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5 황정은 장기하와 얼굴들-아무도 필요 없다 https://youtu.be/j6imC4GVxtA 나는 너를 놓아버렸어 우산이 돼 주질 못했어 비에 흠뻑 젖은 널 두고 돌아서 걸어와 버렸어 나는 혼자 앉아서 가만히 눈을 감고서 내겐 이젠 아무도 필요 없다 되뇌이네 소설을 읽다가 궁금했던게 장기하가 황정은 소설을 읽었나 싶었다. 아무도 필요 없다, 아무 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뭐 읽었거나 안 읽었거나 뭔 상관이야. 야호 나도 드디어 읽었다. 디디의 우산. 웃는 남자를 뿌셔서 디디의 우산을 썼다고 했다. 이미 죽여버린 dd를 살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방에 혼자 남은 d를 방 밖으로 나오게 하고, LP와 진공관 앰프로 음악을 듣게 하고, 광장을 바라보게 해 준 건 마음에 들었다. 앞쪽 소설이 나는 더 좋았다. 아무 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는. 음. 말을 못 하게 하는 글이었다. 굳이 말을 하자면 황정은의 욕심이 과했고 이런 식이어야 했을까 싶다. 기록은 중요하고 모든 순간과 감정과 그런 생각들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황정은이, 굳이 이런 식이어야 했을까, 소설이 소설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나 싶다. 상식-생각하지 않음에 대한 말은 좋았다. 내가 읽었거나 읽지 않고 꽂아만 뒀거나 한 책들 내가 겪거나 목격하거나 잘 몰랐던 사건들 내가 썼던 어휘나 비슷한 상황들을 마주하는 게 좋을 때도 싫을 때도 있었다. 아무도 아닌, 명실이 수경과 화자의 미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