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을 떠난, 두 거장의 명복을 빕니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 <장미의 이름>에서



딜은 다시 우리에게서 멀어졌습니다. 딜의 머릿속에 아름다운 꿈들이 떠돌아다녔습니다. 내가 책을 한 권 읽을 때 딜은 두 권을 읽을 수 있었지만 자신만의 환상의 사계, 아기들이 백합처럼 누가 따 주기를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 그런 세계를 더 좋아했습니다. 딜은 혼자 천천히 중얼거리다가 마침내 잠이 들었습니다. 나를 데리고 말이지요. 하지만 딜이 말한 고요하고 안개 낀 섬에 을씨년스러운 갈색 문을 단 회색 집의 이미지가 어렴풋하게 떠올랐습니다.
“딜.”
“응?”
“넌 부 래들리가 왜 집에서 도망치지 않는다고 생각해?”
딜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나를 등지고 돌아누웠습니다.
“어쩌면 달아날 곳이 없기 때문일 거야...”
- <앵무새 죽이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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