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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 김희용 옮김 / 민음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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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기 시작하는 독자는 곧바로 당황한다. 줄바꿈 없이 무작정 이어지는 길고 긴 문장은 독자의 시각과 심리를 답답하게 만든다. 이 형식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독자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까지 드는데, 소설의 뒷부분에 가서야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고, 작가가 그럴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680페이지 소설에 여백과 단락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니, 일반 소설로는 거의 1천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으로 보인다. 작가(비엣 타인 응우옌)는 자신이 모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아서 1975년 베트남 패망(북베트남의 남북 통일)부터 주인공인 '나'가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와 포로수용소에 갇히면서 1년 동안 쓴 자술서의 형태로 소설을 완성했다.
따라서, 이 소설은 그 자체로 주인공 '나'의 자술서이며, '나'가 살아온 과정을 기술한 내용이다. 이때 독자는 '나'가 기술한 내용을 읽고 '나'에 관해 알아가지만, '나'의 진짜 모습은 모른다. 그건 자술서에서 '나'가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자술서를 믿지 못하는 포로수용소장은 '나'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을 털어놓으라고 강요(?)한다. '나'가 쓴 자술서를 읽어보면,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는 매우 솔직하게 남베트남군이 패퇴하는 과정과 미국대사관을 통해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오는 과정,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모두 기술한다.
'나'는 남베트남군 장군의 부관으로 대위이며, 영어를 잘 한다. 그는 프랑스-베트남 혼혈로, 그의 출생은 매우 비극적인 사실이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나'는 '베트남 민주공화국'의 공산주의자로 남베트남 군부에 침투한 간첩이다. 그는 남베트남 군부의 정보를 비롯해 내부 정보를 수집한 다음, 점조직으로 연결되어 있는 동료 첩자에게 정보를 넘기고 있었다.
남베트남이 붕괴하고, '나'가 모시던 장군 일가와 함께 미국으로 와서도 여전히 민간인이 된 장군의 운전사 노릇을 하며 지내는데, 장군은 미국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을 규합해 '반베트남 전선'을 만들어 태국을 통해 사회주의 베트남으로 쳐들어가 내전을 일으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나'는 미국에서도 여전히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프랑스에 있는 '당고모'에게 편지로 보내는데, 장군은 자신의 부관이자 비서인 '나'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밀정 또는 간첩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대령과 기자를 살해하는데 '나'를 보낸다.

'나'는 미국에서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오려 하지만, '당고모'는 계속 미국에 남아 있으라고 말한다. 조직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베트남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죽고, '나'는 간신히 살아남는다.
'나'를 관리하는 조직이 '나'를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 오지 말라고 명령했는데도 궂이 베트남으로 돌아온 이유가 무얼까? 자신이 '고정간첩'이라는 정체가 탄로나기 직전이어서는 아니다. 미국에 있으면서 공산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려서였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을 비롯해 세상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보면 '나'는 철저한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아니면, 베트남 공산주의가 다른 모든 공산주의처럼 너무 경직되고, 비인간적이라서 그럴 수 있다. 공산주의는 나라에 따라 다른 형태를 보이는데, 공통점은 독재와 공포정치를 한다는 점이다. 베트남 공산당의 상징인 '호치민'의 이미지는 스탈린이나 모택동과는 다르게 '호아저씨'로 친근한 이미지인데, 그렇더라도, 공산주의 조직의 경직성은 여전하다.
주인공 '나'는 베트남 공산당원으로 공산주의자이면서, 미국 정보기관 CIA를 위해 일하는 첩자로 의심받는다. '나'가 전투 중 체포되어 포로수용소에 감금되어 1년 동안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으며 자술서를 쓸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와 형제같은 친구인 '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가 누군지 모르고 보고했던 '당고모'의 정체가 바로 형제같은 친구 '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배신감을 갖지만, '만'은 포로수용소장이 인정해야만 풀려날 수 있다고 말한다.
포로수용소장의 입장에서는, 포로들 대부분은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간들을 교화해야 하는 임무를 띄고 있으며, 그들 가운데 미국의 간첩이 있는가를 찾아내는 게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포로로 잡힌 사람들의 자술서를 통해 그가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 그가 베트남에서 어떤 일을 했고, 그가 조국 베트남에게 도움이 될 지, 해로울 지를 판단해야 한다.
주인공 '나'가 아무리 사실을 말한다고 해도, 그걸 순순히 믿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꽤 강한 권력을 가진 정치위원 '만'이 친구라는 게 밝혀졌음에도, 수용소장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는다.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은 1971년생으로 그가 네 살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왔다. 그들의 시각으로는 베트남이 패망했지만, 베트남은 오랜 내전을 끝내고 마침내 통일했다. 한국전쟁 때, 북쪽에 살던 사람 가운데 일부가 남쪽으로 내려온 것과 같은 성격이다.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베트남을 떠나 다른 나라로 도망했는데, 미국으로 간 베트남 사람들은 비교적 좋은 환경에 자리 잡은 것이고, 이들의 성분이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 사회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미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을 일으켰을 때는 군산복합체 즉 자본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지만, 미국 청년들 5만여 명이 사망하고, 그보다 더 많은 병사들이 PTSD를 겪고, 반전 시위, 마약의 확산 등 19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문화 전반을 뒤흔들었다.
비엣 타인 응우옌은 미국에서 성장하며, 소수 인종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기를 겪는다. 백인, 흑인이 주류인 사회에서 아시아인은 크고 작은 차별을 당하며 산다. 더구나 베트남인은 베트남 내전에서 패한 쪽에 있다 쫓겨났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잊기 어렵다.
작가는 이런 자괴감을 주인공 '나'를 통해 경계인으로 표현한다. 공산주의자이면서 남베트남 군인으로 생활하고, 간첩이면서, 제국주의 미국 정보국의 첩자로 활동하는 인간이라면, 그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 주인공 '나'도 자기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게 되는, 역사 속의 인간이란 자기 의지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이 이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고 있는데, 몇 가지 흥미로운 관점이 보인다. 이 소설이 2016년, 퓰리쳐상을 받는데, 비엣 타인 응우옌의 첫 소설이라는 점에서 놀랍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내용과 형식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요소가 많은데, 그 가운데서도 주인공 '나'가 갖고 있는 경계인으로의 위치가 박찬욱 감독의 관심을 끌었을 걸로 보인다. 동시에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주인공 '나'는 여러 개의 정체성으로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베트남 현대사의 한 가운데를 온몸으로 살아가는 '나'를 통해 남베트남의 부패와 비리, 탐욕의 인간들을 보여주고, 북베트남의 이념에 허덕이는 인간, 경직된 체제를 보여주면서, 인간 고유의 자유에 관해 질문하는 내용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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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유령기담 트리콘 세계문학 총서 6
김석범 지음, 조수일 외 옮김, 김동현 해설 / 보고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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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의 실상을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낸 유일한 문학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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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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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엄마에게서 태어난 미셸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곧바로 미국으로 가서, 한국어를 거의 배우지 못한 채 성장한다. 한국인 엄마는 미셸을 '한국어 학교'에 등록해 한국어를 읽고, 쓸 수 있도록 가르쳤지만 완전하지 않았고, 엄마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그의 이모들과 엄마가 반갑게 어울리는 장면을 기억하지만, 한국어를 거의 할 줄 몰라서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지 모른 채 자랐다.
미셸은 한국사람이 살지 않는 외진 마을에서 살았으며, 학교에서도 유일한 한국인 혼혈이었다. 그는 다른 수많은 혼혈아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했고, 부모와 불화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미셸은 미국에서 자라지만, 한국인 엄마를 둔 딸로, 마치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보인다. 미셸은 자기 엄마와 다른 미국인 엄마가 많이 다르다는 건 알지만, 엄마의 말과 행동이 철저하게 한국의 정서를 담고 있다는 건 눈치 채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미셸은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좋아하는 음악을 할 생각이었지만, 엄마는 반드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강제해서 미셸은 대학에 진학하고, 그렇게 부모와 집으로부터 독립한다.
미셸은 어릴 때부터 엄마의 잔소리, 간섭, 신경질이 불편하고 피곤하고 싫었지만, 한편으로 엄마는 자기를 가장 잘 알고, 누구보다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미셸이 청소년 시기를 거치며 정체성으로 심각하게 고민할 때 엄마는 큰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지만, 엄마와 함께 한국식품을 파는 H마트에서 쇼핑하고, 그곳 푸드코트에서 한국 음식을 사 먹고, 엄마가 골라준 예쁜 드레스를 입고, 나중에 알게 되지만 엄마가 알게 모르게 자기를 찍은 많은 사진을 보며,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진했는 지 새삼 깨닫는다.

집을 떠나 부모와 거리를 두면서 미셸은 비로소 엄마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건 미셸이 청소년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게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할 때, 엄마가 암에 걸리고, 상황은 심각하게 바뀐다. 엄마의 동생, 막내 이모도 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미셸은 영어를 잘 하는 막내 이모와 한국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었다.
미셸이 엄마의 형제는 모두 세 명으로, 엄마는 둘째였다. 막내 이모가 유일하게 대학을 나왔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서, 미셸과 엄마가 한국으로 휴가를 나올 때면 막내 이모집에서 먹고, 자고, 함께 여행하며 더없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추억이 있었다.
하지만 막내 이모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미셸의 엄마가 암 진단을 받는다. 미셸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았지만, 집으로 돌아가 엄마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엄마를 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고, 미셸은 엄마가 만들어 주었던 많은 한국 음식을 떠올리며 한국 음식을 만들어 보려 한다.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고, 미셸과 아빠만으로는 엄마를 간병할 수 없어, 엄마와 친한 한국 아주머니들이 번갈아가며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음식을 만들고, 엄마를 돌본다. 미셸은 이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한다. 엄마의 마지막 소원은 한국 여행을 하는 것이어서, 가족은 한국에 도착하지만, 곧바로 미셸의 엄마 상태가 나빠져 병원에 입원하고, 결국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미셸은 엄마가 암으로 죽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기에, 여전히 젊은 - 50대 후반 - 엄마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죽게 되자 충격을 크게 받는다. 마음이 준비도 하지 못했고, 이제서야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엄마는 영영 사라져 버리고, 다시는 볼 수도, 이야기를 나눌 수도, 만져볼 수도 없게 되었다.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고, 아픔이었다.
미셸이 엄마를 기억하는 방식은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거였다. 엄마가 만들었던 수 많은 한국 음식들을 기억하며, 자기가 직접 하나씩 음식 만들기에 도전한다. 미셸은 엄마가 죽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식을 올리는데,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희망과 기쁨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엄마가 죽고, 미셸 부부는 마지막 남은 이모를 만나러 한국으로 간다. 이모는 영어를 못 했고, 미셸은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지만, 이모가 죽은 엄마와 똑같은 마음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엄마가 죽고, 한동안 그 아픔으로 시간을 보낸 미셸은 생활인으로 돌아가 회사에 취직해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는 그동안 한번도 제대로 된 직장 생활을 한 적이 없었고, 오로지 음악을 잘 하고 싶었고, 그들이 함께 하는 밴드 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음악 활동은 성과를 내지 못했고, 엄마는 미셸이 음악가가 되는 걸 반대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음악을 하는 예술가는 배고픈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게 엄마 생각이었고, 자기의 딸이 그렇게 고생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밴드 활동을 하고 약 8년이 지났어도 이렇다 할 결과를 만들지 못한 상태였는데, 엄마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에 예전에 냈던 음반이 팔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셸의 밴드는 명성을 얻으며 미국 투어는 물론 유럽, 아시아 투어까지 하게 되고, 미셸이 쓴 글이 유명 잡지와 뉴욕타임즈에 실리면서 미셸은 음악과 글 모두에서 성공한다.
이 성공의 바탕에는 죽은 엄마의 이야기가 소재였다는 게 아이러니하고, 모든 걸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엄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미셸은 그리움과 안타까움과 슬픔과 외로움으로 엄마를 추억한다. 미셸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한국 음식, 특히 김치를 만들기 시작하고, 자신의 정체성이 '한국인'이라는 걸 뚜렷이 인식하며,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때 자기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미셸이었지만, 이제는 엄마의 피가 한국인이라는 걸 감사한다. 모든 것이 '한국인'의 삶의 방식 그대로였던 엄마에게서 다른 엄마들과는 다르게 삶의 태도를 배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한국인'의 삶의 방식이 얼마나 괜찮은 건지를 깨달으며 미셸은 엄마의 깊은 사랑을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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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한국전쟁의 기원 1 + 2-1 + 2-2 - 전3권 현대의 고전 16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범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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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펀딩으로 받았습니다.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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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한국전쟁의 기원 1 + 2-1 + 2-2 - 전3권 현대의 고전 16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범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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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펀드로 참여한 책이 도착했다. 글항아리 에서 출판한 '한국전쟁의 기원' 완역본. 아침에 잠깐 서문만 읽었을 뿐인데, 80년대, 사회과학 공부할 때의 느낌과 기분이 내면에서 강하게 퍼져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80년대에 1권만 번역되어 나왔지만, 곧바로 '불온서적'으로 찍혀 '판매금지' 된 책이었으며, 한국현대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런 책이 이제서야 완역되어 나온 건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소위 '우익'이라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들이 숭배하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진짜 모습이 담겨 있으며, 이승만, 박정희의 뒤에서 해방된 한국의 미래를 결정한 진짜 실체가 미국이라는 사실을 원본 자료를 통해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미국(미군정)이 패전국 일본을 다루면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의 관료를 기용할 때, 일제부역자, 친일매국노를 재활용한 이유가 오로지 '쏘련'을 견제하기 위한 '반공'의 목적이었다는 사실, 국내 자생 공산주의자들을 때려잡고, 제주4.3 학살을 지시한 실체가 바로 '미국'이라는 걸 '우익'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책이 '불온서적'으로 판매금지되었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여러 상을 받은 훌륭한 저작이라는 건, 미국은 시간이 지나 이제는 공개한 1950년대 이전의 정부 비밀문서가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평범한 국민은 전혀 알 수 없었던 한국의 정치, 군사, 외교의 더러운 얼굴이 이 책에서는 '비밀문서'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독재자-이승만, 박정희, 전두환-들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그들이 미국의 극우 세력과 손을 잡고, 통일을 지향하는 국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을 어떻게 탄압했는지, 독재 정권을 유지하려고 반독재 운동을 하는 지식인, 학생, 언론인, 시민들을 어떻게 고문하고, 살해했는지를 '극우'들은 알아야 한다.
단지 이념의 차이로 인한 증오의 발산은 '극우'가 얼마나 무지, 무식하고 어리석으며, 멍청한가를 증명할 뿐이다.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을 객관의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은, 권력의 꼭둑각시가 되거나, 앞잡이로 전락해 소모품이 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국현대사를 알려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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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23-06-0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지만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마루프레스 2023-06-05 15: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다양한세상 2023-06-05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책시리즈는 안본상태인데요, 혹시 브루스커밍스의 다른 책인 ‘한국전쟁‘이라는 책의 내용이 중첩되는책인가요? (물론 이 책도 안봤어요)

마루프레스 2023-06-05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은 2017년에 출간했더군요. 이 책과는 다른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