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딜은 다시 우리에게서 멀어졌습니다. 딜의 머릿속에 아름다운 꿈들이 떠돌아다녔습니다. 내가 책을 한 권 읽을 때 딜은 두 권을 읽을 수 있었지만 자신만의 환상의 사계, 아기들이 백합처럼 누가 따 주기를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 그런 세계를 더 좋아했습니다. 딜은 혼자 천천히 중얼거리다가 마침내 잠이 들었습니다. 나를 데리고 말이지요. 하지만 딜이 말한 고요하고 안개 낀 섬에 을씨년스러운 갈색 문을 단 회색 집의 이미지가 어렴풋하게 떠올랐습니다.
“넌 부 래들리가 왜 집에서 도망치지 않는다고 생각해?”
딜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나를 등지고 돌아누웠습니다.
“어쩌면 달아날 곳이 없기 때문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