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정제 이산의 책 17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차혜원 옮김 / 이산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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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의 역대 황제들 중에서 청나라의 옹정제만큼 보고를 철저히 챙기고 잘 활용한 이가 또 있을까. 옹정제는 보고의 달인이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에 조회하고 낮에 접견하고 해지면 전국의 지방관들로부터 올라온 수십통의 보고를 검토한 후 붉은 먹을 붓에 찍어 일일이 답신한다.

일단 지방관들이 보고를 생활화하도록 챙긴다. 부임하자마자 자금성에서 황제를 알현할 때 들은 교유를 그대로 외워 보고토록하고, 틀리면 직접 글자를 고쳐서 답신한다. 보고를 왜 해야하는지 깨우쳐주면서 수시로 보고를 닥달한다.

보고에는 공식보고와 비공식정보보고가 있다. 이 가운데 후자를 더욱 중시한다. 비공식보고는 황제만 본다. 보고를 잘못했다고 질책은 해도 벌을 내리진 않는다. 보고를 잘못하면 호되게 질책한다. `바보는 고칠 수 없다는 말은 바로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금수라도 너보다는 낫다` `양심을 뭉개버리고 수치를 모르는 소인배` `목석처럼 무감각해서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조차 없는 녀석` `눈가림만 하는 사기꾼` `은혜도 의리도 모르는 잘못 둔갑한 늙은 너구리`... `이걸 보고라고 했냐.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일을 왜 이제사 보고하느냐`...`이렇게 하찮은 것만 보고하는 걸 보니, 반드시 보고해야할 중대한 사안을 감추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반면에 충실하고 진실한 보고가 올라오면 칭찬하고 격려한다. `경의 보고는 길지만 이처럼 유익한 보고라면 읽는 것이 즐거워서 괴로움을 잊어버린다`

옹정제는 철저한 보고 챙기기로 그 넓은 중국 천하의 지방관들의 능력과 활동을 꿰고 앉아 그들이 백성을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전심전력하도록 부단히 채근하였다.

옹정제는 13년의 재위기간 동안 여행도 거의 다니지 않았다. 하루종일 너무 바빴다. 그리고 검소했다. 자신을 위해서는 한푼도 사치스레 낭비하지 않도록 하고 치수나 빈민구제에 재정을 집중했다. 풍작이 오면 성군이 난 탓이 아니라 하늘의 가호이니 감사하다 했고, 홍수가 나면 제대로 대비 못한 너희 지방관들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짐의 책임이 더 크다고 자책하였다.

옹정제의 거실 입구에는 `爲君難`, 즉 군주 하기는 지극히 어렵다`는 액자를 걸어놓고, 기둥에는 `천하가 다스려지고 다스려지지 않고는 나 하나의 책임이며, 나 하나로 인하여 천하를 고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액자를 걸어두었다고 한다.

천명의 자각은 지도자의 필수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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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2004-09-23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행시 하나 지었습니다.
주 마다
간 떨어진다.
보고가 없다면
고통도 없으리

sunnyside 2004-09-2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그래서 주간보고 안하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