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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홍대 까페꼼마 2호점에서 있었던 한강 작가님의 기자간담회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귀국 후 첫 공식석상인 만큼 아주 취재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사회를 맡은 시인이자, 난다의 대표인 김민정님도 문학을 몇 년간 맡아 왔지만
이렇게 기자들이 많이 모인 것은 처음 본다고 하시네요. 




한강 작가님은 조금 늦게 오셨는데요. 택시를 타고 오다 길이 막혀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오셨다고...

수줍게 변명하셨습니다. 


나타나자마자 플래시세례가 이어지고, 조금은 수줍은 모습을 보이시는 한강 작가님...

(20분 전에 갔음에도 뒷자리밖에 없어 핸드폰 줌 기능으로 찍어 사진 상태가 아주 좋지는 못합니다)


이번 행사는 <흰>의 출간기념회였고, 수상 전에 이미 계획이 되어 있었던 자리라고 합니다. 

조촐하게 흰 떡을 해 나눠먹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큰 행사가 되어버렸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어진 인터뷰들 중, 몇가지 부분만 추려봤습니다. (편의상 존대어로 쓰지 않았습니다.)


1. 먼저 감사. 영국엔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왔다. 흰도 영국에 출간될 예정이라 담당자들도 직접 만날 겸 갔고 수상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을 받고 많은 분들이 기뻐해주시고, 고맙다고 해주신 분들도 많아서, 그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한 일주일이 지나갔다. 


2. 책이 출간된 건 9년 전. 그 소설을 완성한 건 11년 전. 나는 그 소설에서 많이 걸어나왔고, 그 소설의 끝에서 계속 이어지는 소설들을 써왔다.


3. <채식주의자>는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담고 있는 책이고, 그 작품의 끝에서 다른 작품들이 시작된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그 그러한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담고 있고, 살아야 한다는 대답을 애쓰면서 쓴다고 느끼며 썼던 소설이다.


<희랍어 시간>은 인간의 어떤 지점을 바라볼 것인가 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인간의 연하고 섬세한 자리를 들여다보고픈. 


<소년이 온다>는 압도적인 폭력의 상황에서 존엄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걸 쓰면서 나 자신이 변화하는 걸 느꼈다. 


그리고 지금 나온 <흰>은 2014년 가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머무르면서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가 재건된 곳을 보고, 그 도시를 닮은 사람을 상상하면서 쓴 소설이다. 그 사람에게 삶의 어떤 부분을 준다면 그것은 흰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더럽히려고 해도 더럽힐 수 없는 생명 같은 것.


4. 채식주의자는 그동안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모두 내가 읽을 수 없는 언어들이어서 영문 번역 제안이 왔을 때 반가웠다. 내가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외국어라. 데보라씨와 여러 번 메일로 이야기하며 작업을 진행했고 소년이 온다의 경우 한 줄을 설명하기 위해 한 페이지의 자료가 필요하기도 했다.




5.소설에서 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데보라 스미스씨 역시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잘 살릴 줄 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그대로 번역에 잘 드러나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통했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됐다. 


6. (판권 담당자분이 설명해주심) 채식주의자 현재 27개국과 계약. 라트비아나 인도 남부지역 소수 언어로 내고 싶다는 연락도 왔다. 영국은 발표난 그날 2만부 증쇄된 것이 많이 나가서 추가 2만 부 재쇄 예정. 미국은 하드커버에 페이퍼백 8월에 추가 출간 예정. 중국은 현재 미출간된 모든 소설 출간 예정. <소년이 온다>의 경우 중국에서 현지 분위기상 난색을 표하기도 했으나, 진행하게 될 것 같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관심은 <소년이 온다>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흰> 역시 한국어판이 나오면서 이미 해외 에이전트들에 pdf가 넘어간 상태. 영국 네덜란드에서 이미 출간 계약이 됐다. 


7. 채식주의자는 많은 분들께 불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 소설을 쓴 후로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나는 그 작품에서 던졌던 질문들로부터 계속 나아와 이후 작품들을 썼다. 새로 읽으시는 분들께 이 말을 꼭 드리고 싶다. 그리고 희망하는 점이 있다면 그 소설만 읽지 마시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선후배 작가들, 조용히 묵묵하게 글을 쓰시는 그 분들의 글을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8. 어릴 때부터 이 세상 어디엔가 언제나 고통 받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가 커다란 숙제였다. 우리가 평화롭게 산다고 해서 우리가 평화로워질 수도 없는 것이고. 고통을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고, 할 수 있는 것은 응시하는 것이고, 받아들이는 것이고, 삶의 일부로서 가져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9. 수상 소식에 담담할 수 있는 건 이미 오래 전에 쓴 소설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건너서 이렇게 먼 곳에서 상을 준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달까, 그 당시 기쁘다기보다는 '아, 참 이상하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10. 수상 이후 변화는, 잘 모르겠다. 출판사 분들이 불편을 우려하시며 택시비도 주셨는데, 지하철 타고 와도 아무 일 없었다. 그냥 예전처럼 살고 싶다. (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수상 날 누군가 오늘만큼 기쁜 날 있냐고 물었는데, 당연히 있었다. 기쁨은 개인적인 것이니까. 글을 쓸 때는 독자도 생각하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이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과 아마 완성할 수 있을 거야 같은 일말의 바람 사이에서 흔들리며 쓰고, 완성되면 어떻게 되긴 됐네? 라는 느낌으로 끝이 난다. 그렇게 글 쓰는 입장에서 상이라든지, 그 다음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여력이 부족하다. (그래도 노벨상에 대해 묻자) 글 쓰는 사람한테는 그냥 글 쓰라고 하면 좋겠다. 상은 책이 완성된 후 아주 먼 미래에 나오는 결과일 뿐,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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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愚民)ngs01 2016-05-25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도 세계화로 향하는 물고를 터준 맨부커상의 수상을 다시금 축하합니다.

2016-06-21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영국 대표 여성작가 3인의 고전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자기만의 방> 표지를 키이스와 콜라보레이션해서 한정판으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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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새 소설 <흰> 예약판매중. 

한강 친필 사인본 + 초판 한정 양장본 + 한강 필사 노트


"익숙하고도 지독한 친구 같은 편두통"에 시달리는 '나'가 있다. 나에게는 죽은 제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언니'의 사연이 있다. 지난봄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이 어릴 때, 슬픔과 가까워지는 어떤 경험을 했느냐고." 그 순간 나는 그 죽음을 떠올린다. "어린 짐승들 중에서도 가장 무력한 짐승. 달떡처럼 희고 어여뻤던 아기. 그이가 죽은 자리에 내가 태어나 자랐다는 이야기."


/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그렇게 작가로부터 불려나온 흰 것의 목록은 총 65개의 이야기로 파생되어 ‘나’와 ‘그녀’와 ‘모든 흰’이라는 세 개의 부 아래 스미어 있습니다. 한 권의 소설이지만 때론 65편의 시가 실린 한 권의 시집으로 읽힘에 손색이 없는 것이 각 소제목 아래 각각의 이야기들이 그 자체로 밀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얇은 볼륨감을 가진 이 한 권의 소설은 쉽게 읽혀버리지 않습니다. 천천히 아주 느릿느릿 읽게 하다가, 흐린 연필 한 자루를 들어 문장에 혹은 단어에 실금을 긋게 하다가, 다시금 앞서 읽은 페이지로 돌아가 그 앞선 데서부터 다시금 읽기 시작하게 만듭니다. 내 마음의 멍울 같은 게 책장에 스미면서 점점 묵직해져가는 소설 『흰』의 무게감을 받치기 위해 불려나온 흰 것들. 예컨대 강보, 배내옷, 달떡, 안개, 흰 도시, 젖, 초, 성에, 서리, 각설탕, 흰 돌, 흰 뼈, 백발, 구름, 백열전구, 백야,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흰나비, 쌀과 밥, 수의, 소복, 연기, 아랫니, 눈, 눈송이들, 만년설, 파도, 진눈깨비, 흰 개, 눈보라, 재, 소금, 달, 레이스 커튼, 입김, 흰 새들, 손수건, 은하수, 백목련, 당의정…… 등등 온통 무참히도 흰 것들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발음해봅니다. 이 소설은 이렇듯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는 두 가지 과정 속에 불현듯 진정한 제 속내를 들켜주기도 한다지요. 흰 것을 떠올리고 불러내고 불러주고 글로 쓰는 일련의 과정이 결국은 흰 것을 보고 흰 것을 읽는 우리를 치유시켜주는 일이 아닐까요. “환부에 바를 흰 연고, 거기 덮을 흰 거즈”가 결국 한강이 말하고자 하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역할이자 또다른 의미에서의 정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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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 COFFEE 연신내점 오픈했습니다! 

연신내역 5번 출구 로데오거리 입구 하나은행 건물 1층입니다.

연휴 때 연신내쪽에 계시는 분 놀러오세요 (단, 설날 당일 휴무)


http://goo.gl/L8tK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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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mii 2016-02-05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번창하세요~^^
 



















소와다리 출판사의 초판 시리즈, 3번째는 백석의 <사슴>입니다.


시인 윤동주가 필사하고 당대의 시인들이 가장 소장하고 싶어했던 시집이죠.

한지에 인쇄, 전통 자루매기 양장제본으로 오직 100부만 발행되어 그 모습조차 보기 힘들었던

백석 시집 <사슴>의 원본 활자의 느낌을 고스란히 재현하였습니다.
구매자 분들께는 나무 펜과 펜촉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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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영향력 2016-02-03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알라딘에서 문자 받고 바로 예약구매 완료!
제 주위분들께도 널리 알려
많은 분들이 소와다리 출판사에서 나온
김소월, 윤동주, 백석 시인의 시집 초판본을
구매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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