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 체크리스트 - 완벽한 사람은 마지막 2분이 다르다
아툴 가완디 지음, 박산호 옮김, 김재진 감수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땐...GTD(Getting things Done) 관련 책 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니까 시간 관리책으로 생각했는데, 앞부분을 읽어나가니 이건 뭐 '목숨구하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먼저 이 책은 꽁꽁 뭉쳐져 있다. 누구는 뭉쳐진 덩어리만 보고서 '아..그렇군' 하고 쉽게 지나칠 수 있다. 사실 그렇게 읽으면 별것 아닌 것들 혹은 당연한 이야기로 채워진 책으로 느낄 공산이 크다. 서점에 널린 자기계발서 중 한 권쯤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말이다.

꽁꽁 뭉쳐져 있다는 것은 사실 해체하며 읽어야한다는 뜻이다. 그럼 무엇으로 분해를 할까? 그것은 바로 독자의 영감이다. 책에 쓰여져 있는 모든 것을 흡수할 필요는 없지만, 책 내용을 지탱하는 거대한 구조물이 무엇인지는 파악해야하며, 되도록이면 자신의 일상에 어떻게 가져다 쓸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책 표지에 '말콤 글래드웰의 극찬!'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것이 책에 플러스 될지 마이너스 될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책의 전반적 표현 방식은 '말콤 글래드웰'이 하는 것과 유사하다. 먼저, 책의 주제를 정한다. 다음으로 말하려는데 필요한 예시를 찾아 정리한다. 셋째 그런 예들을 통해 말하려는 바를 강력히 주장한다.

저자인 '아툴 가완디'가 이 책에 든 예들은 크게 세가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다. 하나는 병원(혹은 수술실)의 일화, 둘째는 항공회사(혹은 항공기)의 일화, 셋째는 건축회사(혹은 공사장)에서의 일화이다. 이 일화들과 체크리스트를 묶어본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메뉴얼이다. 그런데 메뉴얼은 이런 세 분야에서 말고도 다른 분야에서도 무궁무진하니 쓰인다. 심지어 컴퓨터 조립하는데에도 메뉴얼이 들어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컴퓨터 조립 메뉴얼이라든지 요리할때의 레시피와는 좀 더 다른 뭔가가 있음을 직감해야 한다. 메뉴얼과 좀 더 다르다면, 반복성을 따질 수도 있겠다. 의사는 날마다 수술을 하며, 기장은 날마다 비행기를 운항한다. 그리고 공사장 감독관은 매일 공사장에 출근하여 설계도와 건축물을 살핀다.

그런데 컴퓨터 조립가게의 직원, 레스토랑의 요리사도 매일 자신의 일을 한다. 그러니까 일상속에서 하는 반복성도 맞긴 하는데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 과연 '아툴 가완디'의 책 <체크 체크리스트!>는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여기서 두 부류, 그러니까 수술실에 있는 외과의사, 비행기안에 있는 기장, 공사장에 있는 설계사라는 한 부류와 컴퓨터 조립 가게의 직원, 레스토랑의 요리사라는 다른 한 부류의 큰 차이점은 바로 '혼돈(카오스)'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발생(해프닝)'이다. 이쯤 되면 무엇과 관련되어 있는 것인지 대충 짐작이 될 터이다. 그것은 위험의 발생을 뜻하며, 위험의 회피와 관련된 사항들이 아닌, 위험의 관리(risk management)를 이야기한다. 돌발적 위험을 자신의 영역안으로 이끌어 놓는 것. 즉, 돌발적 위험을 메뉴얼로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커다란 뼈대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두 부류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요리사, 컴퓨터 가게의 직원은 모두 혼자서 문제를 풀고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의사, 기장, 공사장 관리자는 혼자 일을 처리할 수 없다. 따라서 권위를 죽이고 의사 표현을 최대한 자유롭게 제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가져야 하는데, 이때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체크리스트다. 이제 수술실을 참관하기 시작한 레지던트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에게 '제 생각에는 말입니다.....'하며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에 이렇게 언급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말입니다....'라고.

이 책의 전반적으로 숨어있는 메시지는 바로 의사소통이다. 하지만 말이 좋아서 소통이지, 관습이나 문화, 혹은 권위를 이길 수는 없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최종 권위를 종이 한 장에 실어주어야 한다. 아니 누구나 인정해야만 한다. 한 명이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한낱 종이 한 장일 뿐이다. 이 종이 한 장 앞에선 모두 다 따라야만 되는 기계가 되어야한다. 이것은 혼돈을 복잡한 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단순한 문제로 낮추어준다. 즉, 체크리스트는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일의 위험성을 감면시켜준다.

그렇다면 반대로 체크리스트는 아무런 일이 없을때, 그러니까 이제 막 어떤 작업을 하기 위해 체크리스트에 따라 일의 순서를 잡기 시작했을때는 어떤 작용을 할까? 그것은 바로 사사로운 것에 위험성의 단계를 부여하는 일이다. 이게 굉장히 창의적인 내용인데 이거야 말로 책 속의 덩어리에 꽁꽁 싸매어져 있다. 사소로운 일에 일의 위험도를 부여하는 것, 그래서 아무런 일이 없으면 일의 위험도는 무시되지만 일단 문제가 생기면 위험도가 쉽게 눈에 띄거나 작업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두드려 대는 것, 이거야 말로 체크리스트의 완결판이다.

그래서 체크리스트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이 바로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작업이다. 어떻게 비공식적으로 그러니까 평소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위험도를 부여할 수 있을까? 거기에 화살표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시 어떻게 하라는 식으로 링크를 걸까? 이 문제를 제기한 책이 이 책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체크리스트를 만들까? 재밌게도 여전히 '말콤글래드웰'식으로 표현되어있는데, 각자 맡은 일이나 업무, 처한 상황에 따라 알아서라는 주문을 걸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책 말미에 부록형식으로 <안전한 수술을 위한 체크리스트>와 <체크리스트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첨부하긴 하였다.

완벽을 위한 나머지 2분은 독자의 영감에 기댄다는 소리다.

정리해보자면, 항상 반복적인 일, 그 중에서 꼭 챙겨야 할 일을 체크리스트로 만들고 일의 시작전 팀이 모두 이를 숙지하거나 따르면서 권위가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는다. 일단 일이 시작되면 평소와 같이 하되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이에 맞는 해결책이 체크리스트에 있다면 그 누구라도 인터럽트(중간에 끼어들기)가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재밌는 것은 몇 십년 동안 이런 체크리스트를 갈고 닦기. 이것이 요지이다. 마지막 몇 십년동안이라는 것은 실제로 항공사에서 그렇게 갈고 닦은 체크리스트를 사용하기에 그렇다. 영화나 드라마보면 이렇게 나오지 않는가. '엔진' '이상무' '왼쪽날개' '이상무' '앞바퀴' '이상무' '뒷바퀴' '이상무'. 이렇게 기장과 부기장이 목소리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항공사에서 수십년간 갈고 닦아 만든 체크리스트이다.(체크리스트는 항공사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였다.)

간단한 문제와 복잡한 문제의 차이점은 바로 이거다. 하루동안 실타래 하나를 풀기와 1분 동안 실타래 하나를 푸는 차이점이다. 즉, 시간의 급박함이 크다. 그렇다면 복합적인(혼돈의) 문제란 뭘까? 과연 풀릴 실타래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게 문제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물론 알렉산더 대왕은 매듭을 칼로 내려쳐 풀었다는 전설이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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