장 나 자신부터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기심들이 모이고 모여 진실에게 거짓의 옷을 입히고, 거짓이 진실인양 만들어 내세우기도 한다.

 

<김 박사는 누구인가>에서 이기호는 하나의 화두를 던지기 위해 여덟 개의 이야기를 배치하고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덮고 또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불편함을 느낀다. 동시에 메시지는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마침내 이 책을 덮을 즈음에 하나의 커다란 물음표가 완성되어 있다. 물음표가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나를 바라본다. 큰 눈을 끔뻑거리며 입술을 달짝인다.

 

진실과 마주하고 있는가, 진실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탄원의 문장>에서처럼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그러나 한 줄 한 줄 읽어내리면서 나는 조금씩 불안해져왔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을까.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안겨주진 않았나 다시 되돌아보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가 그렇듯, 늘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한다.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래서 누군가 나를 믿고 이야기를 터 놓아도 된다고. 타인이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려할 때, 어떤 상황이고, 원래는 내가 어떤 사람이었건 진지한 사람이 되고만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나를 믿고 고민을 털어놓은 이에게 보상을 해 주고 싶다. 상대가 고마워하면 할수록 그 마음은 배가 된다. <김 박사는 누구인가>에서 나는 마치 내가 김 박사가 된양, 진지하게 그녀의 고민을 듣고 있었다. 그녀가 김 박사를 추켜 세울 때면 내심 뭔가 어깨가 단단해져오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토록 김 박사에게 감사를 표하며 조심스레 질문을 던지던 그녀가 마지막에 던진 말에 나는 돌덩이를 맞은 듯 했다.

 

하지만 김 박사님 .......이 개새끼야, 정말 네 이야기를 하라고! 남의 이야기를 하지 말고, 네 이야기, 어디에 배치해도 변하지 않는 네 이야기 말이야! 나에겐 지금 그게 필요하단 말이야, 김 박사, 이 개새끼야.(130쪽)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 어디에 배치해도 변하지 않는 나의 이야기.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어디에도 흠잡히지 않을 남의 이야기를 마치 나의 이야기인양 고상한 표정으로 떠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불편하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여도 불편함이 가시지 않는다. 미세하게 남은 불편함이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 씁쓸하면서 묵직한 돌덩이에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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