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색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그림을 그릴 때 자주 그런 생각이 드는데,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뭐든 다 색으로 표현할 수 있거든, 뭐든 다 그 본질을 나타내는 이미지 컬러가 있다고 할까."
그녀의 말투는 이럴 때 돌비늘처럼 반짝인다. 나는 눈부신듯 상대방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람도?"

"그럼, 물론이지. 음, 넌 피치블랙. 복숭아나 살구 씨를 태우 숯으로 만드는 색이거든. 블루블랙이라고도 하는데, 약간 파란빛이 도는 아름다운 검정색이야."  

 

"그럼 넌?"
별 생각 없이 물었는데, 그녀는 얼마 동안 고민하더니 이윽고 나지막이 대답했다.

"울트라마린이려나?"  
"아아, 이거 말이군? 딱 맞는데?"

튜브에서 짜낸 그 색은 보랏빛이 살짝 도는 아름다운 진청이었다.  

  

 

 

+++  


 우리나라 표지는 부끄럽지만 ( 차마 이 표지 못 들고 다니고, 벗기면 그나마 예쁜 꽃분홍의 양장에 원서 제목이 쓰여져 있다. ) 일본 표지는 괜츈하군.  

표지 때문이라도 절대 손 가지 않던 책인데,

바가 나오는 책 찾다 추천 받아 읽기 시작.  

우와 - 귀엽고, 아기자기.

여튼, 책 이야기는 리뷰나 다른 페이퍼에서 마저 하기로 하고,
이 단편집의 첫 에피소드에 나오는 '손 안의 작은 새' 에 나오는 색깔 이야기.  

 

백만년 전에 '하이드의 색깔은?' 뭐 이런 이벤트를 하기도 했었다.
빨간색, 무지개색, 하얀색 등이 나왔던 기억이.  

지금의 나의 이미지 컬러는 뭘까? (물론, 타인이 생각하는 것과의 갭이 있겠다만, 둘 다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각각에게)  

 

이 컬러의 이름은 '아조 레드 딥 azo red deep'

이 책의 주인공인 '사에'의 색깔이라고 생각된다.

   

이건 '코발트 블루 휴 Cobalt blue hue' 라는 색상이다.  

이 빨갛고, 파랗고 이런게 지금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 컬러이다.

그렇다면,  

 

이런 느낌인걸까? '코발트 바이올렛 휴 Cobalt Violet hue'  

 

혹은 이런 느낌. 미네랄 바이올렛 라이트 Mineral Violet light  

 스에가나 타마오의 <색채 심리>에서 읽기로,

 빨강은 동적이고, 따뜻한 색, 파랑은 안정적이고 차가운 색.

빨강에 대해 좀 더 말하면 '원초적인 것' , '인간이 가장 먼저 의식한 색', '생명의 상징', '죽음의 공포를 초월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 의 의미라고 한다.  

파랑은 그 반대의 의미였던걸로 기억한다.

빨강과 파랑의 혼합인 '보라' 는 심리치료적인 면에서 보자면, 상당히 불안한 색상이다.
빨강쪽으로 가고 싶거나, 파랑쪽으로 가고 싶은 심리.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부딪혀서 혼란스러운 상태.를 의미한다.  


이 '혼란스러움'은 꼭 병적이거나 나쁜 의미일 필요는 없다. '혼란'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고, '혼란'의 이미지에 침몰되는 경우도 있겠다.  

다시, 맨 앞의 <손 안의 작은 새>로 돌아가면,
가볍고 편안한 코지 미스터리로 읽히는 이 책과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의 색이 '피치 블랙'이나 '울트라마린' 이라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봄 안의 겨울.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의 첫 단편 '손 안의 작은 새' 에는 피치블랙과 울트라마린 말고도 여러 색깔이 나온다. (언급되는 정도이지만)
색상이 궁금하다면 'oil art paints'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요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 이미지는 스테인드 글라스의 빨강, 파랑, 네모, 동그라미.
빛을 머금은 낮은톤으로 발광하는 빨강, 파랑, 가끔 노랑. .. 이 세가지 색상이 이어지는 곳이 '보라' 라고 생각해서, 지금 나의 이미지컬러는 '보라' 라는 기분.  

좀 더 멋있게 말하면, 코발트바이올렛휴. 나 미네랄바이올렛라이트. 이렇게 말해 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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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색
    from 내가 사귀는 이들, 翰林山房에서 2011-04-15 14:02 
    * 나의 색- 내가 좋아하는 색깔저의 기억 속에 떠오르는 첫 번째 색은 노란색입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친구들 중에는 노란색을 좋아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 때 저도 노란색을 좋아해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노란 색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많은 친구들이 노란 색을 좋아하니 약간 경쟁 심리가 작동하여 저도 노란색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며 행동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어른이 색깔 있는 과자를 나누어 줄 때, 혹은 가게에서 장난감을 고를 때,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