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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 하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2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를 30년이나 생각하면서 계속 조사하는 건 자연스럽지 않아."
"조사를 시작한 건 최근에 들어서야."
"더더욱 부자연스러워. 형은 직업인으로서는 주재 경관으 임무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할 거야. 사생활에서는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의 아들이야.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짐까지 짊어지겠다는 거야?"
"짊어지고 뭐고, 난 아버지의 아들이야."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는 200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올랐던 작품이다.
제목과 상 이름의 방점을 나는 이렇게 찍고 싶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와 <경관의 '피'>
그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1위에 올랐던 작품으로는 <바티스타팀의 영광>와 <금단의 팬더>를 읽어보았을 뿐이지만,
이 작품을 포함해서 정통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와 미스터리 외의 전문적인 요소는 상당히 많다. <바티스타팀의 영광>은 저자가 현직 의사이고, <금단의 팬더>는 저자가 전직 요리사였다. '이게 무슨 미스터리냐' 라고 묻는 독자는 많았지만, 전문가가 쓰는 의료 이야기나 요리 이야기에 미스터리가 가미된 재미있는 작품들임에는 틀림없다.
<경관의 피>는 3대에 걸쳐 경찰의 길에 들어선 세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챕터도 각각의 이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정통 미스터리를 기대한다면, 거의 없거나 시시한 결말이지만, 그 외의 것들은 무척 재미난 소설이다. 제목의 '경관'이나 주인공 3인이 모두 '경관'인 것을 보아 '경찰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경찰소설에 대한 인상보다는 '경관의 '피'! '경관'이라는 가업을 운명처럼 물려받는 진한 경관의 피가 더 인상적이었다. 직업의 가업을 잇는 이야기는 일본 드라마나 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 세대가 바뀌는 이야기를 무지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무려 3세대가 같은 직업으로 나오면서 각각의 세대 묘사가 나오는데, 그 것이 내게는 가장 재미있었다.
아버지는 주재원 경관이 목표였다. 주재원 경관이란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지역순찰을 하는 경관인데, 수사 경관에 비해 안전하고, 온 가족이 경찰인 아버지의 공적인 모습과 사적인 모습을 모조리 보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주재경관의 아들이 주재경관이 된다고 하였을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하여 추켜세워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경관 1대에서는 전후 어수선한 시국의 경관의 모습, 2대에서는 학생운동이 한참이던 시절에 스파이로 잠입한 공안으로서의 경관의 모습. 3대에서는 1대의 의문사와 미결 살인 두건, 2대의 순직과 1대부터 내려온 미스터리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된다. 3대 경관인 가즈야는 경관의 모습을 검정과 하얀색의 경계에 서 있다고 표현하였다. 조직에 몸과 마음을 희생당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은 3대째의 경관이 사는 방식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진화하였다. 그 모습이 결코 나빠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