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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 근래 생각이 참 많았다. 책을 만드는 편집자에서 책을 파는 서점원이 된 지 만 3년이 다 되어가는 시기에 찾아온 고민이었다. 편집자로 일할 땐 엄청난 업무량에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컸지만 독자들의 피드백이나 서점에서 내가 만든 책이 사랑받는 모습을 보면서 쌓인 피로를 모두 잊을 만큼 책 만드는 보람이 컸다. 그에 비하면 서점원으로서의 일상은 큰 스트레스도 없는 대신 매일매일 소소하게 흘러가는 그런 나날. 물론 내가 애정을 갖고 소개한 책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때 느끼는 행복도 무시할 순 없지만 편집자로 일할 때 느꼈던 크나큰 보람과 성취에 많이 목말라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읽게 된 한 권이 방향감각을 잃고 어디로도 가지 못한 채 제자리에 빙글빙글 맴돌기만 하던 내게 북극성이 되어주었다.

 

p.242

자기가 취할 수 있는 부분의 여유는 취하되, 열심히 할 부분에선 이 악물고 열심히 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어요. 심리적 안정성취는 고루 조화를 이뤄야 하고, 그 밸런스는 자기가 잘 잡아가야겠지요.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이었고 하는 일도 재밌었지만 편집자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 안의 모든 것이 소진되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정신적·체력적으로 모든 것이 탈탈 털린 느낌.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을 취하여 인풋을 채워야 할 시기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스스로 100일 동안의 안식일 프로젝트를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휴식을 취하고, 여행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바닥났다고 생각했던 내 안의 에너지를 채워나갔다.

 

안식일 프로젝트가 끝나갈 무렵, 나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편집자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일을 찾을 것인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일한다는 즐거움에도 불구하고 편집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건 마감이 있는 일의 특성상 반복되는 야근 때문이었다. 스스로 일정을 컨트롤할 줄도 몰랐던 나는 스트레스를 풀 여유조차 없어 받은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또다시 출근해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가장 간절한 한 가지는 심리적 안정이었다.

 

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직업을 후보에 놓고 하나씩 따져 물은 끝에 내가 내린 선택은 서점원이었다. 그동안 책 만드는 일을 했으니 이제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책이 어떻게 독자를 만나게 되는지 배우고 싶기도 했고, 야근이 잦았던 편집일과는 다르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점 영업시간이 근무시간인 규칙적인 생활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3년을 지내면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 나니 이제 다시 성취에 목마른 시기가 온 것이다.

 

다시 편집일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체력이 약한 나는 보나마나 업무량에 눌려 힘들어 할 게 뻔한데, 성취를 원하는 갈증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잘 돌보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고, 누구보다 내면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한 내게 요즘의 고민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 같았다. 그때 읽게 된 책이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였다. 이게 답이야 하고 정답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지만, 나는 이 문제를 이렇게 풀어봤어. 너는 어떻게 풀고 싶어?라고 물어보는 것 같은 책이랄까.

 

p.30

절대적으로 즐겁고 보람찬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의 재미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주관적인 문제다. 일이 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일의 가능성에 기회를 줄 생각을 해보면 안 되는 것일까.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서 말이다. 일이 지루하다라고 투덜대기 전에 그럼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은?이라며 고민을 해보면 안 되는 것일까.

 

인생 선배의 풀이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다시 한 번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그제서야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직장이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있었다. 환경 탓을 할 게 아니라 내부에서 원인을 찾았어야 했다. 편집일을 하더라도 스케줄 조정을 하며 스스로 지치지 않도록 숨 쉴 틈을 줬어야 했고, 서점원으로 일하는 지금도 주어진 일이 소소하다고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이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스스로 성취했어야 했다. 맹목적인 심리적 안정, 맹목적인 성취가 아니라 그 둘은 고루 조화를 이뤄야 하고, 그 밸런스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잘 잡아야 했다.

 

p.250

경선: 저는 그저 상대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현철: 100퍼센트는 없는 거예요. 그 사람의 삶을 아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대충 100분의 1도 모른다고, 제가 늘 얘기하거든요.

 

p.300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저에게는 이런 태도가 중요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묻고 싶어요. 이 책을 읽는 독자 한 분 한 분에겐 각자 어떤 태도가 중요하게 다가오는지. 물론 서둘러서 스스로를 마주하고 바로 답을 내! 이런 건 아니고요. 사실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나침반조차 발명되지 않았던 시절, 사막을 여행하던 탐험가들과 바다를 여행하던 선원들은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았다고 한다. 별자리는 일정한 주기를 따라 변하지만, 북극성만은 일주운동의 범위가 작아서 거의 같은 자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었다. 게다가 북극성은 매우 밝기 때문에 날씨가 쾌청하지 않아도 찾기에 용이했다. 사막에서든 바다에서든 북극성만 찾을 수 있다면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우리 인생에도 북극성과 같은 기준점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태도가 바로 그러한 기준점일 것이다.

 

<태도에 관하여>는 일, 사랑, 인간관계 등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인생 미로에 대해 저자가 생각하는 기준점, 북극성을 풀어 담은 책이다. 저자의 길이 이 방향이었다고 해서 내가 가야 할 길이 같은 방향일 순 없다. 자신의 삶을 아는 사람은 자신밖에는 없듯이, 자신이 가야 할 목적지를 아는 사람도 자기 자신뿐이다. 저자의 말처럼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때론 헤매기도 하고 때론 지치기도 하겠지만 가끔 막막할 때는 이 책을 꺼내보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북극성을 찾아 나가자. 네비게이션의 안내에만 길들여진 사람은 사막 한가운데, 바다 한가운데에 떨어지면 꼼짝 없이 죽을 수밖에 없겠지만, 자신만의 북극성을 찾은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테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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