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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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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천국이라는 것이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땅 아래 지옥 또한 없고, 우리 위에는 오직 하늘만 있다고 생각하세요.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상상 해봐요, 모든 사람들이 오늘에 충실하며 사는 세상

- John Lennon의 「Imagine」中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내 두 손으로 직접 만지고, 내 온몸으로 직접 느끼고픈 곳이 말이다.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의 프롤로그에는 “이 지구상에 어떤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곳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합니다.”로 시작하는 ‘어 드림(A Dream)’, 꿈이 담겨져 있다. 이것은 1954년 8월, 마더(인도에서는 영적 스승 역할을 하는 여인을 마더라고 부른다)라고 불리는 한 여인이 말하는 꿈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곳. 명품 가방이나 옷 따위의 허위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운 곳. 온전한 나를 만나는 곳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타인과 ‘함께’살아가는 곳. John Lennon이 Imagine에서 그리던 세상과 가까운 곳. 물론 나만의 해석으로 몇몇 예를 든 것이지만, 어찌됐든 마더가 말하는 그 ‘꿈’은 오늘날 현실이 되어, ‘오로빌’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다.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 오.로.빌.!!

 

 ‘오로빌’이라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아니 그런 이름조차도 들어보지 못했던 나였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운 좋게도 좋은 기회로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고, 오로빌이라는 곳이 어떤 곳이라는 사실을 조금(!) 알게 되면서부터 갑작스러운 흥분과 기대감에 휩싸였다. 이런 곳이 있었다니… 하지만 그런 감정도 잠시, 오로빌이라는 곳을 조금 더(?!) 알게 되면서는 또 다른 -보다 깊은-생각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진짜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 파라다이스는 없지만, 또 다른 꿈이 있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

 

왜 오로빌에 오게 된 거? 파라다이스가 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왜 과거형? 살아보니까 파라다이스가 아니거든. 기대했던 파라다이스가 아닌데 왜 안 떠나? 오로빌 바깥은 더 엉망진창이니까.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하는 눈빛.) 세상 어디에도 파라다이스는 없어. 우린 다만 꿈꿀 뿐이지. 조금씩 더 좋아지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꿈꾸고 노력할 뿐야.  -P83

 

 내가 꿈꾸던 세상이라고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말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파라다이스도 아니고, 근심이나 걱정, 다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불완전을 바탕으로 꿈꾸던 세상으로 다가가는 곳이 바로 오로빌인 것이다. 오로빌의 시작이 된 마더스리 오로빈도의 생각처럼 인간이 자연계의 최상위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과 미완성 존재로서의 인간임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해, 이를 바탕으로 어떤 완전함을 추구 해나갈 뿐이다. 그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소중함들을 통해서 또다시 한 차원 높은 인간의 모습을 스스로 찾아나서는 것이다. 인간의 변화가능성을 믿으며 말이다. 오로빌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그런 생각들마저 어느새 오로빌에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부러움으로 번져나갔다. 사회 시스템에서부터,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인간이라는 존재 하나하나의 고귀함에 더더욱… 



 오로빌이라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났기 때문인지, 아님 그런 세상을 함께했던 작가의 글을 만났기 때문인지-뭐 그 말이 그 말이지만…- 그녀의 글귀 하나하나가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자연과 대화하고, 소소한 것들에 감사하며 큰 의미로 받아들이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오롯이 글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뻑 갔다’거나 ‘솔까말’이라는 아주 현실적이지만 시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런 표현까지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만큼 말이다.

 

 앞서 가보고 싶은,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곳이 생겼다고 했지만, 어쩌면 가보고 싶은 -물리적인- 곳이 새롭게 생겼다기 보다는, ‘되고 싶은 나’가 더 많아 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내가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사는 나. 삶의 노예가 아닌 삶의 주인이 되는 나.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자신의 욕망이라고 착각하지 않을 수 있는 나. 등등의 되고 싶은 나… 그리고 결국에는 그런 나를 통해 ‘행복의 감각’이 풍성하게 깨어나길…!!

 

“오로빌은 선의를 가진 모든 사람을 환영합니다.
더 놓고 진실한 삶을 열망하며 진보를 갈구하는 모든 이를 오로빌에 초대합니다.”



 어떤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 전체 인류의 것이라고 하는 오로빌.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가 되고자 하며, 인류의 일체성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살아 있는 본보기를 만들기 위한 물질적, 정신적 탐구의 장이 될 것-이미 그런지도…-이라는 오로빌. 지금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내 마음 속, 나만의 오로빌을 만들며 달래어 본다. 그렇게나마 오로빌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기를… 그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지금 이곳에 큰 걸음이 만들어지기를… 그리고 결국에는 그 큰 걸음으로 만든 또 다른 오로빌에 당신을 초대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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