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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에 자신이 어떤 말을 즐겨 쓰는지, 또 어떤 말을 좋아하는 지 관심 있게 관찰하고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적어도 나는 말이다. 내가 어떤 말을 좋아했던가… 이런저런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떠다니지만 쉽게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홀가분’이라는 단어는 어떨까?! 지금까지 큰 의미 없이 쓰던 말이 누군가의 책의 제목이 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할 때 즐겨 쓰는 430여 개의 단어 중 긍정성을 뜻하는 쾌(快)의 최고 상태로 꼽은 말’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여지니 혹하지 않을 수 없다. ‘홀가분’이라는 단어를 앞에 놓고 생각한다. 그래,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이라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세상의 기준과 시선에서 홀가분해지기 위해서 또다시 세상의 기준과 시선에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 언제쯤이면 이런저런 잡스런 생각 없이 ‘홀가분’을 맛볼 수 있을까?!
『홀가분』은 세상의 기준과 시선에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 어떤 경우에도 나를 사랑하고 지지함으로써 온 마음으로 홀가분해질 수 있도록 응원하는 독특한 형태의 심리처방전이라고 한다. 만병통치를 자신하는 약장수의 영험한 약 같은 처방전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기를 돌아보고 보듬어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심리처방전의 역할로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 말한다. 스스로 홀가분함을 경험해 봤다면서 말이다. 그렇게 『홀가분』은 자기성찰과 진짜 잘 사는 것에 대한 근본적 의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한걸음 한걸음을 함께 한다.
사실, 책을 제대로 읽기도 전에,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앞섰다. 나는 스스로 나만의 길을 걷고 있다고, 세상의 어떤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 스스로의 모습을 찾지 못하고 남의 시선이나 남의 방식만을 의식하고 따라가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더더욱 말이다. 그러다가 만난 이 책의 프롤로그에 담긴 “저는 이것으로…… 충분하고 충분합니다.”라는 말은 내가 원하는 것이 결코 큰 것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홀가분』을 조금씩 따라가다 보면 뭔가 길이 있지 않을까싶은 생각이 들었고, 결론적으로 보자면 그 선택은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스타일의 책을 보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내가 이렇게 했으니 너도 이렇게 해야 한다, 는 식의 글은 반감만 안겨준다. 그런 책은 읽기도 싫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강요는 전혀 없을뿐더러, 오히려 그냥 마주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 든다. 꼭 이렇게 해야 한다, 나는 그렇다 너도 그래야한다, 가 아니라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저는 그렇게 노력 중입니다.”라는 식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리처방을 나 자신, 그리고 내 주위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틀을 구성하는 이 사회에 대한 생각들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사실에 더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홀가분』에서는 다양한 처방전을 내놓으면서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고 한다. 만약, 내 눈 앞에 온전히 나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있는 나를 만나면 어떨까!? 죽기 전 그런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할 수 있을까!? 그것을 황홀한 축복이라고, 한 번이라도 제대로 경험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글에서 나의 소망도 찾게 된다. 나 자신과의 만남. 가장 먼저 해야 할 만남이자, 가장 어렵기도 한 만남. 그 만남의 시간을 가진다면, 아니 그 시간을 향해 조금씩 걸어간다면 홀가분한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말이다.
사람이기에, 사람은 누군가를 계속 필요로 한다. 나의 걱정과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나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 등… 필요로 하는 그런 사람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내 주위 사람들에게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하냐는 짜증 섞인 말들만 하면서, 정작 나는 그들에게 넓은 마음으로 다가서지 못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나에게 왜 그런 존재가 없을까, 도대체 나란 인간은 뭐가 문제인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어쩌면 당연한- 방법이겠지만, 자기 스스로가 먼저 다른 이의 그 누군가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나에게 『홀가분』이 그런 존재가 되어줬다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홀가분을 안겨줄 수 있는 존재로, 그리고 결국에는 나 스스로가 홀가분한 모습으로 바뀌는 삶을 향해 가는 것. 그것이 내가 가야할,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닐까?! “저는 이것으로…… 충분하고 충분합니다.”라는 말이 쉽게 나올 수 있는 삶을 향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