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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평점 :
지금까지 소설은 그저 가볍게(!?) 읽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물론 작가가 꼭 말하고픈, 그리고 당연히 있어야만 하는 큰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에 소홀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메시지를 하나하나 다양한 각도로 심각하게 생각하면서까지 읽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소설 읽는 방법』이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소설을 읽는 것에도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지금까지 그저 단순하게만 읽어왔던 소설들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재미들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가 인정하는 작품인데 나는 도통 뭐가 뭔지 이해하지 못할 때라든가, 분명 눈앞에 보이는 단순한 사실 이상의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감을 잡지 못할 때와 같은 상황들에 빠졌을 때의 순간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이런 나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들을 많이 하는지 저자도 이에 대한 언급을 한다. 소설이란 이런저런 생각보다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하는 기본적인 생각에 동의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서 좀 더 깊이 있게 소설을 바라본다면 소설을 사랑하는 방법이 변화하는 일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설 읽는 방법』을 통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도로 소설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이 또한 꽤 괜찮은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 읽는 방법』은 크게 1부(‘소설을 읽기 위한 준비’) 기초편과 2부(‘어디를 바라보고,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실천편으로 구성되어있다. 1부에서는 니콜라스 틴베르헌이 동물행동학의 기본으로 제시한 네 가지 질문인 ‘메커니즘, 발달, 기능, 진화’를 소설 접근법에 적용하며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아홉 편의 실제 소설의 예문을 통해서 하나하나 직접 소설 읽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특히나 대부분 현재 활약 중인 소설가-이사카 고타로, 와타야 리사,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등-를 이야기하면서 좀 더 친숙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흥미로운 것은 ‘히라노 게이치로’가 말하는 소설의 정의(?!)이다. 소설(小說)이라는 한자를 뜻 그대로 ‘작게小 이야기하는說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세상이라는 이름의 큰 공간을 작은 사이즈로 압축해서 농밀한 시간과 함께 체험까지 하게 해주는 것이 소설이라는 것이다. 『소설 읽는 방법』을 통해서 소설을 읽고, 다시 그 속에서 삶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양한 소설의 소개를 통해서 얻게 되는 공통점 비슷한 것이랄까. 소설을 통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 그리고 그 사이의 공간. 그 공간들을 채우는 수많은 방법들이 소설로 태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세상을 작게 이야기하는 소설이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그저 눈앞에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궁금함을 해소하기 위해 속도를 올려서 앞으로 달려가는 독서만 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한 문장 한 문장이-심지어 이건 정말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그냥 하는 말이 아닐까 싶은 문장들까지도…- 해석하기에 따라서 다양하면서도 큰 의미로-작가가 의도한대로든 아니든 상관없이…-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에 솔직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소설을 제대로 읽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물론 아직도 ‘~법’이라는 이름의 책들에 대한 반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당연하게도(?!) 당분간은-또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히라노 게이치로’가 제시하는 『소설 읽는 방법』의 틀 속에서 소설을 읽는 것이 익숙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다시, 누구나가 인정하는 작품인데 나는 도통 뭐가 뭔지 이해하지 못할 때나 분명 눈앞에 보이는 단순한 사실 이상의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감을 잡지 못할 때와 같은 상황을 벗어날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언젠가 나에게 새로우면서도 큰 힘으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지만, 이제부터라도 깊이 있게 소설을 이해하기를 소망한다면 꼭 만나봐야 할 책, 『소설 읽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