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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깨진 청자를 품다 - 자유와 욕망의 갈림길, 청자 가마터 기행
이기영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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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 깨진 청자를 품다(이기영: 효형, 2011)

자유와 욕망의 사금파리*를 만나다.

 

  "청자 가마에는 고통 속을 헤매며 방황하던 도공의 시름과 함게 희망이 배어있다. 그들이 구웠던 건, 흙이 아니라 자신에게 약속하는 미래의 구원이었다." -이기영

 

  '사금파리 집'*을 아시나요? 'Raymiond Isidore'라는 사람이 1930년에 자신이 살 집을 지으면서 깨진 '사금파리를 주어서 취미삼아 장식을 시작해 장장 25년에 걸쳐 15톤에 달하는 4백만 조각의 사금파리를 이용해 만든 집이라고 합니다.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서 새로운 건축물이 되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는 점이 참 신기했습니다.

  사금파리 한 조각 한 조각을 모아 하나의 건축물을 만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금파리 한 조각 한 조각을 씨실과 날실로 그물을 짜듯이 엮어서 이야기를 만든 흥미로운 인물이 있습니다. 경제학도 출신으로 도자기의 현대화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이기영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가 쓴 <나, 깨진 청자를 품다>는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서 잊혀지거나 도외시되는 '사금파리'로부터 천년의 역사를 풀어낸 이야기 입니다. 각각의 사금파리가 가진 이야기들을 엮어서 펼쳐낸 역사 이야기 그 속에는 도공들의 삶과 역사 그리고 가마터의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청자 가마터 순례의 길에서 만나는 사금파리들로부터 삶을 배우다.>

 

  처음부터 '사금파리'로 만들기 위해 도자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날의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듯한 제각각의 모양에는 가해진 충격이 제각각이듯 제각각의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누구의 손에서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저자는 흩어진 사금파리 속 이야기들에서 온전한 도자의 모습을 그리듯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천년전 이야기를 담담히 기술합니다.

  강진, 해남, 고흥, 장흥 등 북한을 제외한 남한 각지에 흩어진 22개의 가마터에서 만난 수많은 사금파리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무엇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요? 굳이 비교를 한다면 '일장춘몽'과도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각자의 꿈과 희망을 담아 빚어졌을 도자***들의 영광은 이제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사금파리로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흩어진 사금파리들은 깨어진 꿈이 흩어져 있는듯 보인다.>

 

  한국의 전승과 보존 능력이 탁월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세세한 기록을 문서화 시킨 서양과 달리 한국은 극히 제한적인 기록만이 남겨져 있는 경우가 많고 입장에 따라 깎아내리거나 미화시키는 경우가 허다하여 역사를 재현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명의 도공의 삶을 재현하고 깨어진 도자가 형성되었을 시대를 재현하는데는 분명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이 책을 '방증'에 의해 쓰여진 책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여 미리 밝혀두지만 이 책은 '방증'의 기법과 '야사'에 의존하기 보다는 고증과 검증된 자료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점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즉 이 책은 도자의 역사와 의미 혹은 미학을 공부하고픈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참고할만한 책인 것입니다.

  역사를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식상한 내용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금파리'를 소재로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도와 도공의 삶의 정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가마터 이야기는 '가마터'와 '사금파리'의 역사적 가치의 재발견이라고 평가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자가 방문했던 장소들을 하나하나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열정과 꿈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깨져버린 삶 가운데서도 남아있은 마음 속 사금파리들과 조우하는 장소로 잊혀지고 사라져 가는 가마터만큼 좋은 장소는 없는듯 싶습니다.

 

 

* 사금파리: 사기그릇 혹은 도자의 깨어진 작은 조각

** Maison picassiette: 프랑스 소재의 사금파리로 장식된 집, 몽생 미쉘 수도원을 묘사한 벽면과 기초적인 생활 도구까지 모두 사금파리로 꾸며져 있는 독특한 장소이다. 내부촬영은 불가하지만 구글 검색에서 이미지를 찾을 수 있으며 사용된 사금파리들은 공동묘지 주변에서 가져온 것들이라고 한다.

*** 도자: 도자기와 자기를 통틀어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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