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두 세번은 서점에 들르곤 했는데, 지난주 이래저래 팍팍했다. 오늘 오래간만에 서점 들러서 간만에 새책 스멜을 맘껏 즐기고 왔다.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그간 법정 스님의 책을 꽤 여러권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글쎄.. 일단 겉보기에는 법정 스님의 이름보다 출판사의 기획이 더 돋보인다고 해야하나. 마음에 들까 말까 미묘한 책이다.
내용은 튼실할 것으로 생각되나 안에 있는 사진이라던가, 편집이 좀 가벼워 보인다. 그러니깐, 저자가 법정 스님이라는 걸 생각해 볼 때 말이다. 그리고 거기서 오는 위화감은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 망설망설
라고 생각하고, 다시 서문을 보니 법정 스님이 쓴 책이 아니라, 어쩐지...
편집부에서 엮은 책이고, 법정 스님이 책에서 언급했던 책을 인용하고, 거기에 글을 달아 놓은 식이다. 법정 스님의 추천 도서라면, 그냥 목차만 봐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각각의 책마다 미묘하게 책 사진을 찍어 두었는데,
표지와 같은식. 미리보기에서 한 장 더 뽑아 올려본다. 나쁘지 않다, 외려, 신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정 스님'의 이름과 함께, 서점 매대에 다른 법정 스님의 책들과 한 코너 차지하고 있는 걸 보니 위화감 드는건 나뿐일까.
물론 이 매대는 입적하신 후로 재빠르게 생긴 매대일 것이고.


마쓰오카 세이고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책에 관한 책들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나온다. 솔직히 말하자. 별로인 책들이 많다. 그 책들을 돈 주고 사서 읽느니, 그 책에 나온 책들을 한 권이라도 읽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그런 책들이 많다. 개중 읽을만한 책을 찾는데는 인터넷 서점의 책소개 이상의 눈품을 팔아야 한다.
또 책책이냐며 책소개 보고 스윽 넘어갔던 책이다. 제목부터가 어째 실용서 같은 것이 딱 눈에 안 들어오지 않는가. 그와 반대로 표지는 트랜디하다.
서점에 서서 몇 장 읽어보니, 급 궁금해져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책소개의 다치나바 다카시를 능가하는 독서가. 라는 건 잘 모르겠고, " 2000년부터 매일 한 권씩 독서 감상을 웹에 올리는 센야센사쓰(千夜千冊) 프로젝트를 1,300일이 넘게 전개하고 있는가 하면, 전 세계 도서 800만 권이 소장될 21세기형 알렉산드리아 프로젝트인 웹 도서관 도서가(圖書街)를 구축하고 있다." 라고 한다. 독후감이 아니라 독서에 대한 공감과 노트같은거라는 멘트도 좋았고, '천야천책'센야센사쓰라는 말도 왠지 아라비안나이트 필 나는 것이 멋지지 않은가. 물론, 이렇게 하루에 한권씩 업데이트 한 독서가가 마쓰오카 세이고가 처음은 아니지만, 훑어 내려간 글들이 맘에 들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바구니에 담았다. 제목과 목차는 흔해빠진 실용서 느낌인데, 글은 보이는 것보다 더 진솔하고 읽을만해 보였다는 거. 서점에서는 분명 사고 싶었는데, 목차보니 다시 꺼려지는 구매를 부르는 제목과 목차가 아니라 쫓는 제목과 목차인 것이냐.
가와바타 야스나리 <손바닥 소설>
이 책 표지가 느므 귀여워서 '3월의 표지'에 찜해 두었던 건데, 오늘 서점에서 인터넷 서점에서는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매력포인트를 발견했다.
내가 과거 미친듯이 좋아했던 책과 책띠가 있다. '나 열광해도 됩니까' 라는 페이퍼를 쓴 걸로 모질라 출판사 담당 편집자에게 A4 용지로 스물세장 (이라는 건 뻥이지만) 길고 긴 팬레터까지 써서 보냈다.
오늘 세계문학전집들을 돌아보면서 대산세계문학총서를 한꺼번에 보니, 아.. 아름답다. 난 전집을 순서대로 모으는건 좀 촌시럽고,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대산세계문학총서라면, 레파토리로 보나, 그 세련된 표지와 딴딴한 만듦새( 아니, 무슨 페이퍼백이 하드커버보다 더 딴딴하나요?! ) 로 보나 전권 다 모아도 (앞에 하얀 표지로 나왔다가 중간에 컨셉이 바뀐건 좀 그렇지만, ) 괜찮을 것 같고, 전권 다 모을꺼다! 아, 삼천포. 그러니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 책에 내가 열광했던 그 얇은 띠지가 둘러져 있다. 이미지 아래 보이는 것과 다른 땡땡이 있는 이쁜 띠지다. 아흥 이뻐. 이 내가 서점에서 그냥 사 올 뻔 했다. (나는 바로드림과 당일배송의 신봉자. 마일리지 티끌모아 책산)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저자의 이름으로 보나 '손바닥 소설'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 안에도 슬쩍 보니, 제법 재미있다. 내용으로 보나, 이건 좀 사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내게 얇은 책띠 페티쉬라도 있는걸까, 이번이 두 번 째지만, '나는 왜 얇은 책띠에 열광하는가' 고민해볼 일이다.
윤미나 <굴라쉬 브런치>
신간마실로 나오자마자 소개하긴 했지만, 제목이나 작가 이력이나 눈에 띄었었다.
책에 관한 책 고르기가 힘들듯, 여행에 관한 책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깐. 괜찮은 거 말이다. 이 책은 알라딘에서 여러명이 극찬 했던 책인만큼, 대충 믿고 살 법도 한데, 왠지 다들 좋다고 난리이니깐, 멈칫 하게 된다. 일례로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같은 소설은 내 보기엔 그저그런 로맨스 소설로 별볼일 없는데, 알라딘의 몇몇이 극찬하는 책이다.
무튼, 오늘 서점 가서 보니,
일단, 책 표지가 하늘색톤 아니고 회색톤이다. -_-+ 나쁘다는게 아니라, 이미지와 너무 다른거지!
책의 표지와 판형의 느낌이 좋다. 만약 저 사진이 책커버, 반커버였다면 좀 싫었을텐데 (아, 요즘 반커버 왜이리 많이 나오나요. 반커버가 싫어요!) 그렇지도 않은 단정한 느낌의 책이다.
페이지수가 200페이지 조금 넘는데, 사진도 많은듯 하여 글이 얼마나 있을래나 싶었더니,
찬찬히 읽어보지 않으면, 그저그런 사진 곁들인 여행기로 오해받을 수도 있겠더라. 물론 이게 오해인지 아닌지는 읽어보고 판단할 일이지만. 근데, 여기 사진들 또한 느낌이 꽤 좋다. 앞에 폴라로이드 모아 놓은 건 좀 별로였지만, 중간중간 들어간 사진들의 느낌은 좋았다. 책값은 좀 비싼 편. 12,800원이다.
어떤 책이 무지무지 좋아서 돌아가실 것 같다. 는 열광들, 혹은 이런 쓰레기 같은 책, 다시 나무로 돌아가버렷! 물론 이런 혹평은 그닥 많지도 않고, 특히 '관심 받는(이라고 쓰고 욕먹는 이라고 읽는다) 혹평'은 주로 내 서재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 책읽기를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 이 '책읽기'라는 공통의 취미, 생활의 끼니를 가지고 책이야기를 하고들 있지만, 각각의 취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좋아 환장하는 책들의 혹평을 보면 뜨끔하다. 하지만 난 꿋꿋이 좋아하고, 끊임없이 기회 될때마다 이야기한다.
취향도 다르고, 기대치도 다르고, 각각 책에서 원하는 것도 틀리니깐.
그러니 책에 대한 열광과 혹평을 '너무' 믿지는 말자. 이건 '굴라쉬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아니고, 내 이야기다.
빠가 까를 만들고, 까가 빠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너무 좋다고 하면 기대치가 높아지고, 오나전 짜증난다고 하면 기대치가 낮아진다. 그러니깐, 누군가의 책이야기를 보고 책을 고르는 것은 그렇게 믿을만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 책팔이 하이드의 누워서 침뱉기. 사족을 덧붙이자면, 그간 누군가가 좋다고 했던 책들이 100%는 아니라도, 좋은 편이었다면, 그냥 믿고 사보는 것도. (.. 어쩌라고 ^^;;) 나쁘지 않긔.
난 누군가 만났을 때 내 페이퍼나 리뷰 보고 <메데이아> 사서 읽어보았다고 하면, 그 순간 그냥 막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버린다. ^^ 가끔 다른 서재에서 '하이드님의 페이퍼에서..' 혹은 '하이드님의 추천으로..' 라는 글을 보면 기분 좋으면서도 약간 가시방석..까지는 아니고 지압방석.. 정도의 긴장감이 생긴다. 별로면 어쩌지. 하지만, 말처럼 어쩌겠는가..
할 수 없어요.
그러고보니, 한 권 빼먹었다. 오늘 교보 나들이 하게 만든 책.
올초에 환불했던 <휴먼 스테인>의 새로 나온 양장본을 샀다.
페이퍼백과 똑같은 커버다. 확실히 페이퍼백에서 커버랑 따로 놀아서 불편했던건 덜할듯 하고, 지문이 많이 묻어 지저분해지는건 마찬가지. 책은 단단해지긴 했고, 나는 양장본 취향이므로 양장본이 더 낫긴 한데, 뭔가 딱 맘에 들지 않는다. 글씨가 희미해서. 라고 하면, 님 문학동네에 유감있삼. 소리 들을지도. 근데, 티미하게 보이는 걸. 뭔가 딱 부러지게 말은 못하겠는데, 뭔가 딱 맘에 안 드는걸; 왜 그런가 밝히기 위해 집에 있는 전집들을 끄집어 내보고, 문학동네의 다른 책들도 끄집어 내서 종이나 인쇄나 비교해 보기도 했다. 아, 제본은 튼튼하다. 저 커버 벗긴 상태 보면 알듯이.
처음부터 양장본으로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이 시리즈의 미덕을 하나 찾긴 했다. 인터넷 서점 이미지가 눈에 띈다. 막 까만색 책이라서, 별다른 디자인이 있는건 아니지만, 눈에 띈다. 집에 까만 책 놓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대신 장갑 끼고 볼 것..이란건 농담이지만)
무튼, 연초에 잠깐 인사했다 다시 하드커버로 손에 들어 온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 반갑습니다.
<안나 카레니나>도 다른 곳에서 나오지 않는 이상 문학동네에서 사지 싶다. 왠지 계속 까다보니, 정드는 듯. 민음의 세로로 긴 판형도 좀 지겨워서 될 수 있는대로 안 사려고 하는 중이기도 하고. 작가정신인가에서 어마무시한 오탈자로 리콜까지 한 <안나 카레니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걸까? 작가 정신의 톨스토이 전집 시리즈를 믿고 사도 되는 걸까?
마무리는 말로군과 블라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