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객의 맛있는 인생>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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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객의 맛있는 인생 - 소소한 맛을 따라 세상을 유랑하는
김용철 글 사진 / 청림출판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출발했다는 책이 추석 연휴를 거치면 일주일이 넘어서야 내 손에 들어왔다. 늦게 온 게 미워서 조금 밀쳐두었지만 막상 들고 1장 ‘그곳에 가면 사람 사는 맛이 있다‘를 읽기 시작하니 뒤가 궁금하다.
여행을 가는 것을 좋아하고 또 많이 다니는 편이지만 미각味覺이 좋지 못한 것인지 음식에 대해서는 관대하다고 해야 하나, 무관심하다고 해야 하나? 아직도 ‘맛집’을 찾고 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여행을 갈 때도 맛집을 굳이 찾지를 않는다. 그럼에도 동행이 있어 가끔씩 맛집을 찾아오는 극성 때문에 찾아가는 경우 ‘왜 이 집이 맛집이라는 거야?‘라며 거의 실망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도 문제이고 말이다. 맛이라는 것이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마는 편이라서 말이다.
자칭 입맛이 편안한 나지만 타칭 입맛이 까다로운 나로서는 ‘무식하면 용감하다‘ 정신으로 해외로 여행을 갈 때도 그쪽 음식을 용기백배 도전해보는데, 한국에서는 오래 먹어온 음식이라 더 까다로워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책날개에 거창한 맛객의 블로그 선전(??)이 좀 눈에 거슬렸지만 웬걸.....읽을수록 왜 그렇게 환호를 받고 있는지 조금 알 것도 같다.
맛을 읽어내고
맛을 만드는 사람을 읽어내는 맛객 마음씀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쓴 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미성당의 납작만두는 이미 상업화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끊임없이 제품을 만들어내는 공장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들은 서둘렀고 나 역시 서둘렀다. 출입문에는 이 집을 방송했던 프로그램 제목이 여러 개 적혀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 혹할 것이다. 하지만 납작만두에 대한 나의 로망은 그런 상업화와는 거리가 멀다. - 132p
막국수에 김가루가 들어가는 이유는?
장삿속!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렇잖은가. 현지인들이 먹는 상태 그대로 국수에 양념과 김치만 얹어서 내놓는다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말이다. 잡다한 게 들어가서 뭔가 있는 것처럼 포장을 해야 팔려도 팔릴 것이다. 148p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멜라민 식기를 쓴다.184p
등등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음식칼럼인 반면 아무나 쓸 수 없는 것 또한 음식칼럼이다. 무수히 많은 맛집 블로거들이 있지만 내용보다 사진에 더 공을 들이고, 글이라 해봤자 사진 밑에 짧은 코멘트를 다는 정도가 부지기수다. 맛집을 많이 아는 것이 결코 맛을 많이 아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맛을 안다는 건 단순히 많은 맛집을 순례하거나 미각적인 측면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식재의 특성 같은 실질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역사와 문화, 사회와 풍습, 그 지역의 자연환경까지 두루 깨우쳐야 가능한 일이다. 천재 꼬마요리사는 나올 수 있어도 천재 꼬마미식가는 나올 수가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미각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경험을 통해서 발전하기도 한다.
- 들어가는 글 007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 군산 ‘한일옥‘을 가면서 군산항의 역사를 상세하고 이야기해주고, 인천 ‘차이나 타운’에서 ‘만두’의 역사 등 음식에 얽힌 역사를 읽어보는 재미가 크다.
“국물은 뭘로 뽑았어요?”
“멸치요. 대파 뿌리도 넣고 다시마랑 푹 끓여요.”
그 국물에 소금으로만 간해서 국수를 만하고, 주방에서 일하시는 할머니가 친절하게도 알려주었다. 가끔 텔레비전에 소개된 음식점들 맛의 비법을 물으면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데, 다 욕심이다. 예뻐 보이지 않는다. 자기 요리에 대해 자신 없는 행동으로 비춰질 뿐이다. 손맛이란 백이면 백 다 달라서 비법을 알려줘도 같은 맛은 나지 않을 텐데 말이다.
- 삼각지 ‘옛집‘ 016-019
“음식 중에서 변하지 않는 음식을 선호하다 보니 병이 많이 생기는 것 같어. 변하는 음식을 변하기 전에 먹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음식을 먹어. 설탕, 조미료, 소주, 이런 것들을 먹으니까......”
생각해 보니 우리 주위에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음식들이 참 많다. 오랫동안 두어도 변하지 않는 음식들이 꼭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지만, 그것들에는 생명이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죽은 음식을 먹으며 살고 있다
- 장흥 ‘장동주조장’ 035
막걸리의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형 상품들에 밀려 사라져가는 주조장을 겨우 유지하며 살고 있는 장동주조장 사장님의 이야기는 경각심을 일으키는 바가 크다.
하지만, 장흥 출신이라 그런 걸까? 남도의 곰삭은 맛(내가 거의 기절지경에 이르는 맛인데...그의 글을 읽고 나면 그 곰삭은 맛조차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지는 건 어쩌면 좋을까?^^)에 해당하는 맛칼럼이 많고, 전라도쪽에 비해 경상도 음식의 소개는 거의 없다 할 만하다. 하긴 전라도 사람들이 ‘경상도 음식은 맛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많이 들었긴 하다.
차에 항상 두면서 여기 있는 곳들을 모두 가보고 싶어진다. 세계의 맛을 보러 티벳, 독일, 프랑스, 일본까지도 불사하고 갔는데 어렵겠지? 티벳의 짬바와 창은 안 먹어봐서 모르겠고, 내겐 별로 인상적이 않았던 일본의 우동과 라멘은 별로지만, 독일 맥주도 마셔보고 싶고 프로방스에서 먹는 피자를 읽으니 남부 이탈리아에서 먹어본 피자 생각이 간절해져서 왠지 땡긴다~~ㅋㅋ
여기에 소개되고 나서 유명집들이 되어, 내가 예전 찾아갔던 ‘맛집‘들처럼 ’ “왜 이 집이 맛집이라는 거야?‘라는 이야기가 안 나오도록 꼭꼭 숨어 그대로의 맛을 간직했으면 좋겠다. 이런 내 생각 너무 이기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