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네의 끝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이 나올때마다 깊이 공감하고, 그것이 그 시절의 인생의 화두가 되었다. 

'듄'이 나왔을 때 분인이 그랬고, 이번 '마티네의 끝에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다. 


연애 소설이다. 세계적인 감독의 딸이자 기자인 요코와 천재 기타리스트 마키노의 사랑 이야기. 

첫 눈에 반했을 때 이미 요코에게는 대학때부터 알아 온 리차드라는 약혼자가 있었다. 요코는 파리에 살고, 마키노는 도쿄에 산다. 마흔이 되어 처음으로 만난 그들은 처음으로 자신과 맞는 서로를 만났음을 예감하지만, 그들의 현재는 사랑하거나, 주저하거나, 흘려버리거나, 담아두거나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보다 센 것은 마음이라 충분히 센 마음은 그 둘이 서로를 위한 하나라는 것을 인지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사랑한다고 해서, 그 들이 마흔의 나이까지 달려온 레일이 순식간에 합쳐지거나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자신이 깔아온 레일이 지나는 역들을 지나쳐야만 한다. 요코는 이라크에 파견 나가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고 PTSD를 겪게 되고, 마키노는 천재의 삶을 살아오다 슬럼프를 맞게 된다. 자신 인생의 돌부리, 아니, 돌부리라기엔 더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되지만, 서로와 함께인 것이 마냥 좋고, 서로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 그것은 비극의 씨앗이 된다. 


그들의 서로를 향한 인생의 방향이 크게 엇갈리게 되었을 때, 책을 읽다가 벌떡 일어났다. 말도 안 되는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인생이 거기서 책 덮듯이 멈춰지는 것이 아니다. 지지부진하게 각자의 삶으로 흘러간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이 서로를 몰랐던 때의 삶에서, 이제 어딘가에 자신을 더 이상 고독하게 만들지 않을 인생의 파트너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일 것이다. 알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요코씨를 사랑해 버린 것도 내 인생의 현실이죠. 

요코 씨를 사랑하지 않는 나는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이에요.


사랑하는 것이 현실이고, 사랑하지 않는 나는 비현실이다. 


마지막 장까지 덮고 나서, 그래.. 여기까지는 잘 됐네. 잘 됐어. 하지만.. 


그들의 사랑에 크게 타격을 주었던 그것은, 그들의 사랑을 허비하게 만든 걸까, 그들을 성장시킨 걸까. 


"인간은 바꿀 수 있는 것은 미래뿐이라고 믿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미래가 과거를 바꾸고 있습니다. 바꿀 수 있다고도 말할 수 있고, 바뀌어버린다고도 말할 수 있죠. 과거는 그만큼 섬세하고 감지하기 쉬운 것이 아닌가요?" 


그들의 미래는 그들의 과거를 바꾼다. 내가 지금부터 할 일들, 즉, 미래가 나의 과거들을 바꿀 수 있다. 

거칠게 말하면, 성공한 사람이 고생스러웠던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고생스러웠던 과거를 지금의 성공을 위해 필요했던, 지금의 성공을 만들어 낸 무언가로 바꾸어 버리는 것. 


과거는 선택적으로 기억된다. 즐거웠던 순간을 '박제' 한다고 하지만, 모든 순간을 기억할 수 없는만큼, 어떤 것을 액자에 담을지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의 내가 하게 되고, 미래의 내가 바꿀 수 있다. 사랑하는 나로.. 


행복이란, 매일매일 경험하는 이 세계의 표면에 관해 함께 이야기할 사람의 얼굴이 또렷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으로 내준 1엔짜리 동전이 돌돌 말린 영수증에 튕겨 날아가도, 평소보다 더 심하게 이어지는 시차병 때문에 새벽에 산책하러 나가 불타는 듯한 오렌지 빛으로 물든 지평선을 목도해도 마키노는 그것을 요코에게 얘기하고 싶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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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군 2017-06-1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 인줄 알았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