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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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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3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후 무분별하게 세월호 참사를 보도했던 수많은 언론은 많은 사람에게 신뢰를 잃었다. 종이 신문 몇 종과 방송국 몇 개에 불과했던 뉴스매체는 인터넷이 생긴 이후 끊임없이 늘어났지만, 매체신뢰도는 그 수가 늘어나는 것만큼 줄어들었다.

'신뢰를 쌓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쌓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신뢰를 쌓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언론을 향한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치명상을 입은 지금, 새로운 시도 혹은 새로운 모색을 하지 않으면, 언론은 더 이상 사회에서 기능하지 못하는 죽은 매체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소개할 책인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문학동네, 2014)는 현 뉴스의 비판과 더불어 뉴스의 미래를 모색한다.

뉴스가 지루한 이유

"언론은 자신이 우리에게 매일 전하는 것들이, 몇 달 혹은 심지어 몇 년에 걸쳐 다듬어진 안목을 통해서만 그 진짜 형태와 논리 구조를 대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의 극히 일부만 뽑아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길 꺼린다. 따라서 많은 경우 단편적인 문장들보다 장별로 나뉜 이야기를 읽는 쪽이 더 현명하다는 점을 시인하는 데도 우물쭈물댄다.(29쪽)"

뉴스는 어떤 사건에서 모든 사족을 쳐낸, 극도로 정제된 사실이다. 이를 기자들은 '팩트(fact)'라고 부른다. 이러한 팩트들은 우리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중요한 요소지만, 팩트는 단지 어떤 사건의 핵심에 해당할 뿐이다. 핵심이 각 핵심들을 서로 연결해 줄 수 있는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뉴스가 지루한 이유는 바로 여기서 온다. 소설이 흥미를 유발하는 이유는 어떤 사건이 벌어진 서사를 묘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스트레이트 뉴스는 사건의 서사를 제거하고 사건의 핵심만 전달한다. 그 때문에 기자가 중요하다고 여겨 취재한 뉴스는 독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쉽게 사라지고 만다. 

뉴스는 보통 지루함을 떨쳐내는 방법으로 "그저 사람들에게 '진지한' 뉴스를 좀 더 많이 소비하라고 겁을 주"곤 하지만, 진정한 해결책은 거기에 있지 않다. 알랭 드 보통에 따르면 뉴스의 지루함을 없애는 방법은 "소위 진지한 뉴스 매체들에게, 대중을 적절히 사로잡을 수 있는 방식으로 중요한 정보들을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뉴스의 거리감을 극복하려면...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세력 간의 무력 충돌이 있었다. 언론은 연일 이 사건을 보도했지만, 사람의 반응은 '저곳은 또 저러는구나'에 그쳤다. 국내에서 가장 큰 이슈인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다. 사건이 벌어진지 4개월 이상 지난 지금, 사건 초반의 절절한 관심도와는 달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처럼 대부분의 국민은 강한 피로를 느끼고 있다. 특별한 관심을 쏟았던 사람들도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갔다.

우리의 관심이 멀어지는 이유는 일상을 무너뜨렸던 비일상의 사태가 이제 일상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지역이 기본적으로 안정된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걸 알고 있어야만, 또한 그곳 거주민들의 일상생활, 일과, 그들이 품고 있는 소박한 희망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만 거기서 벌어진 슬프고 폭력적인 사태에 대해 정확하게 우려를 표할 수 있다.(98쪽)"

뉴스는 항상 끔찍하고 자극적인 일을 보도하지만 그런 보도가 어떠한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끔찍하고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있는 일'로 변모한다. 그렇다면 뉴스가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끔찍하고 자극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비일상이 일상으로 타락하지 않도록 일상의 일도 그만큼 보도해야 한다. 

새로운 뉴스, 또 다른 가치

뉴스매체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뉴스의 구독률 혹은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온갖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의미한 뉴스의 향연이 아니라 독자(讀者)들 스스로 독자적(獨自的)인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가치 있는 뉴스다. 더불어 독자들은 자극적인 뉴스의 시대에서 잠시 한 발 빼는 용기도 필요하다.

뉴스의 시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개개인 스스로의 독자적인 생각이다. 이것은 뉴스를 보고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준다. 이는 정보의 핵심만 모여있는 뉴스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에 있는 것이다. 뉴스의 홍수에서 잠시 기어 올라와 예술을 통해 독자적인 가치관을 갖는 것, 이것이 알랭 드 보통이 <뉴스의 시대>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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