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화는 다 어디로 간 거냐고 냉소하는 이의 손을 덥석 붙잡고 이책을 건네야겠다. 누구와 마주 앉는 ‘엄살원‘은 수다의 극치로 손님을데려가니까. 여기엔 분명 기술이 필요하다. 말하기와 듣기와 묻기와 옮겨 적기의 기술. 언어 때문에 환장도 해보고 구원도 받아본 자들만이 그것을 연마한다. 저항하지 않고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사랑도 있음을 아는 자들만이 투쟁에 지친 이를 곡진히 대접한다. 밥상에 정성과 지성을죄다 바치는 엄살원 식구들을 본다. 이들이 상을 차리면 온갖 아름답고치열한 이야기가 식탁에 쌓인다. 세계의 깊은 구멍들을 두루 살피는 이야기이자 흉터 난 이들이 서로를 모시는 이야기다. 그 모든 이야기가 밥을 나눠 먹으면서 흘러간다. 익숙하고도 여전히 진귀한 이 장면이 내가슴에 사무친다. 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살고 너도 살기를, 울고먹고 웃고 떠들고 노래하기를, 무엇보다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기를 바라면서 『엄살원」을 읽는다.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인간들의 이야기가이렇게나 좋을 수 있다는 사실이 한 솥 가득 쪄놓은 만두들만큼 감격스럽다. 최선의 만남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온 세상에 외치고 싶다. 이시대 가장 뛰어난 대화집이다.
- 이슬아 (작가, 헤엄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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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 자신을 다루는 법을 조금이나마 더 잘 알게 되는 것. 게으르고 괴팍하며 소심하고 엉뚱한 자아를 어르고 달래면서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가는 것. 한심하기도 안쓰럽기도 섬뜩하기도 답답하기도 한 나, ‘이것도 팔자인데 어쩌겠니.‘
하는 심정으로 마침내 인정하고 동행하는 것. 너니나나 고생이 많다. 나 때문에 너도 참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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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을 내는 것은 상황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 무언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항의하고,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노하자. 짜증은 분노처럼 보이지만실제로는 정면 승부를 피하며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는 우회로일 뿐이다. "아 진짜. 또 시작이냐. 짜증나게. 네가 맨날 그렇지 뭐." 짜증은 관계를 파괴하고 개선을 방해한다. 차라리 성실하게 화를 내고 끝까지 다퉈보자. 그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다.

욕심 없어 보이려는 것도 나의 욕심. 어쩜 가장 정직하지 못한 못난 욕심. 그렇다고 누가 마냥 욕심부리는 건 참지 못하겠으니, 욕심을 참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하는 작은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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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동안 노래를 진~짜 많이 했구나."
"언니, 나 노래 뻥긋도 안 하고 지냈는데?"
"그게 노래지 뭐니. 네가 부엌에서 지내고, 강아지하고 산책하고, 그런 하루하루가 노래지."
그때는 그 말을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노래를 하지 않았던 시절에 가슴속에 노래가 더 많았다.
입 밖으로 소리를 내야만 노래가 아니었다. 수술을 받아본의사가 환자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리듯이, 무대에 설 수 없는 입장이 되어본 가수야말로 무대를 가슴으로 품는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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