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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과의 전쟁
카렐 차페크 지음, 김선형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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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을 괜히 읽었다 싶을 때가 있다. 어떤 책을 읽고서 그로 인해 가지게 되는 생각과 느낌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표현했을까 싶어서 작품 해설이라는 것을 뒤적거려본다. 이로 인해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휘청거리던 생각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더 혼란스럽게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도롱뇽과의 전쟁』, 이 책의 경우에는 후자라고 할 수 있다. 솔직한 말로, ‘뭐가 이렇게 어려워. 이렇게 어렵게 표현안하면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라 할 수 없는 것인가’싶은 생각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작품해설이라는 말로 작품 그 자체에 대한 해설보다는 작가에 대한 해설이 더 장황하니… 하긴, 작품을 살펴보는 방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고, 그 중에 작가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이니, 단지 내가 원하던 해설과 다르다고해서 뭐라고 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무튼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지금의 이 머릿속을 어떻게 정리해나가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지금의 막막함과는 다르게, 처음 나의 두 손에 이 책이 놓여 졌을 때에는 무슨 책이 이렇게 예쁜가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알록달록하면서 친절하게도 다양한 삽화까지 곁들여져있는 것이 그저 매력적인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질 않았다. 알고 보니 이것은 국내에 들어와서 뚝딱하고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출간된 해에 〈가장 아름다운 체크슬로바키아 책〉으로 선정된 바 있는 1965년 판 『도롱뇽과의 전쟁』의 일러스트를 부활시킨 것이라고 한다. 뭐, 책의 첫 인상은 그렇게 예쁜 모습으로 다가왔다는 것이고, 그 속으로 들어가 살펴본다면 결코 그 내용마저도 예쁘다는 이야기는 못할 것이다. 다시 막막해진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자연에 맞서고, 심지어 자연의 위에 군림하려는 인간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지금은 인간이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존재하는 듯 행동하지만, 만약 그와 다르게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이 지금의 인간이 있는 자리를 대신한다면 어떨까, 라는… 가령 바퀴벌레가 전혀 예상하지 못할 획기적인 진화로 인해 그들이 지금의 인간의 위치이고, 인간은 지금의 소나 돼지 같은 위치에 있다면?! 이런 어이없는 생각을 ‘카렐 차페크’라는 대단한 작가가 글로 옮겨 놓았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때로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느낌마저 들도록- 실험적 요소까지 더해서 말이다. 비록 그 주인공은 바퀴벌레가 아닌 도롱뇽이지만……. 

 『도롱뇽과의 전쟁』은 반 토흐 선장이 도롱뇽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 싶겠지만, 대단한 일이다. 도롱뇽이 그냥 도롱뇽이 아닌 것이다. 말을 참 잘 듣고-물론 처음에는-, 똑똑하기까지 하다. 반 토흐 선장은 이 도롱뇽을 제대로 이용한다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G.H. 본디와 그의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 결국 도롱뇽을 이용하는 사업이 시작된다. 그리고 도롱뇽은 조금씩 조금씩 인간의 사회에 침투하게 되고, 그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인간과 맞설 정도로 강력한 힘을 말이다. 

 도롱뇽을 단순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써만 바라보던 인간이 그들에게 역습을 당하는 모습을 살펴보면서 인간과 인간의 대결에서 인간과 도롱뇽의 대결, 인간과 자연의 대결, 그리고 다시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 불러온 욕망, 아니 어쩌면 인간이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수많은 욕망들이 차곡차곡 쌓여 폭발해버린다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고 해야 할까. 도롱뇽은 단지 그 기폭제가 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욕망이 그들을 불러들이고, 그들이 결국 인간을 삼켜버리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그 시작도 인간이고, 그 마지막도 결국은 인간인 것이다. 그런 인간의 모습은 도롱뇽-물론 처음 그들의 모습을 기억하며-이 처음 반 토흐 선장에게 조개를 따달라고 다가오는 수줍은 모습-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과 대비되어 씁쓸하게만 느껴진다. 인간에게는 이것이 마지막인 것일까?! 인간에 대한 믿음은 어디까지인 것일까?! 

 이 책이 쓰인지가 벌써 70년도 넘었다. 작가는 이 작품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고,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주제도 역시 ‘현실’이라고 이야기한다. 고로 이 작품은 1936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되는데… 왜 나는, 이 이야기가 1936년의 모습만이 아닌, 오늘날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까?! 이 작품의 마지막 장, 「작가, 혼잣말을 하다」에서 언급되는 ‘그다음은 나도 잘 모르겠네.’라는 마지막 말에 비춰보면, 이런저런 상상으로 그다음을 그려봐야 할 텐데, 왠지 그런 수고를 할 필요도 없어 보이고 말이다. 그냥 알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이미 그런 세상을 살아 왔고, 지금도 살고 있고, 앞으로의 세상도 지금까지와 별반 차이가 없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랄까?! 지금의 모습과 앞으로의 모습을 동일하게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맞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에 있는 역자 해설에서는 작가가 인간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을 이야기하고 있다니 말이다. 아, 다시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이 책, 『도롱뇽과의 전쟁』. 보다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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