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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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만이라도 알을 품을 수 있다면, 그래서 병아리의 탄생을 볼 수 있다면....... ' 

양계장에서 그저 알이나 낳으면서 매일 되풀이 되는 삶을 살아가던 한마리의 암탉은 어느 날, 그렇게 사는 것 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면서 변화를 꿈꾸게 된다. 마치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이 평범한 일상을 거부하고, 무엇인가 다른 삶을 꿈꾸며 변화를 시도한 것처럼.... 

마당을 나온 잎싹... 

마흔 줄에 아이와 함께 이 동화를 읽으면서 나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보던 책과는 사뭇 다른 동화책에서 느낀 것 치고는 굉장한 감동의 물결이었고 꿈틀거림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 잎싹의 가슴이 뛸 때, 나의 가슴도 함께 뛰고 있었다. 

잎싹이 꿈꾸는 삶, 나의 삶...  

"잎싹은 '잎사귀'라는 뜻을 가진 이름보다 더 좋은 이름은 세상에 또 없을 거라고 믿었다.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잎사귀. 그래서 결국 향기로운 꽃을 피워 내는게 잎사귀니까. 잎싹도 아카시아나무의 그 잎사귀처럼 뭐가를 하고 싶었다.
잎싹은 아카시아나무 잎사귀가 부러워서 '잎싹'이라는 이름을 저 혼자 지어 가졌다. 아무도 불러 주지 않고, 잎사귀처럼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기분이 묘했다. 비밀을 간직한 느낌이었다.
이름을 갖고 나서부터 골똘히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 <본문 중에서> 

그랬다. 뭔가 변화를 시작한 잎싹은 이름부터 바꾸었다. 생명을 뜻하는 이름, 비록 작은 잎사귀지만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이름, 그 때부터 잎싹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지금까지 매일매일 되풀이 되는 삶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또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두렵고 약간 떨리기는 하지만 도전해보리라는 생각, 매일매일 알만 낳는 되풀이 되는 생활을 떠나 양계장을 뛰쳐나오리라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도 꿈을 꾸었다. 잎싹처럼 변화를 꿈꾸며... 주부로, 아줌마로, 누구누구의 아내로, 어떤 아이들의 엄마로만 살 던 생활, 부엌에서 맴돌던 반복되는 일상을 떨치고 변화를 꿈꾸기로 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내게 변화를 가져다 준 잊을 수 없는 동화책이다. 잎싹을 만나면서 내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약간은 어줍잖은 글이지만 뭔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나만의 서재도 하나 만들고, 여기저기에 글도 조금씩 응모하기도 하면서 그동안 '이 나이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평범한 주부에 불과한 내가...' 하고 생각했던 고정관념도 깼다.  양계장을 나온 보잘것 없는 암탉에게서 용기와 도전의식도 배웠다.  

사춘기시절 꿈꾸는 문학소녀의 꿈을 펼쳐보며, 남편이 '당신은 글 재주가 있는 것 같아!' 하고 신혼초에 입버릇처럼 말하던 것도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내친 김에 열심히 책도 읽고 출판사에서 하는 독자서평도 썼다. 어느 틈에 내가 쓴 독자서평이 100편이 넘어가고, 인터넷에 쓴 수필도 제법되니, 이제는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   

모두가 동화책에 나오는 평범한 암탉, 잎싹을 만나면서 시작된 일이다. 잎싹을 만나고 나의 모든 인터넷 닉네임은 '잎싹'으로 지었다.  인터넷세상의 또 하나의 나의 이름이 된 잎싹은 양계장을 나오고 야생의 들로 가면서 갖가지 모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잎싹을 기다린 야생의 들에는 아름다운 일들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잎싹자신도 이미 예측한 일이었다. 무서운 들짐승들의 울음소리,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족제비에게 쫓겨다녀야만 했다. 하지만 좋은 친구인 청둥오리를 만나는 축복도 있었다. 알을 품고자 하는 꿈과 소망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기에 비록 자기와는 다르게 생겼지만 '초록머리' 라는 귀여운 아기오리를 사랑으로 품고 키워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는 꿈이 없는 사람과 꿈이 있는 사람이 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양계장의 닭들처럼 그저 주는 알이나 먹고 주어진 자기 역할에 충실하게 산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살겠지만, 그런 생활은 안전한 생활이기는 하지만 과연 행복한 삶이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하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인 잎싹처럼 꿈을 가지고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은 얼른 보기에는 늘 안전한 자리가 아닌 찬바람 불고, 비 들이치고 외롭고 위험한 삶을 살아가지만 꿈을 간직하고 살기에 아름답고 당당하며, 잎싹이 초록머리를 기른 것 처럼 생명을 잉태하는 남다른 신비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 잎싹은 눈을 지그시 감고 중얼거렸다.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더.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잎싹은 날개를 퍼덕거려 보았다. 그 동안 왜 한 번도 나는 연습을 하지 않았을까. 어린 초록머리도 저 혼자 서툴게 시작했는데.
"아, 미처 몰랐어! 날고 싶은 것, 그건 또 다른 소망이었구나.
소망보다 더 간절하게 몸이 원하는 거였어." <본문 중에서>  

 나는 이제 나이 마흔을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꿈이 많다.  

책도 많이 읽고, 글도 계속 써서 수필집도 내고 싶고, 동화작가도 되어서 내가 쓴 책을 통해 또 다른 초록머리같은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들도 멋지게 잘 키워서 자녀교육으로 성공한 사람도 되고 싶다. 그리고 꿈이 없는 사람들에게, 특히 꿈이 없는 요즘의 어린이들과 청소년 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황선미 작가님이 "꿈을 간직한 사람은 언제나 세상의 주인공이다" 고 말씀하신 것처럼 나도 나의 꿈을 세상에 펼치며, 세상의 주인공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꿈을 꾸는 잎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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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01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우수리뷰로 잎싹님이 선정되기 바래요~ 진심으로!^^

잎싹 2009-12-01 01:0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진심어린 추천 고맙습니다.~~

같은하늘 2009-12-02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사연이 있었군요. 저도 잎싹님께 한표 던집니다.^^

잎싹 2009-12-05 21:55   좋아요 0 | URL
같은 하늘님, 고맙습니다.
한표 던져주실 땐 잊지마시고 추천을 눌러주시길...ㅎㅎ

아직은 별로 인기없는 서재지만, 종종 놀러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김미라 2009-12-1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이 책을 보고 잎싹이라는 이름을 지으셨다는 잎싹님의 글 덕분에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어보게 되었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에 와닿고 인상적인 책이었지요..
벌써 서너번 읽었나봅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우수리뷰 선정되신거 정말정말~~~축하드립니다^^
잎싹님의 책도 언젠가 만나볼 수 있게 되길 바래요~^^

잎싹 2009-12-26 21:41   좋아요 0 | URL
진심으로 축하해주시는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감사드려요.
저 땜에 이 책을 읽으셨다니, 더욱 보람을 느끼네요.ㅎㅎ
반가워요. 김미라님~~~

오월의바람 2009-12-30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대한 리뷰는 잎싹님이 최고예요. 저도 마음에 드는 책의 주인공이름으로 닉네임을 바꾸어야겠어요.부산에 사시는군요. 축하드려요. 매번 리뷰대회때마다 글을 다시 쓰시는 정성도 있구요. 리뷰 당선도 축하드리고,이벤트도 축하드려요

잎싹 2009-12-31 21:2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여기 댓글 올려주신 줄 이제야봤네요.
리뷰대회 때마다 글을 조금씩 수정해서 쓰곤 하는데, 다 파악하셨네요.
이번에 이벤트 참여해주시고 용기주셔서 글쓰기에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