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문에서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스무 명이 집에서 폭격을 맞았다는 소식을 읽었다. 미국이 이라크에 있는 자신들의 정유시설을 지키기 위해 삼백 개가 넘는 부대를 은밀히 파병했다는 소식과 아이에스에 납치된 미국 언론인 제임스 폴리의 참수 장면이 공개되었다는 소식, 남자, 여자, 어린이가 포함된 서른다섯 명의 인도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런던에 정박하기 위해 이제 막 북해를 건넌 화물선의 컨테이너 안에서 질식사했다는 소식을 읽었다.
새털구름은 북쪽, 수영장의 끝을 향해 흘러간다. 나는 물에 뜬 채로 가만히 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는 구름을 지켜보며, 눈으로 그 넘실거리는 모양을 기록한다.
그때 풍경이 보여 주는 확신이 변한다. 변화를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그 변화는 분명해지고, 내가 받는 확신도 더 깊어진다. 하얀 새털구름의 털들이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낀 채 물 위에 떠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본다. 이젠 내가 그것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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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은 전혀 읽지 않으셨나요?" 이번엔 박완서 작가가 놀란 얼굴로 대답했다. "외국 작가 중에서 영향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나요? 일본문학이 외국문학이라는 발상은 우리 세대에 없어요. 우리는 젊었을 때 일본어 읽기를 강요받고 한국어 읽기는 허용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도스토옙스키 같은 유럽문학도 전부 일본어 번역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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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도시, 사람들은 절대 지루함을 줘서는 안 된다는 압박을 느껴. 지루함에서는 실패의 냄새가 나거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말이다, 지루함은 돈이 안 된다는 거야. 내 생각에 삶에는 참 많은 지루함이 있고, 지루함에는 한 조각의 진리가 담겨 있어. 필터링이 안 된다는 것. 지루함에는 화려한 네온사인도, 의상도, 배경 음악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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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우리 일상에 완전히 침투했단다. 경제는 사랑이라는 개념에도 내재되어 있고 무덤도 관리하고, 아이들도 먹여 살린단다. 네가 듣는 음악, 입는 옷, 읽는 책들을 경제가 골라 주고, 매일 아침, 카페 셔터를 잡고서 네가 가 보고 싶은 도시들로 안내해 줘. 파티나 장례식에서 음악을 연주해 주기도 하지. 경제가 취리히, 발파라이소, 베이루트를 거니는 모습도 볼 수 있어. 경제는 베를린 장벽 붕괴를 도왔고, 가자 지구 폭격도 도왔으며, 브라질 올림픽 때는 마라카낭 경기장에 불을 밝혀 주기도 했지. 멕시코의 시우다드 후아레스를 헤매면서 여자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매일 밤 제프 쿤스의 품에서 잠이 든단다. 어린아이들이 대화를 나눌 때도 안에 숨은 경제의 모습이 보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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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된 무질서는 세상을 지배하는 무질서의 반영일 뿐이다. 능동적 허무주의는 전(前)혁명적이다. 수동적 허무주의는 반(反)혁명적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 두 태도 사이를 극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게 주저하면서 항구적으로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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