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책에 대해서 적을 것이다.
내가 읽은 책들과 읽지 않은 책들과 숨어 있는 책들과 사라진 책들과
존재했던 책들과 존재하지 않는 책들과 소문의 책들과 잊어버린 책들과 드러난 책들과
미래에 나타날 책들과 미움 받은 책들과 사랑받은 책들과 쫓기는 책들과
죽은 책들과 버려진 책들과 파괴된 책들과 망가진 책들과 부서진 책들과
불탄 책들과 젖은 책들과 파 먹힌 책들과 도둑맞은 책들과 팔린 책들에 대해서 적을 것이다. - P13


 이 책의 시작이 되는 문장이 왜 이렇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일까?! 우산이라고 하면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만을 떠올리는 소박한 어휘력(어쩌면 소박한 기억력인가?!)을 자랑하는 나에게, 나의 능력으로는 감히 한 번에 떠올릴 수 없는 다양한 책들의 나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괜스레 나의 마음을 달뜨게 하는 책들을 다양함에 대한 묘한 흥분과 설렘 때문일까?! 그마저도 아니라면, 나의 책에 대한 이유 없는 탐욕 때문일까?!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일단은 끌리면 끌리는 대로 끌려가는 것이다. 

 

 - 인간의 다양한 탐욕!! 

 

책 사냥꾼이 누구나 그렇듯 내 유년도
무한히 느린 시간과 무한히 되풀이되는 독서의 연속이었다.
햇빛의 농담과 바람의 색과 구름의 냄새 대신
방의 벽지와 책의 면지와 표지의 온도와 색감과
얼룩이 우리의 내면을 이루지 않았던가. - P176 

 

책 사냥꾼만이 아닌, 지금 이 책을 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러지 않았을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듯,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라는, 책을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뒤돌아볼만한, 제목의 책을 손에 집어든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책을 통해서 다양한 세상을 접하고, 보다 세상을 크게 보고자 하는 나이기에 책에 대한 사랑을 감출길이 없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어쩌면 그것마저도 지금까지 그토록 멀리하고 싶었던 인간의 다양한 탐욕의 한 형태로 나에게 남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 돈, 명예라는 탐욕에 더해진 나머지 하나. 누구에게는 취미로 남겨질 수 있는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으로 남겨지고, 그것이 또다시 사랑과 돈과 명예로 연결되는… 이 책,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책에 관한 책이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책들에 대한… 그래서 또다시 그것은 인간을 이야기하고 탐욕을 이야기한다. 단순히 흥미롭게 접근했지만,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는 책,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이다. 

 

 - 현실과 절묘하게 조합된 환상의 세계!!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간단히 말해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책 사냥꾼 ‘반디’의 모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세상이 막연히 상상만이 가득한 세계로 보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과 절묘하게 겹쳐진다는 사실이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오늘날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돈과 권력, 명예라는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이란 것으로 지배되는 지긋지긋한 세상의 모습과 앞으로 다가올-어쩌면 과거 혹은 현재일지도 모르는- 우려되는 상황들을 책과 관련시켜 교묘하게 표현해 놓는다. 단순한 상상이 아닌 충분한 가능성을 좀 더 발전시켰다는 사실에 그 의미 또한 쉽게 희석되지 않음에 가벼움이 아닌 무게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현실과 환상의 절묘한 조합이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책은 다음 책을 부른다?! 

 

책을 계속해서 찾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꼬리에 꼬리는 무는 책’의 발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즐겁게 만난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알게 되고, 그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찾게 된다. 그런 끊임없는 고리가 책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한다. 보통의 책들은 그렇다. 그렇다면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는?! 그 이상이라 할만하다. 없는 책까지도 찾게 만드니까 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책. 있었지만 존재하지 않는 책들은 책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서서 어떤 의욕 같은 것들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감히 그런 생각이나 했었을까? 없는 책을 찾아 나선다니 말이다. 어쩌면 이마저도 책 속의 반디가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몽롱한 느낌을 던져줘서 아직도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책의 흡인력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고, 그 반대라면 또 다른 책을 부르는 이 책의 매력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그 어떤 것도 상관없이, 이미 나온 것이 아닌가… 이 책에는 다양한, 그것도 숨길수 없는 매력이 있다는…

 

 - 결국 우리에게 남겨지는 것은!? 

 

…그리하여 책의 마지막 장, 마지막 한 줄, 마지막 단어에 붙은 마지막 마침표에 이르면
그다음 책으로 이르는 길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또 그다음 책이, 또 그다음 책이 텅 빈 인생과 책장을 채울 것이다.
나는 여기서 가만히, 책을 읽으며 기다릴 것이다.
이 서재와 내 인생이 다시 채워지기를. 상처가 낫기를. 허무가 메워지기를.
다행히도,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책이 있다. -P348,349

 

 결국 마지막은 이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책장을 가득 메운, 하지만 아직 읽지 못하고 쌓여있는, 때로는 이런 책이 나에게 있었나 싶을 정도의 낯선 느낌까지 간직한 책들을 바라보는 나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예전에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가져다준 다른 책이 있었는데, 그때 얻었던 당연한 교훈을 또다시 잊고만 살았다. 재미로 시작한 책 읽기를 통해 더 큰 세상을 보게 되고, 그 재미로 다시 책에 빠져들었고, 그것이 책, 그 자체에 의미가 옮겨가면서, 나는 책에 미쳐 간다, 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 그 상황의 나에게 날카로운 비명을 날리던 그 책의 의미를 잊었던 것이다. 책은 읽어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진열, 혹은 소장의 가치만을 지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낮이고 밤이고 책에서 손에서 놓지 않아 손때가 묻고, 책갈피가 닳고, 메모가 깨알같이 뒤덮이게 만들어야 함을… 그 잊고 있었던 사실을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책이 있고, 나는 가만히 그 책들로 나의 서재와 나의 마음, 나의 인생을 채워갈 것이다. 나에게 남겨질 것은 그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