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이십대 중반이 된다. 올해까지는 만 나이로는 아직 중반이 아니라고 우겨볼 수 있었지만. 그리고 서른에도 조금 더 가까워진다.

서른 살. 내 십대는, 훌쩍 서른쯤 되어버리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서른 살이 되면 정말 어른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무지개꽃 핀 화려하고 마냥 행복한 인생은 아닐지라도 삶의 주체가 내 자신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외부의 조건보다는 내 노력이나 실수, 순전히 나로 비롯되는 문제로 인생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또래 아이들이 스무 살 대학생의 모습을 동경할 때 난 스무 살은 아무래도 어른이 아닌 것 같아 서른이 되고 싶었다. 허나 내가 생각하는 서른 역시 이상일 뿐이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스무 살이나 내가 생각하는 서른 살, 결국은 마찬가지다.

스무 살을 기대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열살 쯤에는 열여덟살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열여섯쯤 되서는 내가 기대한 열여덟은 내 인생에 혹은 우리 모두의 인생에 존재하지 않는단 걸 자연스레 깨달았고, 이 년 더 지난 스무살이래봤자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았다. 불안한 손으로 지정해 놓은 선이 서른이었겠지.

그때는 서른에 가까워지면 내가 뭔가 되어 있고, 돈도 많이 모으고, 어쩌면 독립도 하고 그렇게 살 줄 알았다. 그런데 난 여전히 무엇이 되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고, 아마 서른이 되도 그럴 게다. 서른은, 아이로 남기엔 많지만 아직 어른은 아닌 나이이다, 그런 거 같다.

그러고 보면 서른 살에 대해 생각하는 것 오래간만이다. 솔직하게, 대학교 3학년 이후로는 그 나이에 별로 연연하지 않았다. 형이상학적인 문제로 고민했던 이전과는 달리 온갖 형이하학적 문제가 날 붙잡고 있었고, 박지영은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것보다 피부 관리를 받고 매니큐어의 색을 바꾸고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고르는 쪽에 더 열을 올리고 있었다. 확실히 그런 시기였다.(대학 시절동안 발전한 것이 무엇인가 한참을 생각해보다가, 늘은 거라곤 매니큐어 바르는 실력밖에 없음을 깨닫곤 망연자실할때도 있다) 그냥 즐겁게, 되는대로, 아아, 고민 따위라니, 이십 년 동안 줄창 해왔는데 지겨워, 지긋지긋 해.

변화의 원인이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남자친구를 사귀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친구들이 그렇게 변해가는 시기였을 수도 있고, 스물 두 살, 세 살이라는 나이 탓일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서 그랬을 수도 있고, 주위의 기대와 시선이 부담스러워서였을 수도 있고,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망 탓이었을수도 있고, 백만가지의 이유는 한 가지 이유와 같을 것이다.

다시 쓸 것. 뭔가의 소스로 쓰려 했는데 영 정리가 안된다. 너무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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