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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ㅣ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종교적 믿음? 내가 지지하는 정치? 자유와 경쟁을 지향하는 자본주의?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일이다. 사람이 무슨 동물이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언제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면서 '그곳에서 좀 더 먹고 살만해질 수 있기를' 바래왔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사는 현대다.
매번 시대는 급속히 바뀌고, 사상은 혁명이 일어나서 바뀌고, 새로운 원칙과 제도가 세워지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점은 언제나 똑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언제나 바깥으로 일어나는 일에 가치를 두었다.
<세컨드 핸드 타임>은 우리에게 적나라한 사실을 보여준다. 구 소련이 붕괴하면서 진심으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도입을 반겼는가에 대한 생각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하게 해준다. 그 구 체제를 칭찬하는 게 아니다. 외부가 아니라 내부를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구 소련의 사상·정책과 비교하면 상당히 다르겠지만, 한국 또한 과거 군부 독재 시절을 겪으면서 개인의 사상이 제한되는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군부 독재 시절에 커다란 세력으로 큰 사람과 지지자가 나라를 흔드는 정치인이 되어 있는 상태에 놓여있다.
이것은 누가 보아도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태이지만, 그들을 비판하는 사람만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여기서 모순점을 찾아야 한다. 사람에게 사상이나 정책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자신이 먹고살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매번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거짓말 공약이 난무하고, 언론을 장악하여 공포를 부추기거나 왜곡된 사실을 만들어낸다. 여전히 과거의 군부 독재 시설의 영광을 생각하며 지지를 보내는 사람도 있고, 이제는 제발 좀 바뀌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무관심한 사람도 있다.
그게 우리가 사는 현실이라는 사회다. 우리는 어떤 제도와 변화를 통해 이상적인 결과가 나올 것을 생각하는 이상주의자로 있지만, 사실 그렇게 바뀐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부적인 심리적 요인은 바뀔지 몰라도 내부적인 요인은 항상 멈춰 있기 때문이다.
<세컨드 핸드 타임>은 한때 실패로 지적받은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로 바뀐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어느 인물의 삶이다. 이야기를 통해서 요즘 다시 고개를 바짝 들고 있는 군국주의와 국수주의,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그저 제도와 사상을 이유로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하는 사람의.
나는 이 책이 지금 우리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눈여겨 볼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군복을 입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과거의 사람들과 되살아나는 독재를 비판하는 사람들, 혐이슬람주의와 혐한 시위를 벌이는 일본. 어느 곳이라도 문제는 똑같으니까.
사람은 결국은 실리주의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의롭게 보이는 어떤 선택지보다 '일단 나를 위한 선택지'를 고르는 일이 먼저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은 그렇게 존재하고, 그렇게 사라져 간다. <세컨드 핸드 타임>은 그런 이야기다. 혁명은 시작했지만, 혁명은 또 다른 불만을 일으킨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런 존재이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