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색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그림을 그릴 때 자주 그런 생각이 드는데,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뭐든 다 색으로 표현할 수 있거든, 뭐든 다 그 본질을 나타내는 이미지 컬러가 있다고 할까."
그녀의 말투는 이럴 때 돌비늘처럼 반짝인다. 나는 눈부신듯 상대방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람도?"
"그럼, 물론이지. 음, 넌 피치블랙. 복숭아나 살구 씨를 태우 숯으로 만드는 색이거든. 블루블랙이라고도 하는데, 약간 파란빛이 도는 아름다운 검정색이야."
"그럼 넌?"
별 생각 없이 물었는데, 그녀는 얼마 동안 고민하더니 이윽고 나지막이 대답했다.
"울트라마린이려나?"
"아아, 이거 말이군? 딱 맞는데?"
튜브에서 짜낸 그 색은 보랏빛이 살짝 도는 아름다운 진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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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age.aladin.co.kr/product/848/18/cover150/8901116006_1.jpg)
우리나라 표지는 부끄럽지만 ( 차마 이 표지 못 들고 다니고, 벗기면 그나마 예쁜 꽃분홍의 양장에 원서 제목이 쓰여져 있다. ) 일본 표지는 괜츈하군.
표지 때문이라도 절대 손 가지 않던 책인데,
바가 나오는 책 찾다 추천 받아 읽기 시작.
우와 - 귀엽고, 아기자기.
여튼, 책 이야기는 리뷰나 다른 페이퍼에서 마저 하기로 하고,
이 단편집의 첫 에피소드에 나오는 '손 안의 작은 새' 에 나오는 색깔 이야기.
백만년 전에 '하이드의 색깔은?' 뭐 이런 이벤트를 하기도 했었다.
빨간색, 무지개색, 하얀색 등이 나왔던 기억이.
지금의 나의 이미지 컬러는 뭘까? (물론, 타인이 생각하는 것과의 갭이 있겠다만, 둘 다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각각에게)
이 컬러의 이름은 '아조 레드 딥 azo red deep'
이 책의 주인공인 '사에'의 색깔이라고 생각된다.
이건 '코발트 블루 휴 Cobalt blue hue' 라는 색상이다.
이 빨갛고, 파랗고 이런게 지금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 컬러이다.
그렇다면,
이런 느낌인걸까? '코발트 바이올렛 휴 Cobalt Violet hue'
혹은 이런 느낌. 미네랄 바이올렛 라이트 Mineral Violet light
스에가나 타마오의 <색채 심리>에서 읽기로,
빨강은 동적이고, 따뜻한 색, 파랑은 안정적이고 차가운 색.
빨강에 대해 좀 더 말하면 '원초적인 것' , '인간이 가장 먼저 의식한 색', '생명의 상징', '죽음의 공포를 초월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 의 의미라고 한다.
파랑은 그 반대의 의미였던걸로 기억한다.
빨강과 파랑의 혼합인 '보라' 는 심리치료적인 면에서 보자면, 상당히 불안한 색상이다.
빨강쪽으로 가고 싶거나, 파랑쪽으로 가고 싶은 심리.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부딪혀서 혼란스러운 상태.를 의미한다.
이 '혼란스러움'은 꼭 병적이거나 나쁜 의미일 필요는 없다. '혼란'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고, '혼란'의 이미지에 침몰되는 경우도 있겠다.
다시, 맨 앞의 <손 안의 작은 새>로 돌아가면,
가볍고 편안한 코지 미스터리로 읽히는 이 책과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의 색이 '피치 블랙'이나 '울트라마린' 이라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봄 안의 겨울.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의 첫 단편 '손 안의 작은 새' 에는 피치블랙과 울트라마린 말고도 여러 색깔이 나온다. (언급되는 정도이지만)
색상이 궁금하다면 'oil art paints'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요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 이미지는 스테인드 글라스의 빨강, 파랑, 네모, 동그라미.
빛을 머금은 낮은톤으로 발광하는 빨강, 파랑, 가끔 노랑. .. 이 세가지 색상이 이어지는 곳이 '보라' 라고 생각해서, 지금 나의 이미지컬러는 '보라' 라는 기분.
좀 더 멋있게 말하면, 코발트바이올렛휴. 나 미네랄바이올렛라이트. 이렇게 말해 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