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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카파 - 그는 너무 많은 걸 보았다
알렉스 커쇼 지음, 윤미경 옮김 / 강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 링크 :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의 나의 리뷰 바로가기..
'로버트 카파'...전쟁의 참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 그의 일생을 바쳐 전쟁터만을 누볐으며, 비참한 전쟁터에서 사랑을 했으며, 전쟁으로 인해 사랑을 잃었고, 결국 그 자신도 전쟁터에서 산화한 전설적인 종군기자. 전쟁은 그에게 모든 것을 가져다 주었으며, 모든것을 앗아갔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인생 여정을 되짚어보면, 40년의 짧은 인생동안 그가 카메라를 놓지않으면서도 누렸던 것은 딱 다섯가지이다. 전쟁, 여자, 술, 포카, 담배...
그의 40년이라는 짧은 일생동안 그가 신물나게 들었던 소리는 딱 세가지이다. 포탄음, 부상자의 신음소리, 그리고 사진기만이 가지는 고유의 찰칵거리는 소리.
그는 자유스러우면서도 가벼운 인생의 행보를 즐겼고, 압도적이면서도 무거운 그 당시의 시대 분위기에 갇혀있었다.
이 책을 읽는동안...오버랩되는 영상이 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초반장면으로 잔혹하면서 인격 말살을 그대로 여과없이 보여주는 D-day날의 '오마하 해변'에 연합군 군인들이 상륙하는 장면과 역시나 2차세계대전을 그린 드라마(영화를 넘어선)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여러 장면들이 그것이다. 우리들은 이러한 장면들을 책이나, 영화, 다큐멘터리를 통해 접해 보고 그 실상(처절함)에 단순히 몸을 떨기만 하면 되지만, 그 영상속의 누군가(군인, 종군기자)는 실제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어떤 영상보다 나를 무겁게 짖눌렀다.
'로버트 카파', 글쎄.. 자신의 업을 천직으로 믿었던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종군기자라 하면... 외부적으로 보이는 그에 대한 말일듯 싶다. 그렇다면 그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어떨까?
직설적으로는 '바람둥이', 좀 더 그럴듯하게 표현하면...'로맨티스트'쯤 되지 않을까?
그 또한 카메라를 든 군인이므로, 피와 살점이 튀는 전쟁터 밖에서는 따뜻한 사랑을 갈구하는 한 명의 외로운 남자였으리라. 사랑하던 여인도 전쟁터에서 만났고, 결국 전쟁터에서 여인을 잃었으니...그에게는 전쟁터가 모든 것이었다. 결국 '카파' 본인도 전쟁터에서 불행한 죽음을 만났으니...이 사람만큼 기구한 운명을 가진 자도 드물것이라 생각한다(그의 운명의 아이러니는 다른 기자의 갑작스러운 휴가때문에 그가 대신 사진을 찍으러 가서 죽음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때만은 신도 잠시 눈을 감았던 듯 하다.).
'카파'에게 여인은 중요하다. 어쩌면 '카파'는 여인들에게 둘러쌓여 만들어진 하나의 이미지이며 환상이다. 그 자신도 이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였다.
그의 본명은 '앙드레 프리드만(이 책에서 나온 대로...)'이다. 그가 '로버트 카파'까지 변신하는 도중의 일화가 그리 가볍지 않을 뿐더러 그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바꾸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알았다.
잠시...카파의 여인에 대해 언급한다면...카파가 앙드레였던 시절...동네 여자친구였던...'에바 베슈뇌'는 헝가리의 반유대주의 때문에 어쩔수 없이 헝가리를 떠나야 했으며, 그 위기를 이용하여,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의 베를린으로 향한다(이때까지만해도 독일의 반유대주의는 헝가리보다 심하지 않았던듯..). 이때 앙드레 또한 떠나는 에바를 보며...그 또한 헝가리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1년후(1931년)에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떠나 독일 베를린에 도착하는 앙드레. 결국, 베를린에서 다시 '에바'와 조우한 '앙드레'는 먹고살기 위해서 에바를 통해 유명한 사진사(오토 움베르스)의 암실 조수로 들어간다. 이게 그의 인생의 서막이다.
그는 이곳에서 사진에 관한 기본 기술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 후 직관적인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고(이때 찍은 사진이 스탈린 최대의 정적인 '레온 트로츠기'였다. 트로츠기가 앙드레의 첫번째 촬영대상이었다.), 얼마후에 정치적으로 혼란한 베를린을 떠나게 된다. 그는 자유스럽고 예술가로 넘쳐나는 파리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운명의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작은 빨간 여우'라 불리는 '게르다 타로'가 바로 운명의 여인인데, 앙드레는 '볼셰비즘'을 가지고 있는 이 여인에게 매혹당한다. '게르다'는 앙드레의 사진에 대한 열정과 전문적인 능력을 알아보았고, 방탕한 그에게 한 가지 사업을 제안한다. 그 사업이란 바로 사진을 찍어 파는 일인데, 이 역시 지금까지 앙드레가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게르다가 구상한 사업은, '로버트 카파'라는 가상의 미국 사진기자를 만들어 '카파'의 이름으로 사진을 파는 것이다. 이 미국 사진기자는 좀 더 좋은 사진(원래 앙드레는 좋은 사진을 찍었으므로..)을 더욱 비싸게 팔 수 있었다(멋드러진 미국 사진기자의 이미지를 팔아서) 카파의 사진은 앙드레가 찍은 사진값의 거의 두배이상을 받아냈다. 결국, 실제적으로는 앙드레와 게르다가 같이 일하는 형식이었지만, 그들의 사업은 가상의 '로버트 카파'를 창조하여 세명이서 운영하는 사업체를 만들었으며...앙드레가 찍은 사진은 가상의 인물인 '로버트 카파'라는 이름으로 팔려 나가게 되는것이다.
그것이 '앙드레 프리드만'의 두번째 인생의 서막이며, 그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전쟁터로 몰아넣는 계기가 된다. 물론, '로버트 카파'로서는 첫번째 인생의 서막을 연 것이다.
이쯤에서 보면...카파에게 여자라는 존재는 매우 크게 다가온다. 후에 '게르다'가 죽고...몇년동안 사귀게 되는 '핑키'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를 포함하여, 그 당시 할리우드에서 제일 유명했던 '잉그리드 버그만'까지 포함하면, 주위의 여자가 바뀔때마다 그의 인생도 조금씩 바뀌어갔으며, 그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도 커져만 갔다.
시대는 영웅을 원하는 시기였고, 카파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덧칠하기 시작하였다. 그가 찍은 수많은 사진은 극단적인 위치에서, 극적인 장면으로 채워졌다. 또한 사람들은 전쟁이 보여주는 이미지의 비참함에 매료되었으며, 이는 상업적으로, 정치적으로 카파를 한단계, 한단계씩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내가 이 책을 읽기전에 보았던 책이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카파'의 제 2차 세계대전의 자전적인 종군기이다. 그래서 이 책은 카파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한 이 책은 카파의 내면적인 이야기들을 그리 많이 다루지 않았다. 카파 자신이 하는 이야기였기에, 그에 대한 내부적인 시각보다는 외부적인 시각에 중점을 두었다.
그런데 지금 소개하고 있는 이 책 '로버트 카파'는 '알렉스 커쇼'라는 저널리스트가 카파의 여러 주변인물들과 그때 당시의 소개되었던 카파의 인터뷰, 자료 등등을 가지고 카파의 인생을 재구성한 책이다. 카파의 어렸을 때 이야기부터(물론 많이 나오진 않는다), 그의 죽음까지 생생한 증언과, 정보를 바탕으로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실로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선, 그때 당시의 사상과 이념에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것도 좋겠지만(물론 사상과 이념, 철학에 문외한이더라도 쉽게 읽힌다. 다만 카파의 내면을 스스로 캐내기 위해선 필요할 듯도 보인다), 이 책을 읽기 위한 필요조건은 아니다. 하나의 양념일 뿐이다.
솔직히 이 책은 사상과 이념에 대해 중요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카파의 괘적, 전쟁터의 포연을 따라가는데에 중점을 두었다.
앞서, 잠깐 짤막하니 카파의 여인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것은 정말 카파의 흥미진진한(?) 활약상의 감초일 뿐이다. 무섭도록 대담한 카파의 발자취를 따라가길 원한다면, 정말 이 책의 모든것을 음미해보길 권한다.
카파에 대한 이야기는 둘째치고라도, 그때의 전쟁, 사회, 인간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참, 카파의 무거운 이야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길 원한다면,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먼저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그 후, 더 많은 카파의 이야기를 듣길 원한다면, 이 책 '로버트 카파'를 읽으면 될 것이다.
<덧붙임>
** 카파의 두가지 책...'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와 '로버트 카파'의 표지에 나온 사진은 의미가 깊다.
1. 먼저...'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의 표지는 앞서 이 책의 리뷰에서도 밝혔지만... 카파가 찍어 '라이프 LIFE'지에 보낸 100장이 넘는 사진들 중 간신히 살아남은 10장정도의 사진중 하나이다. 그때 당시의 오마하 해변에서의 연합군 군인들의 몸부림이 흐릿하지만, 그래서 더욱 극적으로 분위기를 살려낸 사진이다.
2. 다음으로 '로버트 카파'의 표지에 실린 사진...
이 사진은 카파 개인적으로 그가 찍은 사진 중 가장 비통한 사진이라 한다. 1945년 4월 18일. 전쟁이 끝난 후에 촬영한 것인데, 전쟁이 끝나는 날에도 군인은 이렇게 죽어가는 것이다. 카파는 독일 라이프치히에 도착한 후 라이프치히의 전경을 찍기 위해 한 아파트로 들어간다. 잠시 책에 나온 카파의 인터뷰속 회상을 들어보자.
...(중략)... 그래서 나는 "맨 위층에 올라가면 전투 마지막 순간의 라이프치히를 멋지게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르주아들이 산 듯한 그 아파트로 들어갔더니 젊은 병사가 발코니에 있었다. 젊은 하사는 무거운 기관총좌를 설치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맙소사, 전쟁은 끝이 났다. 사격을 하는 병사의 사진을 더 보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4년 동안 이와 똑같은 사진을 찍어왔다. ...(중략)...그러나 병사의 모습은 마치 전쟁 첫날인 듯 단정해 보였고 아주 진지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좋아, 이제 이 전쟁의 마지막 사진이 될 거야."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카메라를 세워 놓고 그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내가 그의 사진을 찍는 동안 그는 저격병의 총에 사살되었다. 아주 맑고, 어쩐지 아름답게 느껴지는 죽음이었다. 나한테는 이 일이 이번 전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다...(중략)...
이 사진과 관련한 또 다른 사진...
** 위 사진들은 매그넘 싸이트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1. 『매그넘 site』로 가기 (클릭)
2. 로버트 카파의 사진 보기...(클릭!! 매그넘의 '로버트 카파'로 넘어갑니다...)
2006.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