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제목을 뽑고 나니, 어쩌면 아닐지도. 라는 생각이 퍼뜩

   
 

10년 동안 책에 굶주려 있던 '늙은 학생'들에게 세계명작의 번역본이 곧 출간될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들은 모두 교내의 작은 서점으로 달려가 이런저런 책을 찾으면서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책의 판매가 시작되기 전에 이런 소식은 이미 각종 루트를 통해 사방에 전달되었다. 작은 서점 하나로는 벌떼처럼 몰려드는 '굶주린 백성'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서점은 애당초 감히 문을 열 수조차 없었다. 그리하여 창문에 임시 '식량배급처'가 설치되었다. 창문 밖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 이번에 나온 책이 몇 종류나 되며 몇 부나 인쇄했는지를 알아보고 나서 책을 손에 넣기 위한 고통스런 몸싸움을 벌였다. 책이 너무 적어 '죽을 먹으려는 사람은 많은데 죽이 부족할' 것을 걱정하면서도 자기 차례가 되면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돈이 부족하지 않을까 안달하기도 했다. 당시 대학생들이 돈을 절약하는 방법은 먹는 것을 줄이는 것밖에 없었는데, 책값을 마련하기 위해 음식값을 줄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식사의 절반 가량을 정신의 양식으로 채웠던 셈이었다.   

 
   

 

 이 책의 아주 많은 부분이 맘에 들지만, 그리고 돌이켜볼수록 자꾸 더 맘에 들지만, 가장 맘에 들고,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서문격인 첫부분이었다. 위에 인용한 부분

 사연 있는 책 한권을 들고 파리에 가는거다. 근데, 그 책이 무려 위고의 <93년>이다.
 
 이 멋진 부부는 파리에서 파리 밖에서, 혁명을 주제로 파리의 건축, 미술, 풍광, 작가, 정치가, 등등을 꽤 잘 버무려냈다. 

 그 여행의 시작은 <93년>에 얽힌 사연이다. 논픽션이겠지만, 그 어떤 픽션보다 드라마틱하다.
 물론 위의 책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고 받아 들이는 사람이 나 말고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무튼, 나한테는 드라마틱하고 멋졌다.  

 세계명작본이 나온다고 술렁대는 학생들, 
 서점 직원에게 잘 보여 책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하고, 
  작은 서점 하나로 벌떼처럼 모여든다. '굶주린 백성'처럼. 이라고 표현했다.
  창문 밖은 인산인해, 장사진. 책을 사기 위한 고통스러운 몸싸움,
  책값을 내기 위해 기꺼이 밥도 굶고...  

요런 분위기가 현재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아마 아이폰 출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출시? 동방신기 화보집 출시? 뭐, 그런 경우들에 저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전혀 낭만적이진 않지만.  







 린다 (중국인 부부 저자. 정체가 궁금하다. 농부였기도 했고, 취미로 그림을 화가처럼 잘 그리고, 둘 중 한명은 건축 공부를 했고, 지금은 미국에 살고, 파리에 대한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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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자나 2009-11-2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그리고 독서의 호시절이었지요... 그 자리를 지금은 아이폰, 플레이스테이션, 뮤직비디오가 차지하는 것일 테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