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각본 살인 사건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첫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인 <김탁환>은 『불멸의 이순신(총8권)』을 쓴 작가로 많이 알려져 있다. 나 또한...이 작가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이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은『방각본 살인사건』을 통해서다. 그런데 너무나 흥미롭게 읽었다. 처음 이 책을 읽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역시나 같은 작가의『열녀문의 비밀』을 읽어보려 했는데, 이 책은 '백탑파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라, 어쩔 수 없이..첫번째 이야기인 『방각본 살인사건』을 펼쳐들게 된 것이다. 처음엔 시리즈인줄도 몰랐다.

암튼...예전에 가끔 외국 추리 소설을 읽다 우리나라에도 셜록 홈즈나 브라운 신부 혹은 명탐정 포와르 그리고 모스 경감..등등...유명한 탐정이 있었으면...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물론...우리나라에도 있겠지만, 책을 많이 안봐서 잘 모르겠음...)

그런데...이 '백탑파 시리즈'가 어느정도 내가 바란 것들을 조금은 만족시켜준 듯 하다. 이 소설의 배경은 역시나 조선의 중흥기 시절이었던 '정조'시대가 배경이다.  이 소설은 물론 그 당시의 시대상을 잘 알지 못해도 술술 넘어간다. 정치적인 배경이 이 소설의 바탕을 이루지만, 역시나 추리소설이다 보니 읽어내려가는데 큰 지장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역시나 시대소설이므로 그 당시의 정황을 알아야 머랄까..보이지 않는 뒷맛까지 음미할 수 있다고나 할까?

자신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엿새동안 뒤주에서 갇혀있다 죽은 후 정조가 왕위를 이어받는다. 이 정조는 할아버지인 영조의 '탕평책'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비록 탕평책이 모든 당의 인물들을 고루 등용시킨다는 명목이 있지만 아직도 그 시대의 세상은 '노론'의 몫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서얼(서자출신)들 까지도 등용시키려는 정조의 계획을 눈치챈 노론은 이들을 반역죄로 몰아넣으려는 흑심을 품게 하는데...이것이 바로 이 이야기의 시대적인 배경을 이룬다.

이 책에서 나온 '백탑파'의 '백탑'이란 그 유명한 탑골공원(파고다 공원)안에 있는 원각사지 10층 석탑(국보2호)을 말한다.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탑이기에 백탑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백탑 주변에 모여 시문을 읊고, 북학이라 불리우는 실학사상(실사구시와 이용후생)에 대해 토론했던 이들을 가리켜 '백탑파'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백탑파'는 '초정 박제가', '연암 박지원', '야뇌 백동수', '형암 이덕무', '영재 유득공' '담헌 홍대용'등 대부분 서얼 출신(홍대용과 박지원제외)과 실학에 관심을 보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이 '백탑파'의 시리즈 중 첫번째 이야기다. 그렇다면..과연 이들이 주인공인가?  작가 <김탁환>은 이 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또 다른 인물 두명을 창조한다. 그리고 이들이 주인공이며, '백탑파'는 이들을 도와주는 조언자 역할을 한다. 이 책이 소설이지만 매우 사실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바로 생생한 이들 인물들의 자취때문이다. 

암튼...주인공은 '이명방'으로 <의금부 도사>의 직위에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김진'이라는 인물이 있는데...이 인물은 '이명방'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거의 문과 무에 능한 천재에 가까운 인물이다. 이 둘 사이에서 내가 느낀 것은 홈즈와 왓슨 박사이다. 홈즈는 김진에 가깝고, 왓슨은 이명방에 가깝다. 암튼 이들은 매설(소설)을 즐겨보는 이들의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데..이 매설의 작가인 '청운몽'이라는 사람이 '백탑파'와는 정말 친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유명한 매설가가 결국 살인범으로 몰려 죽음을 당하게 되지만...그 뒤로도 살인 사건이 계속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결국...'백탑파'가 주시당하게 되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임금인 정조까지도 신경을 쓴다.

이 이야기를 보면..정조가 신경을 쓴다는 부분을 제외하면..그냥 있을법한 살인사건에 불과할 듯 보이지만, 역시나 <김탁환>의 어마어마한 연구와 방대한 자료는 이 사건과 그 당시 정조 시대의 정치적, 시대적 배경과 결합시켜 이 사건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극점까지 가게 만든다. 정말 쉴새없이 일어나는 사건의 연속과 긴장감은 쉽게 책에서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앞서 말했지만, 이 소설은 '백탑파'의 첫번째 이야기다. 그리고 두번째 이야기는 작년(2005)년에 『열녀문의 비밀(상,하)'』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세번째 이야기는 '왕과 나'라는 가제로 되어 있는데..아직 나오지 않은 듯 하다.

역시나 정조시대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것 같다. 솔직히 슬픈 역사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쨋든...흥미있는 이야기의 소재거리임에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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