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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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간의 스포일러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나...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조금만 읽어보면 나오는 부분이기에 큰 무리는 없을 듯...그래도 이 책을 보실 분은 이 리뷰 보시지 않는게 좋을 듯..싶네요~~

                   친애하는 스티븐 호킹,

 
                      저를 당신의 제자로 받아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오스카 셸
 
                       <p. 31 >
 
 
'오스카 셸' 자신만의 완전무결(?)한 논리로 세상을 읽어내고 호기심으로 세상을 풀어나가려는 9살난 꼬마. 이쁜 아줌마 앞에서는 성숙한 척, 자신의 나이를 자신의 얼굴과 최대한 맞추어 12살이라고 거짓말 하는 꼬마. 또 세상에서 가장 큰 아픔을 너무나 일찍 맛 본 꼬마. 어린아이 답지 않게 꼬마답게 자신과 가족에게 닥친 이 슬픔을 이겨내려는 이 책의 사랑스런 주인공.
 
영특하지만 그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이 아이에게는 하나의 숙제가 있다. 자신만의 숙제. 그리고 엄마랑 할머니는 결코 알아서는 안 될 숙제.
 
그 숙제는 자신의 아빠의 죽음에 관한 숙제이며, 자신이 슬픔을 이겨 낼 수 있는 지혜를 주는 숙제이고, 항상 아빠 곁에 있음을 느끼게 하는 숙제이다. 엄마랑 할머니한테는 결코 알려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건 두 분에게 슬픔을 안겨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을 읽자마자 이 꼬마가 혹 자폐증이 아닌가 의심했었다. 자신이 만들어 낸 세상에 갇혀사는 것은 아닌지 해서 말이다. 또 예전에 읽었던,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번역서 제목 :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문학수첩리틀북스' 펴냄)의 '크리스토퍼'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어쩄든 '오스카'는 자폐아는 아니다.
 
'오스카'는 항상 자신의 상상에 날개를 달아주는 아빠를 좋아했다. 신문이나 잡지의 오타를 체크하는 모습의 아빠도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오스카의 아빠는 2001년 9월 11일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장악당한 비행기와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충돌하는 시간에 그 건물에 있었다. 그리고 2년후, 오스카의 가족은 아빠의 시신이 없는 빈 관을 묘지에 안장한다.
 
오스카는 아빠의 체취를 그리며 아빠의 손길이 닿은 물건 이것 저것을 엄마 몰래 만진다. 이 꼬마에겐 슬픔을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없다. 다만 부츠의 무게만을 느낄 따름이다. 부츠의 무게란 기분이 나쁘면(오스카 생각으로 절망적인 상태를 경험하게 될때) 엄청 무거워지고, 기분이 좋으면(오스카가 원하는 답을 얻거나 정말로 기분이 좋아질때) 이 부츠의 무게는 날아갈듯 가벼워진다.
 
아빠의 죽음은 가장 무거운 부츠를 신은 상태이다. 오스카는 부츠를 가볍게 하고 싶었고, 아빠의 파란 꽃병속에서 하나의 알 수 없는 열쇠를 찾게 된다. 'Black'이라고 쓰여진 종이 하나와 함께...
 
오스카는 아빠를 찾으러 나선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빠의 죽음은 알고 있으니, 아빠의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Black'씨라는 사람을 찾으러 나선다. 그리고 꽃병속에서 찾은 알 수 없는 열쇠에 맞는 열쇠 구멍을 가진 'Black'씨의 물건(혹은 열쇠로 여는 문 혹은 자물통과 같은)을 함께 찾기 위해서. 이 자물통이나 문은 아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이야기 해 줄것이다.
 
이게 바로 오스카의 숙제이다.
 
이 소설은 오스카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스카의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2차대전의 폭격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만 했던 오스카의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 이야기는 오스카의 할머니 편지속에서 오스카의 현재 이야기와 교차 편집되어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이 작가는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듯 하다. 단순히 희생자들이 불쌍하다는 연민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삶 그리고 그 사람과 얽혀있는 가족의 삶, 심지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이들과의 연계를 보여주고 싶어한 듯 하다. 2차대전은 2000년대를 이어나가는 새로운 씨앗인 '오스카'에게도 그 영향을 미쳤다. 희생자들의 죽음은 단순히 생명의 불꽃이 사그러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헛된 죽음은 정말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오스카가 수많은 'Black'씨를 만나는 것 자체가 이 사회의 보이지 않는 연계성을 말하는 듯 싶다. 비록 대다수의 'Black'씨들은 오스카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오스카는 그들의 삶을 훔쳐보게 된다. 비록 차이는 있을 망정,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는 그들 또한 나름대로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다. 무엇이 시끄럽고 무엇이 가까운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제목의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친애하는 오스카,
 
             당신이 자기 얘기를 조리있게 하는 것을 보니
             똑똑한 젊은이일 거라 생각되지만, 당신을 만나 본적도 없고,
             어떤 과학을 연구했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추천서를 써드리기는 어렵겠습니다.
             제 작업에 대한 친절한 관심에 감사드리고,
             당신의 과학 탐사 여행과 그 밖의 일에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제인 구달
 
             <p. 276>
 

 
이 책은 정말로 재밌다. 가끔 가슴을 막히게 하는 감동도 있다. 그리고 오스카의 당찬 호기심과 사고가 정말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이 책 중에 약 60여가지의 사진들이 나오는데..스토리와는 그리 상관없는 사진들이 나온다. 처음엔 무슨 사진일까 어리둥절했지만, 그 사진들은 오스카의 콜렉션이다.  '나에게 일어난 일들'에 관한 콜렉션...
 
그런데 오스카는 '스티븐 호킹'에게 답장을 받게 될까?
 
 
              친애하는 오스카 셸,
 
             미국 당뇨병 재단에 기부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1달러 지폐 한장 한 장이
            -당신의 경우에는 50센트지만- 모두 소중합니다.
            미래의 장단기 목표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우리의 선언문과 과거 활동과 성과를 담은
            브로슈어 등 재단에 관한 자료를 동봉했습니다.
            이 절박한 대의를 위해 기부해 주신 데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생명을 구하셨습니다.
 
                                                              감사를 드리며,
                                                         퍼트리샤 록스버리
                                                                  뉴욕 지부장
 
             <p.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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