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과잉 사회 - 성비 불균형이 불러온 폭력과 분노의 사회
마라 비슨달 지음, 박우정 옮김 / 현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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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부터 강렬하고 흥미로운 책, <남성 과잉 사회>는 '성비 불균형' 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여성이 부자연스럽게 부족한 사회, '잉여 남성들'이 많은 사회는 어떤 문제를 초래했는지 또 앞으로 어떤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지를 연구 자료와 구체적인 사례를 토대로 제시한다.


이 책은 한국에서 2013년에 처음 출판됐다. 이번 책은 2025년 개정판이다. 12년 전 책이지만 여전히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문제인, 오히려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성비 불균형' 문제와 그와 연관된 사회 문제, 혀상을 분석한다.


목차만 봐도 이 책이 얼마나 다양한 관점, 입장을 다루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인구통계학자, 유전학자들의 연구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들, 나아가 매춘부와 독신 남성들의 입장도 담았다.


저자는 "태아의 성별을 확실히 제어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50여 년 동안뿐(16쪽)"이었단 사실과 함께 "이 책은 생명과 죽음에 관한 책이 아니라 생명이 될 '가능성'에 관한 책(20쪽)"임을 분명히 밝힌다.


저자 마라 비슨달은 '남성 과잉 사회'의 원인과 그 결과를 '단순화'하려는 시도를 경계한다. 그는 각종 통계 자료와 연구, 인터뷰, 사례 분석을 토대로 '조용하지만 매우 파괴적인 전염병'인 성 감별에 따른 임신 중절로 인한 성비 불균형 문제의 파급력을 명료하게 제시한다.


이 책은 '낙태'에 그 자체에 주목하지 않는다. 성 감별 기술과 그 기술을 활용하는 사회, 부모들, 그 결과 사라지는 여아들과 그로 인한 각종 문제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여아들이 사라지는 현상도 문제지만 그 사라짐의 결과로 인한 성비 불균형은 인신 매매, 폭력성 증가 등 심각한 사회 문제와 직결된다. 이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며, 남아 선호 사상이란 단일한 뿌리를 가진 현상도 아니다. 



문제는 '낙태' 그 자체가 아니다. 의학 기술의 발달은 '성 감별'을 넘어 '성 조작'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1억 6천만 명이 넘는 여아가 사라진 사회에서, '잉여 남성'이 늘어나는 '남성 과잉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문제의 뿌리를 직시하는 것이다. 저출생 시대에 성 감별과 낙태, 성 조작이라니, 얼토당토 않은 말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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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좌절
김경일.류한욱 지음 / 저녁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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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애착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


이 책은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와 소아정신과의사 류한욱 원장이 함께 쓴 책이다.

이 시대를 '애착 과잉 시대, 정서적 비만 시대'라고 분석, 명명한 그들은

성장과 성숙을 위한 해법으로 '적절한 좌절'을 제안한다.


양육자와 '어른이' 모두를 위한 책


이 책은 두 파트로 구성된다. 먼저 첫 번째 파트의 제목은 '애착 과잉 시대와

적절한 좌절'이며 류한욱 원장이 썼다. 이 파트는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는 파트다. 두 번째 파트의 제목은 '독립하지 못한 어른들'이며 김경일 교수가 썼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파트는 '어른이'를 위한 파트다.


나는 아이를 양육하는 양육자의 입장은 아니지만 첫 번째 파트를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과연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해 왔었는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를 성찰해 볼 수 있었다. 양육자가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이 파트의 키워드는 '적절한 바운더리'다. 아이가 자신만의 적절한 바운더리를 만들고 지키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부모와 아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류한욱 원장은 오랜 기간 동안 실제로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내용을 토대로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아이를 위한 일이 오히려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다는 위험한 진실에 더 늦기 전에 직면하도록 돕는다.



술술 읽히지만 뼈 때리는 조언이 가득 담긴 책


이 책의 주요 장점 중 하나는 바로 '가독성'이다. 술술, 쉽게 읽을 수 있다. 심리학적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예시도 제시되어 있다. 

나르시시시트, 관계적 공격성이 높은 사람, 모든 걸 통제하려는 사람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그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 그런 사람들에게 대처하는 방법 등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동시에 이런 모습들은 주변인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뼈 때리는 조언이 아프지만 아픈 만큼 좀 더 자라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김경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스스로 미래를 감당할 수 있으려면, 철학, 깊은 사고, 정체성 그리고 적절한 좌절이 꼭 필요하다." 이 책은 어른이 되기 위해, 독립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왜 적절한 좌절이 꼭 필요한지 명확한 근거와 풍부한 예시를 통해 알려 준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긍정만이 답은 아님을 이제는 인정하고 직시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적절한 좌절'의 중요성을 배웠다. 이제 남은 건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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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비트겐슈타인 - 20세기 천재 철학자의 인생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임재성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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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평소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관심이 살짝 있었지만 진입장벽이 너무 높게 느껴져서 공부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토막토막 비트겐슈타인의 이야기를 읽긴 했지만 제대로 비트겐슈타인 철학을 탐색해 본 적은 없었다. <마흔에 읽는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반가웠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비트겐슈타인을 조금이나마 가깝고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면, 언어, 사유, 통찰, 삶의 의미,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담긴 지혜를 36개로 정리하여 제시했다. 특히, 한 편의 글 끝에는 독자의 삶과 비트겐슈타인의 지혜를 연결하도록 이끄는 질문이 있다. '마흔'에 비트겐슈타인을 읽는 건 스물이나 서른에 비트겐슈타인을 읽는 것과 어떻게, 왜 다를까?



굳이 책 제목에 '마흔에 읽는'이라는 문구를 넣은 이유가 무엇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살짝 의아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마흔'이라는 나이를 강조했는지 알 수 있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인생에서 가지는 '상징적 의미' 때문이다. 마흔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만큼 많은 혼란과 불안을 경험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자신만의 중심을 잡지 못하면 앞으로의 인생이 험난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흔들리는 마흔에게 비트겐슈타인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조언은 큰 도움이 된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기도를 남겼다고 한다. "내가 더 깊이 사고할 수 있기를, 세상의 이치가 마침내 나에게 분명해지기를. 그렇지 않다면 시간을 연장하며 살아갈 필요가 없기를 신에게 기원합니다. (295쪽)"


비트겐슈타인은 그저 생존하는 삶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늘 치열하게 사유하고 실천하는 삶을 지향한 철학자다. 그 철학자의 철학과 삶에서 저자가 길어올린 핵심 메시지가 이 책에 담겼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비트겐슈타인을 통해 마흔을 이해하고, 마흔 이후의 삶을 더 날카롭게, 더 자기답게 살아갈 방법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의 강점은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 꼭 필요한 부분을 적재적소에 인용해서 그에 관한 해석을 저자만의 또렷한 관점으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비트겐슈타인의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철학적 지혜를 보다 쉽게, 가깝게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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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엄마에게
한시영 지음 / 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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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을 만큼 밉지만 그 미움보다 더 깊이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

이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놀랐지만 동시에 공감했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엄마라고,

그만큼 깊이, 온몸과 온마음으로 사랑받고 싶어하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존재는 아이의 우주에서 엄마가 유일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 작가가 엄마를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

또 그 사랑의 깊이만큼 얼마나 상처받고 괴로워했을지 잠시 헤아려보다가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책을 덮으면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아이가 엄마를 다시 사랑하길 선택하겠다고 말해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하겠지만 그럼에도 다시 엄마를 선택하겠다는

그 마음에 담긴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어 엄마의 "시작하는 마음"을 돌아보는 아이

알코올 중독자 엄마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 

성인이 된 이후에는 엄마를 돌봐야 했던 아이, 이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아이.

그 아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따라 울었다.

아이가 가여워서, 그 가여운 아이의 엄마가 안타까워서 울었다.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는 양육자를 가진 내가 평생 마음속에 

키워온 원망과 미움 때문에 보지 못했던 엄마의

'시작하는 마음'을, 나는 이제야 겨우 본다. 267쪽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서, 엄마를 믿지 않을 수 없어서 

괴로웠다. 그녀의 보살핌에는 불규칙한 공백들이 있었다.

하지만 듬성듬성이라도 내게 주어진, 양육자로서 그녀가 남긴 

편안했던 순간들이 또한 분명 존재했다. 284쪽 

이 세상에 완벽하게 좋은 엄마가 존재할까. 어렵겠지.

완벽하게 나쁜 엄마도 존재하기 어렵지 않을까.

나 아닌 다른 존재를, 내가 책임지고 키운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 것 같다. 이제는, 아주 조금은.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봤다.

울퉁불퉁했지만 따스하고 즐거웠다. 외롭고 쓸쓸하기도 했지만 

안온한 순간들도 있었다. 나의 양육자, 나의 우주, 나의 엄마.

나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였을까. 또 나는 엄마에게 어떤 딸이었을까.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나를 먹이고 입히고 키웠을까. 내가 엄마를 돌봐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엄마를 잘 돌볼 수 있을까. 엄마가 나를 돌봤던 것처럼.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래도 잘 해내고 싶다.


엄마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방법

나도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아니 나와 엄마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 아니 마음의 흔적을 남기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내가 애써 돌아보지 않으면 휘발되거나 영영 사라져 버릴 기억들, 순간들. 더 늦기 전에 꺼내 보고 싶어졌다. 엄마를 기억하는 건 곧 나를 기억하는 것이다. 엄마와의 시간을 더 깊이 사랑하는 건 그 시간 소에서 자라고 어른이 되어 온 나를 돌아보고 꼭 안아 주는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용기를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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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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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엄마는 왜 창문을 넘어 도망쳤을까?

책을 처음 펼치면서 궁금했다. 엄마는 왜 굳이 '창문'을 넘어 '도망'쳤을까. 비유적인 표현일까? 책을 덮으면서 알았다. 엄마는 도망친 게 아니라 꿋꿋하게 자기 자리로, 삶으로 '돌아간 것'이다. 삶으로 돌아가는 문이 엄마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닫혔다. 그래도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 뚜벅뚜벅 스스로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아픈 사람, 환자도 사람이다.

엄마는 아프기 전에는 '운동화만 신으면 용감해지는' 아주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아픈 사람, 환자가 된 이후로 엄마는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할 자유를 완전히 박탈당한다. 한순간에. 보호와 치료라는 명목하에 의료진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사람인 엄마를 그저 환자로만 대한다. 환자가 된다고 해도, 큰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병에 걸리더라도 인간의 기본적 욕구와 존엄까지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데, 그러면 안 되는데. 그 당연하고도 단순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한다. 엄마의 간병을 도맡은 K장녀 유미도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치료와 회복에 필요한 일에 더 집중한다. 아마 나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엄마를 돌보면서, 엄마를 대하는 의료진의 태도와 병원 시스템, 요양 병원과 요양원의 시스템과 구성원의 태도 등을 직접 겪으면서 아픈 사람도 사람'이라는 중요하지만 너무 쉽게 뒤로 밀려나는 진실을 다시 깨닫는다. 


엄마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건 월권이다

여기서 당장 나가고 싶다는 엄마의 다급한 요청에도 유미는 다음 날까지 기다리면 데리러 가겠다고, 꼭 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엄마는 참지 않고 창문을 넘어 탈출을 감행한다. 1분, 1초라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으니까. 당황하던 유미도 결국에는 인정한다. 엄마의 인생은 엄마가 결정해야 한다고. 훨훨 날아가서 진짜 사는 것처럼 살라고.


"오늘이 행복해야 내 일생이 행복한 거"다

책의 마지막 부분엔 창문 넘어 도망친 용감한 엄마, 오미실 여사의 글이 있다. 짧은 글이지만 오미실 여사의 이야기를 직접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2025년 봄에 오미실 여사는 말한다. "오늘도 선물처럼 주어진 날을 기쁘게 누리고 있다"라고.  오미실 여사가 자신만의 인생을 용감하게, 즐겁게 잘 살아가길 응원하고 싶다. 유미와 함께, 또 따로.


나는 엄마를 잘 돌볼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엄마를 돌봐야 하는 날이 오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엄마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길 늘 바라지만 인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K장녀 유미가 엄마를 돌보면서 느끼는 자기 연민, 죄책감, 짜증, 미안함 등 여러 감정으로부터 나도 자유롭지 못하겠지. 아픈 엄마를 지켜봐야 한다는 상상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힘들고 지치는데 간병은 마음과 몸, 내 시간과 감정, 체력 모두를 갈아 넣어야 하는 일이니까. 그래도 그건 절대 잊지 말자. 아픈 사람도, 아니 아픈 엄마도 엄마고 사람이라는 것! 함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보호받아야 하는 '환자'로만 취급하지 말자. 유미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의 인생은 엄마가 결정해야 한다는 걸 인정하고 존중하자.


엄마를 어떻게 돌보고 간병했을지, 엄마의 요양원 생활은 어땠을지 등을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나니까 '간병 분투기'보다는 자신의 일상을, 삶을 지키기 위한 분투인 것 같다. 유미는 유미의 삶을, 오미실 여사는 오미실 여사의 삶을, 각자 또 함께 지키기 위해 애쓰는 분투기. 누구나 늙고 병들어가는 순간, 자기 자신의 일상을 타인의 도움 없이는 유지하기 어려운 순간이 올 테니까, 그런 순간이 오기 전에 이 책을 읽고 그때가 오면 내 삶을, 일상을, 관계를 현명하게 지키기 위한 태도는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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