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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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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이 글을 쓰는 3월 3일은 밖에서 고요히 비가 내리고 있다.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깊숙이 생각하기 좋은 이런 날씨에 나는 책장에 꽂힌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은 작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의 유가족 육성기록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블로그 활동으로 하는 한 서평단의 활동 때문이었다. 좀 더 일찍 이 책을 읽어볼 기회가 있기도 했었지만, '도저히 책을 읽을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는 일부러 그 기회를 포기했었다. 도무지 책을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너무 힘들 것 같았다. …….


 그런데 만나게 되는 인연은 항상 찾아오는 법이라고, 한 번은 피했던 그 책을 이렇게 다시 만나서 읽게 되었다. 책을 펼쳐 읽기 전까지도 나는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읽고 싶지 않다.'이라는 마음과 '그래도 읽고, 글을 이야기하는 게 내 역할이다.'이라는 마음이 더해지면서 책의 무게가 정말 무거웠다.


 그런 무거움 속에서 나는 책을 펼쳐서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나는 도저히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없어 그만 멈추고 말았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너무 안타까웠다. 책을 읽는 동안 연신 훌쩍이는 코를 휴지로 닦아야 했고, 눈물이 맺혔다가 흘러내리는 것을 도저히 조절할 수가 없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무능한 우리 정부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화가 나는 것보다 유가족의 이야기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점점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세월호 유가족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이용만 되고 있을 뿐, 제대로 된 배려와 대책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인양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되는 문제다. 특히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와 함께 정치적으로 세월호 사건이 이용되면서 이미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말았다. 지금은 그저 몇 명의 유가족이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는 것과 적은 시민의 관심, 그리고 메마르지 않은 눈물이 가까스로 남아있을 뿐이다.


 나는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책을 펼쳐 읽다가 도저히 계속 책을 읽을 수 없어 이렇게 글을 먼저 쓰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 책을 읽어보세요. 정말 우리가 꼭 읽어야 합니다. 세계에서 우리 한국처럼 이렇게 바보 같은 나라가 또 있을까요?'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한 영향력을 가지기도, 글을 잘 쓰지 못하는 내가 겨우 블로그에 이 글을 올리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늘 블로그를 방문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블로그 글이 공유되는 SNS를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여전히 현재진행형 문제를 볼 수 있으면 충분하다.


"처음 후지TV 기자가 인터뷰하자고 연락했을 때는 안 하려고 했어요. 산 애들은 그렇게 한다지만 죽었는데 인터뷰 하면 뭐하나. 그리고 지난 기억들 다시 떠오르는 게 싫었거든. 그런데 기자란 분이 '생존학생들이 하는 말이 반장이 선장 역할을 다 했다, 걔 떄문에 살았다, 그래서 학생들이 너무 많이 울더라' 그러더라구. 어차피 딸은 죽어서 살아오지 않지만 그런 일은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게 괜찮지 않겠나 싶어 인터뷰에 응하게 됐지. 일본 입장에서는 이웃나라 일일 뿐이고 자기네하고는 아무런 관련도 없잖아. 그런데 사람들은 열과 성의를 다해서 보도해주더라구. 우리나라 같이 이런 게 아니야. 해설위원하고 기자들이 진지하게 대화를 많이 하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솔직한 말을 다 하더라구. 우리나라는 감추기에만 급급한데…." (p57)


 위에서 인용한 두 개의 글은 <금요일엔 돌아오렴> 책을 펼치면 먼저 읽어볼 수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 중 일부분이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지난해 볼 수 있었던 우왕좌왕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전원구조부터 시작해서 현장을 방문한 정치인의 행동과 말까지 스르륵 지나갔다.


 하지만 어느 것도 지켜진 것이 없었다.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은 일부 세력에 의해서 자식으로 맹목적으로 돈을 번다는 식으로 유족을 비판하는 색을 띠게 되었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인사들이 말한 세월호 대책과 안전 불감증을 비롯한 인양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


 이러니 우리가 어떻게 정부를 믿을 수 있겠으며, 정부를 신뢰하면서 그들의 정책을 지지할 수 있겠는가. 아직 우리는 세월호 사건이 보여준 우리나라의 거짓된 모습을 바꾸지 못했고, 그저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조금씩 무뎌지고 있을 뿐이다. 세월호 기사에 연예인 뉴스가 덧칠되어 점점 잊히고 있다.


"이웃들은 아직도 안 끝났냐고 해. 그러면 설명을 다 해주지.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어떻게 끝내냐고. 그런데 바깥에서는 그게 아닌가봐. '너희들 보상 많이 받았잖냐. 너희들 10억씩 받았는데 더 받으려고 그런 거 아니냐?' 이런 말 나오면 기가 막히지. 보상의 보자도 모르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얘기하고 나면 그제서야 사람들이 아, 그랬느냐고 해. 언론 플레이가 진짜 무서운 거야. 우리도 사고 나기 전엔 언론에 나온 거 다 믿었어, 100퍼센트. 그런데 직접 당하니까 하나도 믿을 수 없는 거야.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야당도 못 믿으니 유가족 힘으로 다시 뭉쳐보자고 했어.

사실 유가족들도 지금 많이 지치긴 했어. 벌써 몇 개월이 지난 거야. 유가족들도 반반이지. 끝까지 가자는 사람도 있고, 우리가 정부를 싸워 이기겠느냐, 계란으로 바위 치는 거다 하는 사람도 있지. 너무 힘드니까. 근데 누구 하나 이탈하는 사람은 없어. 그렇게 힘들어도 같이 가는 거지. (p63)


 세월호와 돈의 문제는 지금도 떼어 놓고 말할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다. 그 많은 국민 성금이 다 어디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부는 '비용 문제'를 거론하면서 세월호 인양2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이는 이탈리아의 세월호 사건과 너무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러니 나라에 정이 떨어질 수밖에!


 우리나라가 세월호 사고 이후 한 것은 세월호 문제를 이용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여당이나 야당이나 그저 똑바로 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세월호 진상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항의하자 "유가족이면 가만히 있으라." 하고 고함만 치는 정부 수준에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서울시에서는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에게 천막을 제공해줬다는 이유로 박원순 시장을 경찰이 입건해서 조사하고 있다. 겨우 이 수준이다. 태극기 달기 운동을 생각하는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수준이 겨우 이 정도 수준이니 대체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불통, 고집, 외면, 은폐, 조작. 다섯 개뿐이다.


장례식장에서 엄마가 마지막으로 동생 얼굴 보라고 그랬는데 무서워서 못 봤어요. 부어 있는 동생모습이 다시 보기 싫어서, 그래도 마지막이니까 봐야 하는데 못 보겠는 거예요. 그러고 내가 왜 장례식장에 있어야 하나 그것도 싫고, 사람들 우는 것도 짜증나고... 장관이나 그런 사람들이 장례식장으로 보낸 화환을 집어던졌어요. 부하들 시켜 꽃 보낸 것도 싫고 슬픈 마음도 없는 것 같은데 그냥 꽃만 냅다 던져주고 힘내라고 그러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고. 또 '이제 네가 큰언니니까 엄마 아빠 잘 돌보고 잟해야 한다'라는 말들도 싫고. 어쩌다가 이런 날에만 오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니 자기들이 뭔데 나한테 그러나 싶고. 저한테 무책임한 말들을 하는 게 싫었어요. 힘내라는 말도 짜증났어요, 위로도 안 되고. (p89)


 이 이야기를 읽은 이후 나는 도저히 <금요일엔 돌아오렴> 책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채, 바로 글을 쓰기로 했다. 글을 쓰는 것도 그냥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뿐인데,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 순간에도 마음이 너무 아련하다. 이 아픔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먹먹하다.


 한 번은 '도저히 책을 읽을 자신이 없다.'고 생각해서 읽을 기회를 피했었지만, 다시 내 앞에 놓인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고 있자니 그냥 이게 내 운명인가 싶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다른 사람처럼 세월호가 가진 가슴 아픈 이야기를 외면했을지도 몰랐을 테니까.


 단순히 '꼭 책을 읽어보세요.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야기입니다.'이라고 말하면서 책을 권해주고 싶지는 않다. 마음으로 읽지 않는 건, 읽지 않는 것보다 못할 테니까. 대신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아픔입니다. 왜 아직도 모른 척하시나요?' …이라고.


 글을 마무리하려는 오후에도 오늘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감정이 이 비 때문에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 비가 마치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인 것 같고, 당시에 울었을 희생자의 눈물 같고, 글을 쓰는 내 눈에 맺힌 눈물 같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눈물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아픔에 익숙해지면서 잘못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체념하고 있다. 거리에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풍자 포스터가 뿌려지고, 경찰은 그 범인을 잡아서 취조를 한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사는 걸까?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특정한 정치적 목을 가진 책이 아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아픔을 견디는 부모와 그 가족의 이야기와 아픈 눈물을 함께 흘리면서 기록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에서 흐르는 눈물은 우리의 눈물이며, 책에서 제시한 과제는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비 오는 오늘의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해본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우리 마음속의 우중충한 비가 계속 내리게 하는 것일까……?' 하고. 유독 오늘 손에 집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손이 떨린다. 아아…… 젠장.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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