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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공선옥 지음 / 창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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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가득 차 있던 화를 뱉어내고 싶을 때, 마음이 시린 날에 가만히 내 손을 꼭 잡아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할 때,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이 쌓이고 쌓여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는 새 굳게 닫힌 입술이 열리고 조금씩 흥얼거린다. 뜨거운 것이 흘러내린다. 마음이 녹아내린다. 그렇게 또 노래연고의 힘을 빌린다.

 

나는 노래 불렀다. 노래는 세상 밑으로 가라앉지 않고 물처럼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노래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고, 묘자 할머니가 말했었다. 노래를 부르자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31쪽)

 

정애는 노래를 불렀다. 정애의 노래는 그녀의 마음에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기 시작해 마음 속 두려움과 미움을 차례차례 씻기기 시작했다. 웅덩이는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부풀려 이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이윽고 마음으로부터 새어나가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그녀는 말할 수 없었다. 말을 하려고 입을 떼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지고 무너질 줄만 알았다. 그래서 기어코 버텨내고자 했다. 친구라 믿었던 자가 뒷통수를 치고, 도움을 줄 줄 알았던 어른이 제 욕심만을 채우고 떠났을 때에도, 그녀는 주저앉지 않았다. 그저 조금씩 흥얼거릴 뿐이었다.

 

물은 떨어져서 보면 순하게 흘렀다. 그러다가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간지럽게 일렁였다. 어떤 물줄기는 혼자 사납게 뒤쳤다. (37쪽)

 

그녀는 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노래는 조금씩 물의 리듬을 닮아 일렁임이 간지럽기도, 사납기도 하였다. 세상이란 거친 바다에 대응하며 점차 거세어지고 사납게 몰아치던 노래의 일렁임은 위태롭게도 간신히 간신히 제 목소리를 남기고자 했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어느날 세상이 불러온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 가 버리고 만다. 그렇게 정애는 자신을 놓아버리고, 그녀의 노래는 슬프게도 평온해져버렸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세상은 들어주지 않았다. 가녀린 꽃을 밟듯 짓밟고 짓이겼다. 그래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만들었지만, 그녀가 남긴 노래는 울림을 가져 멀리 퍼져나갔다.

 

그녀의 노래가 귓가에 맴돈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마음은 노래를 기억하라 명한다. 눈에서 불꽃이 튀어 흘러내린다. 다시는 잊지 않겠다고 그렇게 고개를 숙여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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