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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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기욤 뮈소의 소설이 한국에서 인기가 있었을 때, 저도 잘생긴 외모를 가진 프랑스인 작가와 그가 그려내는 로맨스 코미디에 푸욱 빠져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구해줘>를 시작으로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등을 읽어 나가다가 어느 순간 이 작가의 작품들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어요. 모든 작품들의 분위기가 비슷해서 나중엔 작품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엉키고 말았지요.

그런 느낌이 들기 시작한 이후로 기욤 뮈소는 제 관심 밖으로 사라졌었어요.

 

이 <내일>이라는 책도 선물 받지 않았더라면 읽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저번 포스팅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제가 요즘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에 지쳐있던 참이라 간단히 읽을 소설을 책장에서 찾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어요. 기욤 뮈소의 소설은 집중해서 읽으면 몇 시간 안에 완독할 수 있을 정도로 술술 읽히는 작품들이지요. 이번 작품도 역시나,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답니다.

 

 

 

 

모든 작가들이 자기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기욤 뮈소 작품의 특징은 각 장을 시작할 때마다 좋은 글귀가 쓰여 있다는 점이겠지요. 이번 책을 여는 글귀는 셰익스피어의 ‘사랑은 걸음을 떼어놓을 수 없을 때는 기어서라도 온다.’라는 말. 이런 한 문장으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다니, 정말 멋지지요.

 

이 책을 읽고나서 얼마 전 보았던 영화 <어바웃 타임>이 떠올랐어요. ‘타임슬립’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어바웃 타임은 주인공이 직접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고 이 책은 두 사람이 ‘맥북’을 통해 시간을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달랐지만 어떤 방식이든 타임슬립은 참 매력적인 주제라고 생각되어요.

 

저처럼 기욤 뮈소의 전 작품들에 실망하고 계셨던 많은 독자분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그 매력에 빠질 수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하니까. 과거는 이미 지나갔어. 죽은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자기들끼리 살게 내버려둬.”

매튜는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에이프릴의 말이 옳았기 때문이다.

“케이트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의심을 거둬. 괜한 의심으로 당신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괴롭히지 마. 사람들은 흔히 겉모습만 보고 상대를 판단하지. 케이트의 진실이 뭐였건 이미 죽은 목숨이라 돌이킬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친자 확인 검사를 해서 뭐하게? 케이트의 과거를 뒤지고 다녀봐야 고통과 불신만 가중될 뿐이야. 당신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야. 이쯤에서 인생의 페이지를 내일로 넘겨.” -p, 272

사랑의 이름으로, 사랑을 위해서라면 사람들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멀리.

아주 멀리.

그렇지만 분명 경계가 있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케이트는 그 경계를 넘어섰다.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을까? 그렇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p, 382

 

우리는 언제까지 운명의 계획을 거스를 수 있을까? 감히 시간의 법에 도전장을 내밀고 운명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했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걸까? -p, 443

 

타임슬립은 영화나 소설 등에서 꾸준하게 다루어지는 낯익은 소재다. 일본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그렇고, 할리우드 영화 <이프 온리>도 그랬다. 프랑스 작가 마르크 레비도 얼마 전 비슷한 글감으로 쓴 소설을 발표했다.

 

과거의 어느 특정 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지난 잘못을 바로 잡고 싶다는 내용이 이런 종류 작품들의 주된 내용이고 보면 아마도 자책이나 후회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후회를 할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했던가?

 

1년 전, 성탄절을 앞둔 저녁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내 케이트를 잃은 매튜는 보스턴에서 혼자 어린 딸 에밀리를 돌보며 살아간다. 매튜는 하버드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철학교수다. 어쩐 일인지 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에만 매달리는 정서불안의 30대 독신 커리어우먼 엠마는 잘 나가는 뉴욕 최고급 식당에서 일하는 와인감정사이다.

 

매튜는 어느 날 이웃 동네 벼룩시장에서 중고 노트북을 한 대 구입하고, 그 안에 저장되어 있던 몇 장의 사진 때문에 예전 노트북의 주인인 엠마에게 메일을 보낸다. 우연히 엮이게 된 두 사람은 메일 몇 통을 주고받는 사이 급속도로 친밀감을 느끼고, 급기야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계획한다.

 

자, 문제는 이 대목에서 발생한다. 두 사람은 각자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약속한 식당으로 가지만 서로를 만나는데 실패한다.

 

왜? 두 사람 사이에는 1년이라는 시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매튜가 구입한 중고 노트북에는 1년 전 시간이 입력되어 있었고, 따라서 매튜는 1년 전의 엠마와 메일을 주고 받았던 것이다(사실은 엠마가 자살을 하자 동생의 유품 정리에 나선 오빠가 노트북을 팔았던 것. 그러니까 매튜가 중고 노트북을 구입할 당시 엠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일들이 과연 과학적으로 가능할까? 더구나 매튜는 엠마가 과거에 사는 사람임을 이용해 1년 전 사랑하는 아내를 앗아간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아내가 죽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엠마에게 사정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엠마는 케이트가 매튜가 생각하듯 남편만 사랑하던 여자가 아니었다는 사실, 그녀는 거짓 사랑을 연기하며 살았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된다. -p, 445, 446 <옮긴이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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