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에쿠니 가오리.가쿠타 미츠요.이노우에 아레노.모리 에토 지음, 임희선 옮김 / 시드페이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좋아하는 작가의 새로운 책은 편식하지 않고 다 보는 편이다.

이 책은 4명의 작가가 하나의 주제로 각기 다른 이야기를 그려냈지만 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를 제외하고는 잘 알지 못했을 뿐더러 처음엔 에쿠니 가오리의 글만 있는

책이었으면 더 좋았을걸.. 이라는 생각도 했다.

 

다 읽고나니 다른 세 작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긴다.

왜 일본 최고의 여류작가인지 알겠다.

가쿠타 미츠요, 이노우에 아레노, 모리 에토, 에쿠니 가오리

각각의 책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는 글의 분위기가 참 많이 비슷하다.

따뜻하고, 잔잔하고, 포근하고, 겨울과 참 잘어울린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들.

 

p. 54

똑같다. 도망치고 도망쳐서 이제 완전히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 가족의 일원이다. 엄마가 만드는 일상적인 음식과 아버지가 만드는 화려한 요리 그리고 친척들이 함께 둘러쌌던 식탁은 어쩔 수 없이 내 안에 존재한다. 그런 것들로 내가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안노도, 우리는 느끼기보다는 맛보며 살아 왔다. 식탁에 올리고 모두 함께 그 식탁에 둘러앉아서. 그렇게 함께 나눠 왔다.

- 가쿠타 미츠요, <신의 정원>

p. 72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들추고서 이마에 키스를 한다. 무슨 의식을 치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애써 떨쳐낸다. 가방 속에서 미네스트로네가 들어 있는 밀폐 용기를 꺼낸다. 물론 카를로는 이 수프를 먹을 수 없다. 다만 애착을 가졌던 음식 냄새가 의식을 깨워줄 수도 있다고 누군가가 나에게 말해준 적이 있기에 가져와 보았을 뿐이다. 그게 누구였더라? 의사? 친구? 아니면 인터넷에서 본 정보였나? 어쩌면, 아무도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그냥 내가 무의식 중에 그렇게 되기를 바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 이노우에 아레노, <이유>

p. 154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눈길을 다시 메밀밭 쪽으로 돌렸다. 파묻힐 것만 같은 초록색 풀 속을 뛰어다니는 젊은 날의 어머니를 그려보지만, 내가 알고 있는 어머니와는 도저히 매치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어머니도 틀림없이 존재했다.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

- 모리 에토, <블레누아>

p. 206

내 생각에 같은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의미 있는 행위다. 아무리 섹스하는 사이라도 별개의 인격이라는 사실을 바꾸지 못하는 두 사람이, 매일같이 똑같은 음식을 똑같이 몸속으로 집어넣는다는 행위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완전히 그렇게 했다.

- 에쿠니 가오리, <알렌테주>

 

그동안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즐겨 읽었었다면 이 책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난 나머지 세 명의 작가에게 관심이 생겼을 정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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