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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의 맛
신이현 지음, 김연수 그림 / 우리나비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책에 대한 첫 번 째 오해 : 난 여태 작가 신이현을 신현림과 헷갈리고 있었다. (신현림은 시인인데 나는 에세이나 포토집을 통해 접했어서 소설가이기도 한 줄 알았음.ㅠㅠ) 그래서 언뜻 언뜻 책이 나올 때 '아 작가 신이현(신현림)이 사진에 관한 책도 내고 예술에 조예가 깊더니 프랑스 가서 프랑스 남자와 결혼했구나'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뭔가 내가 생각했던 신이현(신현림)의 이미지와 달라 찾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사람은 신현림이었고 이 작가는 내가 그 책을 전혀 읽은 적이 없는 작가였던 것이다. (여태 친숙하게 여겼던 것의 허망함이라니.)
책에 대한 두 번 째 오해 : 책의 제목과 표지, 맛보기로 알라딘에 올려진 만화 샘플 등을 종합해 내가 기대했던 것은 요리에 관심이 깊은 작가가 알자스 시댁의 전통요리를 제대로 배워 소개해주는 맛깔스러운 책이었다. 그런데 읽어나갈수록 이 작가는 요리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게 느껴졌다. 계속 시어머니가 요리를 할 뿐 작가가 열정을 갖고 요리법을 배우거나 소개하는 일은 없었다. 따라서 내용도 요리에 관한 내용이 주가 아니라 시부모와의 만남들을 소개하는 것이 주라 '알자스 시댁 일기' 내지는 '고부 일기'가 제목으로 더 적합해 보였다.
책에 대한 세 번 째 오해 : 작가가 만화 대본을 쓰고 그린이가 만화로 그린 것으로 알았어서 읽으면서 내내 당황스러웠던 것은 작가가 순박한 프랑스 시부모에게 너무 못 되게 구는 것으로 느껴졌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정말 이 사람이 신이현(현림)인가 의문을 품기 시작함. ㅋ)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책에 앞서 출판된 똑같은 목차를 가진 책이 있었는데 바로 <루시와 레몽의 집>이었고 그 책의 구판은 <알자스>였다. 즉 작가가 만화의 대본을 일부러 직접 쓴 게 아니라 만화가가 작가의 기존의 책을 만화로 재구성한 것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책소개에서 알려줘야 하지 않았을까. 화자의 말들에 작가의 실제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된 것인지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루시와 레몽의 집>을 대충 훑어봤는데, 제대로 읽어봐야 알겠기는 하지만 이 만화에서처럼 시니컬한 어투로 쓰여진 책은 아닌 것 같았다. 나이도 꽤 있는 작가를 만화가는 왜 눈 째지고 시니컬한 젊은 동양여자로 그린 걸까. 뭔가 미국식 그래픽노블의 화자를 흉내내려 한 것 같았고 만화가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됐을 때 한국인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심어줄 것이 우려됐다. (처음 우려했던 것도 '시부모가 이 책을 프랑스어로 보게 되면 뒤에서 자기들 험담을 한 것으로 여겨져 얼마나 상처받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리고 결국 이 책은 <알자스 시댁 일기>가 맞았던 건데 요즘 유행하는 음식 이야기처럼 보이게 하려 한 출판사의 상술에 좀 씁쓸해졌다. 부디 이 만화가 프랑스에서 출간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